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률 전 의원 9월 출소…혹여나 정치재개하나 관심
3월12일에야 지역위원장 임명돼 ‘대의원 구성도 못해’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로 뜬 정 의원은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 합동TV토론을 진행하면서 국민 시사평론가로 부각됐으며 이에 힘입어 2000년 16대 총선(경기 고양 일산)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분당에 항의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오히려 주가를 높였다. 18대 총선에서는 서울 중구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에게 석패했다. 와신상담하며 중구에서 설욕전을 준비하던 정 의원이 지역구를 놓고 내려오기까지는 지지자들의 만류가 여간 거세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중부4군행(-行)을 택하기까지는 김종률 전 의원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2003년 단국대 교수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서울 한남동 단국대 부지개발을 추진하던 업체로부터 사업자 선정 후 법률자문 명목으로 1억원을 받고, 또 다른 회사로부터도 1억원을 받아 배임수재 혐의로 2006년 12월 기소됐다.
이후 2007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범죄의 증명이 없고 실질적 법률자문 대가로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08년 10월 서울고법은 검찰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함으로써 무죄 판결한 1심을 뒤집었으며 지난해 9월24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면서 이틀 뒤 구속이 집행됐다.
정 의원 보선 출마 ‘金心’도 반영된 것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은 정 의원 외에도 이재정 현 국민참여당 대표, 방용석 전 의원 등 거물급 주자를 놓고 고민한 끝에 정 의원을 낙점했는데, 이는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자신이 정치보복의 희생양임을 부각시키려했던 김 전 의원의 의중도 상당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충청리뷰와 가진 인터뷰에서 “상황이 급박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김 전 의원이 전화를 해서 출마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수감 이후에는 면회를 가기도 했다. 당명이었기에 나를 중심으로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은 자신이 가꿔온 스타이미지에다 지역의 동정여론까지 등에 업고 불과 한 달 선거운동 끝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정 의원이 충북의 중원이라 할 수 있는 중부4군의 맹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 의원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차기 총선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에 시달려왔다. 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충청리뷰 인터뷰에서 “이제는 여기가 정치인생의 마지막이다. 고향발전을 위해 배수진을 치겠다”며 지역구 수성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종합해 볼 때 정 의원 스스로 새로운 둥지를 찾아 지역을 떠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김종률 전 의원의 정치재개다. 김 전 의원은 오는 9월에 만기출소를 하게 되지만 형기의 4분의 3이 경과한 이후인 7,8월 중에 가석방으로 출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문제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황이기에 사면복권 없이는 물리적으로 차기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김 전 의원 지지자들은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주민들이 많이 안타까워한다. 설사 죄가 있더라도 ‘실형을 살 게 할 것까지 있었냐’는 얘기다. 일도 잘하고 젊은 친구가 열심히 했다는 평가가 지역에 남아있다. 나와서도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다각도에서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A씨는 “수뢰와 관련해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치명상을 입었다. 더욱이 아직 출소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복권 여부를 거론하는 것부터가 시기상조다. 나중에 어떻게 재기할지는 모르지만 정 의원이 지역구를 물려받은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은 일단 흘러간 물이다”라고 평가했다.
대의원 경선 불가, 파벌방지 순기능도
일각에서나마 김종률 향수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정범구 의원에게 주는 중압감은 만만치 않다. 일단 4개 군이 합쳐진 복합선거구라는 점에서 공천장의 수(數)가 어마어마하다. 민주당이 현역인 진천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군에서는 군수 공천부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역군수가 직을 박탈당한 음성군수 선거는 민주당 내에서만 7파전이 예상된다. 지방의회는 비례대표를 제외하고도 도의회 6명을 비롯해 기초의회(증평·진천 6석, 음성 7석, 괴산 8석) 공천장만 27장에 달한다.
문제는 중부4군이 김종률 전 의원의 구속으로 인해 사고지구당으로 분류돼 있다가 정 의원이 지난 12일에야 지역위원장 임명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내 경선의 선거인단 역할을 하는 대의원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 의원이 얼마나 노련하게 예비후보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선거승리에 기여하느냐에 따라 지역 및 당내 입지가 확보되는 셈이다.
정범구 의원실 관계자는 “대의원 경선은 불가능하게 됐지만 공천을 하는데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여론조사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잡음 없이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 오히려 대의원 경선에 비해 파벌을 방지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