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절실… 교통공원 등 체험교육장 건설 서둘러야

지난해 10월 29일 아침 8시 15분경 호암동 호암마트 앞 사거리에서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던 A군(당시 9세)이 횡단보도에 뛰어들다 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사고차량의 운전자는 손자를 인근 학교에 바래다주고 집으로 귀가하던 노인이었다.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차량은 전방의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가속페달을 밟았고, 그 순간 A군이 횡단보도로 뛰어들었다. 당황한 B 노인은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버렸다. 차량의 뒷바퀴가 아이를 타고 넘었고 어린 생명 하나가 스러지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 어린이들에게 체험 위주의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시설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어린이집 안전교육 시설(사진 오른쪽)은 이미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이 사고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A군이 뛰어든 길은 학교 밀집지역으로 등하교 시간에 수많은 차량이 다니는 지역이면서 왕복8차선 호암대로와 연결되는 보행자통로가 1m도 안되는 아주 좁은 길이지만 좌우 모퉁이가 건물과 담장에 가로막혀 시야가 막혀있었다. 또, 운전자 B씨는 과거 신경계통의 장애를 입었던 병력을 가진 70세가 넘은 노인이었다. 불가항력으로 뛰어든 어린아이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가속페달이 아닌 제동페달을 밟았더라면 생명만은 건질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교통안전시설의 미비도 운전자의 병력도 이미 탓할 필요가 없다. 둘 중 한명이라도 교통안전의식만 투철했더라면 사고는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렇게 교통질서 의식이 엉망인 도시는 처음 봅니다” 전국 각지를 돌다가 3년 전 충주에 정착해서 택시 운전을 하는 연수동 A모씨(62세)의 말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아무리 단속을 하고 캠페인을 하고 시설을 정비해도 줄어들 줄 모르는 교통사고. 그 주범은 시민들의 교통질서 의식이다. 전국 최악의 교통사망사고 다발 도시의 오명을 뒤집어 쓴 충주에서는 어느 때부터인가 한가한 도로 횡단보도는 그저 도로에 흰색 페인트로 그려진 그림에 불과한 것으로 변해 버린지 오래인 도시가 돼버렸다. 자동차로 10여분만 운행하다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교통질서를 어기는 사례를 너무나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녹색어머니회 오경미 회장은 “어른들에게 10번 100번을 얘기하는 것보다 어린이에게 한번을 가르치는 것이 교통질서를 바로 잡는 길이다”라고 말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어려서부터 무질서를 보고 배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고쳐지겠냐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교통질서 의식을 뚜렷하게 심어주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 교통안전 교육이 포함되어는 있지만, 실제 아이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슬라이드 필름 몇 개를 보여주는 형식적인 교육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체험 위주의 현장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경찰과 교통봉사 유관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교통안전 체험교육 시설 전무
어린이들에게 체험적인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장소가 충주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경찰청이 매년 추진해 온 교통안전체험교육장 건립사업에 따라 전국에는 총 71개소의 교통공원(체험교육장)이 산재해 있다.

충주에도 단월동 건국대학교부설 건국어린이집 뒷마당에 형식적으로나마 존재한다. 하지만, 이 시설은 5만8천㎡의 대전 어린이 교통공원, 8만㎡의 군산어린이교통공원 등 전국적 수준의 교통공원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작 330㎡ 부지의 어린이집 놀이터 통로에 횡단보도 몇 줄 그려놓고 교통표지판 10개 울타리에 꽂아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충북에서는 11880㎡의 제천 교통안전체험육장이 가장 넓고, 청주 용암동의 어린이교통안전교육장을 비롯해 음성, 단양 등 9개 소의 교통공원 중에서 충주가 가장 협소하다. 더군다가 사설 어린이집의 놀이터이기에 사실상 다른 어린이들을 위한 상설 교육이 불가능한 실정이므로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녹색어머니회 오경미 회장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왜 교통질서가 필요한지를 인식시키는데 현장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며 교통안전체험 교육장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청소년들에게 자전거 면허증을 부여하는 캠페인을 벌인 오 회장은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에게 교통안전 의식을 고취시켜주고자 마련한 캠페인이었지만 정작 그러한 행사를 치를 장소가 없어 시청 앞 광장에서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충주경찰서는 매년 교통안전체험교육장을 충주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행안부에서 국비 15억원을 지원해 준다 해도 사업비 25%에 해당하는 5억원의 시비가 확보되지 않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