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부처를 옮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다 헛소리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세종시는 "국가행정 중추기능을 서울에서 떼어내 세종시로 옮김으로써 서울일극의 과밀을 해소하고 전국을 골고루 발전"하는 것이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전국의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분산과 균형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인데, 그것을 못하겠다는 것은 서울중심으로 계속 가겠다는 것, 다시 말해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돈과 권력과 정보와 인재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중심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런 구조를 만들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만든 체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편입될수록 자신의 부와 권력은 점점 더 강해진다. 600년 전부터 육조거리를 휘저었던 고관대작들과 시전상인들이 그랬고, 일제강점기에는 총독부와 그에 빌붙은 친일매국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적했듯, 이제는 그 자리에 양대 보수신문사가 위세 좋게 서 있다. 흔히 얘기하는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 일제와 독재에 빌붙어 대다수 국민들의 고혈을 빨아 먹던 사람들이 여기 속한다. 수도 이전을 기를 쓰고 반대했던 한나라당, 조 중 동, 지금의 고관대작들, 그리고 이들에게 뒷돈 대는 재벌들이 그 면면이다. 이들에게는 수도권 집중이 축복이다. 헌법재판소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관습헌법까지 끌어들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군상은 서울에만 군림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수정안 지지를 선언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촌동네 토호들이 줄을 이으니 한심타 못해 서글프다. 그래봤자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로 인한 혜택이 가장 큰 충북은 철저히 배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직격탄을 맞았다. 충북도당국의 분석에서조차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본래대로라면 세종시를 중심으로 전국을 연결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세종시의 배후지역으로서 충북이 갖는 위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세종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고속도로, 공항 등 교통수단이 충북에 있고, 세종시의 배후기지 역할을 오송·오창 등 청원·청주 일대가 담당케 되며, 국토의 X축 개념상에 놓여 있는 청주 음성 충주 제천으로 이어지는 발전축이 세종시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참여정부시절 전국의 혁신도시를 지정할 때, 충북은 제외하려 했다가 충북의 반발에 최소한의 예산규모로 낙착이 된 것이 중부혁신도시다. 전국의 지방이 고루 분산 균형 발전의 효과를 누리게 됨은 물론이지만, 그중에서도 충북으로서는 역사 이래 최초, 최대, 최고의 진수성찬을 앉아서 받는 것이다. 그런데, 진수성찬 밥상을 차버리고 구걸을 나서야 옳단 말인가 한나라당 일각에서 수도권전철 연결과 청주공항 활주로를 세종시와 맞바꾸자는 얘기가 있나 본데, 천만의 말씀 헛소리에 불과하다.

길은 하나,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세종시 원안사수 외길이다. 그 길, 동일선상에 신행정수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리 되어야 하며, 그리 될 것이다. 결국엔 행정비효율도 해결되고 수도권 과밀도 해소되며 당초 목적한 분산 균형발전을 달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 길이다. 앉아서 먹을지 서서 구걸할지,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이제 더 이상 멍청도 소리를 후손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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