경철수 경제·사회부 기자

서울 교육청 인사 비리로부터 불어 닥친 최근 교육계 사정 바람을 보면서 평생 무소(無所有)와 나눔을 실천하다 입적(入寂)하신 불교계 큰 어른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새삼 생각난다. 입적하시기 전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데 써 달라’고 했던 스님은 수의(壽衣)도 관(棺)도 없이 마지막까지 무소유를 실천하셨다.

빈손으로 와 빈손으로 간 스님이었지만 생전에 스님의 손은 내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데 열심이셨다고 한다. 남몰래 장학금을 기부하고 정작 스님은 대나무 평상에 누워 불길 속에 사라지기까지 세속의 탐욕에 물들지 않는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았다. 스님이 남긴 철학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키워내는 교육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교육청 장학사 매관매직에 대한 충격은 교육계 인사 비리에 대한 사정의 바람으로 충북교육청까지 불어 닥치고 있다. 또 각종 국고 보조금 사업으로 시행된 학교 시설공사 비리가 없는지, 대학 산학협력단 연구 용역비와 관련해 유용된 것은 없는지 대대적인 사정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 사소한 급식비리 정도의 정황이 포착된 상황이지만 청주지검과 충북경찰청이 전방위적으로로 내사를 벌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충북교육청은 올해 들어 지난 5일 처음으로 11개 시·군 교육청 교육장 회의를 갖고 정기 감사 이외에 부교육감을 중심으로 한 학교비리 근절 TF팀까지 구성했다. 앞으로 정기 감사 이외에 상시 감찰기구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부산교육청이 외부공모를 통해 부장검사 출신의 감사관을 영입한 것처럼 충북교육청도 검사 출신의 감사관 영입을 계획 중에 있다고 한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내부 감사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감사를 진행하는 자정노력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받아온 교재 채택비인데… 수업 시수에 비해선 턱없는 강의료이다. 정상적인 회계처리로 낼 세금 다 내다보면 대우가 형편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현직 교사들이 있는 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11개 시·군 교육청이 돌아가며 주재하는 교육장 회의도 건설적인 얘기가 오가기보다 해당 교육청의 뻔한 업무보고를 하다 보면 끝이 난다고 한다. 일부 현직 교사들 사이에선 정부의 행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양심에 비추어 결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각종 업무 부담을 가중 시키는 특수사업을 벌려 놓고 서울에서 문제만 터지면 지방이 역풍을 맞는 오늘의 교육계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특수사업 선정은 정부 예산 지원(교육경비 보조)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달리지 않을 학교가 없다는 것. 하지만 이들 모두 학교 서열화가 낳은 소유욕에서 출발하지는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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