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경위원 '동료위원 비방' 징계방침에 시민단체 '발끈'
도교위, 전국 최초 학교급식조례청원 부결, 2일뒤 정부 허용방침 발표

충북도교육위원회가 시민사회단체에서 요청한 학교급식지원조례 청원안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결시킨데 이어 이를 비판한 교육위원에 대해 자체 징계를 검토하는등 갈짓자를 걷고 있다. 도교육위원회는 지난 8일 제158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충북본부가 진옥경 교육위원을 통해 제기한 ‘학교급식 지원등에 관한 조례 제정 청원’에 대해 “상위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 실효성과 합법성에 문제가 있다. 도와 도지사의 권한사항이 많아 도교육위에서 조례로 제정하는 것이 적절치않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이에따라 본회의 의결을 낙관했던 진위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교육위에서 이 안건을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데도 조례제정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관계법령이 조만간 바뀔 상황인데도 이에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고 부결시킨 것은 도교육위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다른 교육위원들은 긴급 간담회를 갖고 “동료의원들을 모독한 발언”이라며 본회의 공개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정식 징계절차를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진의원은 ‘당연히 할 말을 했을 뿐’이라며 사과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교육위원원회의 학교급식조례 부결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부당한 것인지 따져보면 진위원 발언의 적절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지난 11일자 경향신문의 보도내용을 인용해본다.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 식재료비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초·중·고교에 음식재료 등 학교급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는 최근 전남도와 나주시 등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학교급식지원 관련 조례의 법적 근거를 정부가 지원키로 의견을 모은 데 따른 것으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관련 조례 제정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따라 학교급식지원 조례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충북도교육위원회가 조례 청원을 부결시킨 지 이틀만에 정부당국자의 입을 통해 작성한 신문기사다. 이에앞서 같은 신문은 이미 10월 23일자에도 교육부, 행자부가 국무조정실의 주도로 학교급식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결국 이같은 중앙부처의 움직임을 도교육위원회 청원심의 과정에서 감지했다면 전국 최초로 시민사회단체 네크워크의 학교급식조례안을 부결시키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대해 진옥경위원은 “소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다른 위원들이 상위법만을 내세워 반대의견을 제시하길래, 그럼 허용된 심의기간이 20일이니 의결은 뒤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그때 국무조정실에서 부처와 협의해 오는 18일께 ‘학교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처리를 강행해 나를 제외한 6명 위원들이 모두 반대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반대배경에 대해 고규광 교육위원은 “학교급식조례제정 운동 충북본부의 조례안은 다른 지역에 비해 도지사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지우는 내용으로 작성됐다. 누가 보더라도 도의회에서 검토할 내용이지 도교육위원회가 제정할 것이 아니었다. 주민조례 청원은 교육위원이 자구하나 수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행 규정에 따라 부결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도내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학교급식조례충북본부는 지난 8일 도교육위원회의 부결결정에 대해 항의해 도교육위원회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성명에서 “도교육위는 수많은 학부모와 시민들의 여망을 담아 준비한 조례안을 상정조차 시키지 않고 몇몇 교육위원들의 담합으로 부결시켰다. 이미 다른 5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의결한 내용을 트집잡아 가로막은 것은 주민의 뜻을 대변한다는 선출직 교육위원으로써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청원심사 소위원회의 재소집을 촉구했다.

국민운동으로 번진 조례제정운동은 지역 주민들이 자녀들의 건강한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학교급식을 만들기 위해 직접 생산한 우리농산물을 급식 식재료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관리토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전북도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1년여만에 충북을 비롯한 13개 광역자치단체로 확대됐고 11일 중앙본부 출범식을 가졌다. 지난 7월 일반회계에서 3억원을 마련,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 사용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의 전남 나주시 급식지원 조례안이 전국 최초로 기초의회를 통과했다. 지난 20일에는 전남도에서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 및 지원에 관안 조례안'이 처음으로 공포됐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법적 근거 미비를 이유로 전남도 조례안의 효력정지를 위해 대법원 제소 방침을 밝히면서 조례제정운동은 벽에 부딪히게 됐다.

하지만 조례제정운동의 걸림돌로 몇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행자부가 반대 근거로 내세우는 법적 근거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분리한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이다.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는 시.도지사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법령에 근거없는 재정을 지출할 수 없으며 오히려 지방자치법 조항에 의해 효력정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자부 재정과 관계자는 "전남도의 조례안 공포는 관계법의 근거없이 교육.학예에 관한 경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법 조례제정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급식 식재료에 대한 지원이 가능토록 하려면 학교급식법을 개정한 뒤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법체계 문제 외에도 외교통상부에서 제기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에 따른 국가통상문제 유발도 걸림돌이었다. 전남도 조례안은 나주시 조례에서 제기된 '우리농산물'이라는 표현이 WTO 협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우수농산물'로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 학교급식네트워크의 민원이 확대되자 국무조정실은 오는 18일께 우리농산물 사용 의무화, 급식형태 자율화, 급식비리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급식 개선대책’을 발표키로 했다. 또한 교육부도 행정자치부와 합의해 마련한 이런 내용의 개정안을 이달에 입법예고하고 12월 개정안을 공포할 계획이다. 도교육위원회 Q위원은 “정부방침이 개선안쪽으로 가는 줄 몰랐다. 8일 소위원회 당시 진위원이 진작에 이러한 중앙부처 움직임을 설명해 주었다면 전체 위원들의 판단이 변할 수 있었다. 명분보다는 규정에 근거해 결정한 사항이지만 주민들의 의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진옥경 교육위원, 언론 집중포화의 배경은)

지난해 10월 청주참교육학부모회 회장출신인 진위원이 비경력 출신으로 도교육위원 선거에 당선되자 지역의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의 기쁨은 두배였다. 그동안 진보적 지역인사가 청주시 등 기초자치단체 지방의원으로 진출한 경우는 있었지만 도교육위원으로 입성하기는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전체 7명이 교육위원 가운데 홍일점인 진위원은 4대 교육위원 출범 초기부터 ‘언론과 기관의 불합리한 관행 타파’를 공식선언하는등 출입기자들의 신경(?)을 거슬렸다.

최근에는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심의 과정에서 언론홍보비 삭감을 요구해 도교육청 300만원, 충주 제천시 각 140만원 등 총 580만원을 깎아내렸다. 그러자 지역언론은 진위원의 학교급식조례 부결직후 교육위원 ‘직무유기론’ 등 본회의 발언을 대서특필하는가 하면 지난달 도교육위가 발행한 <충북교육자치> 6호에 기재된 칼럼내용을 문제삼았다. H일보는 11일자 기사에서 칼럼내용 가운데 ‘부패한 언론, 기자들 무례한 주문’ 등의 내용이 '언론을 폄하했다'며 사회면 톱기사로 취급했다.

문제의 글내용은 “도교육청 기자실 예산을 삭감해 도민들에게 그 이익을 환원하고 언론부패척결에 앞장서려던 개혁의지가 관철되지 못한 졈" 부분과 “도교육청 기자들은 집행청을 비판 견제하는 도교육위 활동보도에 인색하거나 무례한 주문도 서슴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진위원의 글은 충북기자협회로부터 공개사과와 함께 공개질의서를 요구받는등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지만 정작 진위원은 “양심에 따라 판단한 일이기 때문에 하등에 사과할 부분이 없다. 지방언론을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기자단이 도교육위원회에 일방적으로 회식요청을 하고 그나마 그 약속을 임의로 변경하는가 하면 나이든 교육위원들에게 체육대회 개최까지 요청하는 것은 무례한 주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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