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독일군의 거침없는 쾌속진군에 속속 무너지는 저지선. 날로 짙어져만 가는 연합군의 패색. 헤어나지 못할 듯한 패전의 수렁에 빠진 연합군을 구조한 작전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좌우한 이 작전은 독일군의 '생각 가로채기'로 가능했다. 그 일등 공신이 앨런 튜링이다.

튜링은 2차 세계대전 중 세계 최초의 컴퓨터 '콜로서스'를 개발했다. 그는 이를 통해 독일군의 암호통신기 에니그마를 해독했다. '기밀'을 가로채 독일군의 동태를 훤히 꿰뚫게 된 영국군.

당시 독일군은 연합군의 상륙작전을 예상했다. 예상 지점은 파르칼레. 하지만, 정작 연합군이 상륙작전을 전개한 곳은 노르망디였다. 아이젠하워의 진두지휘 하에 전개된 지상최대의 작전에 허점을 찔린 독일군. 이 작전을 계기로 반전에 성공한 연합군은 이후 승세를 몰아 마침내 독일군 진영에 백기가 휘날리게 만들었다.

조국 영국을 승리로 이끈 숨은 주역 앨런 튜링. 그러나, 전후 그는 경찰에 체포된다. 그에게 덧씌워진 죄명은 '대단히 점잖지 못한 행위'. 그의 동성애적 기질이 그를 파멸로 내몰았다. 유죄 판결이 내려진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여성호르몬 투여. 화학적 거세를 위한 에스트로겐의 지속적 투여로 날로 부풀어오는 가슴. 사회와 격리된 참을 수 없는 삶.

그의 마지막 선택. 백설공주의 사과를 떠올린 그는 사과에 청산가리를 주입하고 한 입 베어문다. 그가 남긴 짧은 메모. '사회가 나를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순수한 여자가 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

그로부터 환갑이 지난 지금. 여성의 표상이었던 미모권력의 선두주자 백설공주는 피오나 공주에게 '권좌'를 내주었다. '꿈의 작업장' 드림웍스의 '슈렉'을 단순히 디즈니랜드 비틀기로만 치부해선 안된다. 여성의 미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독을 바른 빗, 예쁜 허리띠, 빨간 사과에 속아 넘어 간 '순수한 여자'. 똑같은 복장과 똑깥은 얼굴에 번번히 속은 여성. 그녀가 바로 순수하지만 어리숙한 '백설공주'다. 가사(假死) 상태에서 유리관에 안치된 그녀의 모습은 쇼윈도 속 '유혹의 마네킹'과 다름없다. 이런 외모지상주의를 넘어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함을 웅변한 작품이 '슈렉'이다.

21세기. 튜링은 '아름다운 여자'로 KTX, 기륭전자, 돌봄 여성노동자들을 꼽을 듯하다. 유리천장을 깨뜨리려는 지난한 권리 투쟁에 끝에 확대된 '아름다움의 지도'. 백치미보다 '안정적 일자리와 민생예산 확보'를 외치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미(權利美)'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을 듯 하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한층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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