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강원도서 행방불명, 충주시 공무원 신원찾아줘

사망처리된 채 38년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정신지체 장애인이 면사무소 공무원의 도움으로 가족을 찾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북 충주시 이류면의 한 과수원 농가에 얹혀 살던 이철우씨(59).

▲ 면사무소 공무원의 도움으로 38년만에 가족을 찾은 정신지체 장애인 이철우씨(왼쪽)가 형수 고영순씨(61) 등 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충주시 제공)
이씨는 그의 나이 21살때 강원도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족과 떨어진 뒤 강원도와 충북지역 농가에서 '송광우'라는 이름으로 머슴살이를 했다. 가족들은 이씨가 죽은 줄 알고 그동안 제사를 지냈다.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의 한 농가에서 20여년을 지냈던 이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충주시 이류면 매현리 홍융기씨(54) 농가에서 농사일을 거들며 살아왔다.

고향도 나이도,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그는 송광우로 살았다.

이씨의 딱한 사연을 접한 충주시 이류면사무소 이동일 산업담당(48.농업6급)과 홍씨는 이씨의 실체를 찾아나섰다. 때때로 온전한 정신을 되찾는 이씨 역시 자신이 누구고,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었다.

단서는 보은에서 살었던 흐미한 기억 뿐이었다. 보은군 행정망를 통해 이씨의 주민등록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 담당과 홍씨는 이씨를 데리고 보은으로 달려가 이씨를 기억하는 사람을 무작정 찾기로 했다.

그가 머슴살이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은군 회인면 용촌리 용산골과 애곡리 복우실 일원의 노인들을 상대로 이씨를 아는 사람을 수소문했다.

이 마을에 사는 정진홍옹(71)으로 부터 이씨의 본명을 알게된 것으로 지난 9일이었다. 처음에는 이씨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정옹은 그의 이름이 철우이고 자신의 집에서 5년간 머슴살이를 한 것을 기억해냈다.

38년간 꼬여있던 운명의 실타래가 한꺼번에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보은군 회인면사무소 직원인 김영구씨(55)도 "너, 철우네"라고 다시한번 확인해 주면서 잃어버렸던 호적을 되찾을 수 있었다.

또 경찰을 통해 형수인 고영순씨(61)가 청주시 복대동에 조카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해 38년만의 가족상봉이 이뤄졌다.

고씨는 "시동생은 1980년께 강원도에서 행방불명돼 사망처리가 된 상태"라면서 "그동안 제사도 지냈는데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며 반가워했다.

지난 15일에는 새 주민등록증도 받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이제 안정적인 생활도 할 수 있게 됐다. 충주시 이류면사무소는 이씨의 생활을 최대한 지원하면서 정신지체장애인 등록절차도 밟아줄 계획이다.

이 담당은 "업무 관계로 홍씨의 과수원에 출장을 나갔다가 이씨의 딱한 사연을 접하고 도와주게 됐다"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이씨가 이제는 호적도 찾고 어엿한 국민으로 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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