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이 돌아왔다. 어릴 적 동심을 매료시켰던 아톰은 이제 성인이 된 이들의 추억과 감성을 훔치고자 한다.
한윤정의 평론기사에 의하면 환갑에 다다른 아톰은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아톰의 이름부터 그러하다. 원자(ATOM)를 뜻하는 이름에서 원자폭탄 투하의 상처를 빗대고 있다.
아톰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과학자의 슬픔을 담아 만들었다. 아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난 아톰. 그러나, 로봇이 인간일 수 없기에, 아들을 대신할 수 없기에 아톰은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과학부 장관에 눈에 띈 이후에나 아톰은 지구수호로봇으로 거듭났다.
원자폭탄 투하로 가족을 잃은 상실감, 부모에게 버림받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 그 상처를 안은 채 지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폐허를 딛고 세계최강국으로 도약을 꿈꾼 일본의 이상을 은유하고 있기에 선풍적 인기를 누린 것이다. 일본의 우울함을 달랜 만화.
하지만, 다시 태어난 아스트로보이에서 이런 감수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기술진화엔 성공했지만, 감성진화는 퇴보했다. 평면에서 입체로, '흥행'을 염두에 둔 볼거리 중심의 헐리우드의 화려함만 덧칠했을 뿐이다.
한데, 주목할 만한 변신도 있다. 김일같은 프로레슬러 복장에서 웃옷을 걸친 것이다. 원작의 고집을 꺾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국의 높은 아동인권의식 때문이라 한다.
아동성추행에 민감한 미국사회에서 어린아이가 반나체로 나오는 장면이 많으면 경고를 받기 때문에 웃옷을 걸쳤다 한다. 원작의 참맛보다 시대변화에 따른 '아동인권'을 고려한 것이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세세한 부분까지 '아동인권'을 고려한다는 점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이런 반면 한국의 인권은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6월 노동부는 '선 구제 후 통보'를 명시한 '외국인 근로자 민원처리 지침'을 폐지했다.
즉,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라 하더라도 체불임금을 진정하면 권리구제를 먼저하고, 이후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하라는 것이다.
지침 폐지 이후 노동부에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진정 사건을 접수하는 즉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는 살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권리구제는 고사하고, 강제출국 당할 판이니 누가 감히 임금체불을 진정할 수 있을까 돈 떼이고도 속앓이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의 웃옷을 걸쳐 주기는커녕, 그나마 걸친 넝마마저도 발가벗겨지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유엔이나 국제노동기구의 인권과 노동권에 정면 위배될 수 있다"는 전직 노동부 고위 관계자의 우려섞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지침이 돌아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