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토론회서 농협보험 흠집내기
농업계 “농협보험 딴죽걸기 아니다” 반발

정부가 농협보험의 일부 경과 규정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는 농협법 개정과 후속 조치를 단행한 데 대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상충한다는 주장이 공식적으로 제기돼 농협과 농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 농협보험에 대한 특례를 담은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고 한미FTA와 상충한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개진돼 농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충청리뷰 DB
정부는 지난해 6월 9일 농협의 운영구조 개선을 위해 농협법을 개정 공포한 데 이어, 연말에는 농협중앙회를 ‘연합회(농협연합회)-2지주회사(NH경제, NH금융)-자회사’ 체제로 개편해 교육과 지원사업은 연합회가, 경제사업은 NH경제와 자회사가, 신용사업은 NH금융과 자회사가 각각 분담하는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신용사업의 경우 농협은행과 농협보험(생명 및 손해)을 각각 분리, 신설하고 NH증권 등 기존 자회사와 함께 금융지주(NH금융)에 편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안에는 농협은행과 조합을 금융기관 보험 대리점으로 하고, 방카슈랑스 규정을 5년간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의 특례가 부여됐다.

그러나 이 같은 농협 구조 개편안으로 농협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진 기존 보험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농협법 개정과 후속 조치에 대한 시장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서울 서초갑)은 지난 4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농협 개혁과 금융 산업 발전,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두진 부경대 교수는 “농협법 개정안은 동일인(연합회=중앙회)이 사업과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는 형태가 돼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고, 후발 사업자에게 규제 강도를 낮춰 주는 것은 헌법 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조합을 금융기관 대리점으로 등록할 경우 불공정한 모집 행위를 할 우려가 있고, 신용에서 경제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상 부당 자금 지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농협보험 특례규정은 한·미 및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상충한다”며 개정된 농협법이 자칫 국제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이경주 홍익대 교수도 “농협법 개정안은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조장하고 보험시장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농협보험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를 만들어 보험 소비자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농협보험의 시장 진입 특례는 보험 사업자들의 효율성 경쟁이 아니라 영업력 경쟁을 촉발해 보험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토론회 내용이 알려지자 농협을 비롯한 농업계는 “협동조합의 공익성을 무시한 보험업계의 본격적인 딴죽 걸기”라며 “이제 갓 개정된 조항이 기득권층의 힘의 논리에 밀려 또다시 손질된다면 농업인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제천농협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농협중앙회는 은행 부문을 주요 사업으로 소유하고 있고, 이를 감안해 농협법으로 특수은행 형태의 ‘농협은행’의 설립과 금융지주회사 신설을 허용한 것”이라며 “경제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경제지주회사도 설립할 예정인 점을 감안할 때 농협법 관련 조항이 금산분리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은 농협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협이 수십 년 동안 농촌 근대화와 농업 생산성 제고에 기여해온 공익적 측면은 배제한 채 농협법 개정안에 딴죽을 걸고 나설 경우 농협과 농업인의 반발만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도 “금산 분리의 근본 취지는 대규모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막자는 데 있다”고 전제한 뒤 “전국 1180여 개 조합, 250만 조합원이 십시일반 출자해 만든 농협중앙회에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신설 보험사의 시장 진출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농협공제의 보험 전환이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보험 소비자, 특히 농업인에게 보험 가입의 문턱을 낮추고 선택의 폭을 넓혀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농협보험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내실을 기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농협보험 특례를 문제 삼은 이번 토론회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농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향후 농협보험이 기존 보험 시장에 성공적으로 착근할 경우, 보험업계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어 농협보험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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