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선거운동 기간·조합원 마찰 등 이유로 합동연설회 회피
‘조용한 선거’ 속 새 인물 검증 어려워 현직 프리미엄 절대적
요즘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농협조합장 선거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높은 관심과 투표율에 걸맞는 선거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합원들이 후보자들의 출마 소견과 공약 등을 쉽게 접하고 검토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수정 보완하여 현직 프리미엄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음성지역의 경우 지난 15일 실시된 금왕농협과 대소농협의 투표율이 각각 81.9%와 74.5%를 나타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감곡농협의 투표율도 83.4%로 나타나 세 곳 평균 투표율이 79.9%로 매우 높았다.

2명의 후보가 맞붙은 대소농협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1474명 중 1098명(74.5%)이 투표해 643표(58.6%)를 얻은 김창규 후보가 442표를 득표한 민관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실시됐던 감곡농협 선거에서는 3명의 후보가 나서 선거인수 1683명 가운데 1403명(83.4%)이 투표에 참가해 현직인 권태화 조합장이 869표(61.9%)를 획득해 압도적 승리를 거둬 재선에 성공한바 있다.
세 곳 중 대소농협 선거에서만 현직 조합장이 불출마 했다. 현직인 박화원(62) 조합장이 젊은 세대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생각으로 불출마해 신선한 미담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대소농협 투표율이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는 여론이다.
농협 조합장 투표율이 정치 관련선거 보다 매우 높게 나타나는 주된 이유는, 조합장의 경영 능력에 따라 조합원들의 소득에 직접적 영향이 있을 수 있는데다 투표소가 한 군데이기 때문에 후보자들 측이 투표 참여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높은 투표율에 비해서 조합원들이 실제 후보자들의 주된 공약과 소견을 소상하게 숙지하고 투표에 나서기보다는 작은 지역 안에서도 평소 인지도와 혈연 학연 지연 등에 의해 결정 되는 경향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선거에 임했던 현직 조합장은 “신문에 꼭 보도를 해야 하느냐”고 말해 조용한 선거로 현직의 이점을 살리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낙선자는 “후보자들 간에 공개 토론회나 공약 발표회도 없을 뿐 아니라 명함을 만들지도 못하고 공식 운동원을 둘 수도 없었다”며 “현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 관련 정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 했다.
현행 농협법에는 조합장 선거의 공식 선거일이 투표일 12일전으로 정해져 있다. 선거운동 방법과 관련해서는 선거공보·소형인쇄물발송, 전화·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 선전벽보 첨부,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 등 5가지 방법 중에서 3가지 이상을 해당 조합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중앙회부터 관련 규정 개정해야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농협에서는 짧은 선거 운동기간과 불필요한 마찰 등을 이유로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선택을 회피하고 있어 조합원들이 새로운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하기가 어려워 4년 임기동안 알려진 현직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낙선자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회 등도 없고 명함조차 없으니 집밖에 나가 봐야 할 것이 없었다”며 “선거운동 기간 동안 앞을 막고 서 있는 거대한 바위와 싸우고 있다는 생각에 초라함마저 느꼈다”는 자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나마 금왕농협은 합동연설회를 실시해 450여명의 조합원들이 5명의 후보자의 연설을 두 시간여 동안 자리를 지키며 농협 경영철학과 비전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민병대 조합장은 지난해 12월 하순에 2010년도 예산을 선집행해 금왕지역 경로당 수십 곳에 쌀을 배포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따라서는 사전선거 운동에 해당 될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역 농협의 이사를 지냈다는 한 인사는 “해당 농협의 선거관련 규정을 현실성 있게 개정해 올려도 중앙회에서는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선거 관련 개혁이 이뤄지려면 중앙회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협법 개정안이 2월 국회에서 처리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3월까지 집중 되는 농협 조합장 선거를 통해 나타나는 조합원들의 민심을 법안에 반영시켜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