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호죽 노동인권센터가 두돌을 맞았다. 호죽 노동인권센터는 충북지역 노동·인권운동의 선구자 호죽 정진동 목사의 얼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충북 청원군 옥산면 호죽리 출신인 정 목사는 청주 도시산업선교회 실무 목사로 노동자·도시빈민들의 인권문제 해결에 앞장서 30여 차례의 연행과 옥고를 치렀다. 그는 호랑이·대나무같이 굳고, 곧은 결기로 살다 2007년 12월10일 숨져 광주 5·18 묘역에 안장됐다.

▲ 호죽노동인권센터를 이끄는 김남균 운영위원, 전택수 집행위원장, 김순자 상담실장, 조광복 노무사(뒷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등 실무자들이 25일 한자리에 모였다. 호죽노동인권센터 제공
충북 청주시 흥덕구 미평동 분평사거리에 자리 잡은 호죽 노동인권센터를 들어서면 ‘밤이 깊을 수록 별은 더욱 빛납니다’라는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의 글이 눈에 띈다. 호죽은 갔지만 호죽의 노동자 사랑은 인권센터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2008년 2월22일 문을 연 뒤 정 목사가 못다한 노동 관련 일을 도맡고 있다. 임금 체불 상담 526건, 부당 해고 등 인사 상담 430건, 산업재해 관련 상담 200여건 등 2년 동안 1799건의 노동 상담을 했다. 또 부당해고 구제신청 법률지원 186차례, 노동 인권 교육 91차례 등 힘없는 노동자들의 다정한 이웃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최저 임금에 시달리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이주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등 비인권적인 노동 상황에 놓인 노동 빈민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24일 오후에는 청원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유산을 한 여성 노동자가 상담을 했다.

인권센터는 호죽의 후예를 자처하는 조광복(44) 노무사와 김순자(39) 상담실장 등의 희생과 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조 노무사는 2000~2007년 충남 천안에서 노무사무실을 운영하며 탄탄대로를 달리다 정 목사의 뜻에 반해 인권센터에 뿌리를 내렸다. 외국인 노동자인권복지회에서 일하던 김 실장은 2008년 5월 합류해 임금체불, 여성 노동자 성희롱 등의 상담을 맡고 있다. 이밖에 김남균 전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권혁상 <충청리뷰>대표, 성방환 전 전교조 충북지부장, 홍석조 변호사 등이 돕고 있다.

조 노무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어려운 경제 상황과 경쟁·시장 논리 속에 해고, 부당 노동행위 등이 일상화·보편화 된 노동 현실이 안타깝다”며 “노동 소외 계층의 아픔을 달래는 조직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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