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구 산남종합사회복지관장

헌 봉고차 때문, 사위가 취직을 했다고, 연락되지 않는 자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해 단칸방에서 병원 한번 제대로 못가고 쓸쓸히 죽어가는 노인. 학벌은 높고 취직은 안 되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청년들. 요즘 우리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들에게 미래는 있는가?

지난해 서울, 인천, 대전, 충북, 전남 지역 기초생활수급가구 539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급권 신청 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탈락되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탈락한 경우이다. 그러나 탈락가구 중 실제로 부양을 받고 있는 가구는 52%에 불과했다. 그만큼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올 들어 정부가 투명한 수급권자 관리를 위하여 사회복지통합전산망 가동을 실시한 결과 사회복지급여혜택을 받고 있던 800만명중 4만명 이상이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복지예산 누수, 사회복지공무원의 횡령 사건 등이 시초가 되어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개편했기 때문이다.

제1의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안정화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줄줄이 이어지는 수급권자의 탈락은 신 빈곤층의 가속화를 부를 것 같아 불안하다.

그동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선정기준이 과도하고 비현실적이어서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로 인하여 혜택 받는 대상자수가 상당히 적었으며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일반 수급가구에서 1인 가구비율이 74.8%로 월등히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은 쪽방이나 고시원, 여관, 여인숙에 47.5%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일반 수급가구의 점유형태는 무보증 월세 46.3%, 보증부 월세 23.3%, 자가 17.1%의 순이며 조건부과 수급가구는 보증부 월세 45.5%, 전세 23.5%, 무보증월세 15%순이었다. 문제는 수급가구의 46.6%가 부채를 가지고 있었고 조건부과수급가구의 부채비율은 65.2%에 달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절대빈곤인구 중 수급을 받지 못하는 410만여 명이 복지사각지대로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외형적인 선정조건만으로 수급권에서 내모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위해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좋다. 그래서 반쪽성과를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전자행정이 해결 못하는 반쪽은 어떻게 할 것인가? 행정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의 행복이 기계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행정시스템 개선보다 시급한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재산기준을 상향조정해야 하며 재산의 소득환산율도 완화해야 한다. 상대빈곤선제도를 도입하고 실질적인 자활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수급권자 권리확보 방안과 실질적인 전달체계 개선이 되어야 한다. 또한 효율을 통해 정치적 효과와 치적을 쌓으려는 수를 버려야 한다. 그 효율 때문에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가는 아동과 청소년, 청년 실업자, 독거노인이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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