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없이 의회서 통합절차 '마무리'
청주 청원은 제자리걸음, 반대목소리만 부각

경남 마산시의회와 진해시의회가 마침내 '마산ㆍ창원ㆍ진해시 통합안'을 찬성 의결했다. 창원시의회는 처음부터 찬성해 3개시 통합이 사실상 확정됐다. 통합절차에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진해시의회는 7일 '마산ㆍ창원ㆍ진해시 통합안에 대한 의견제시의 건'을 찬성 8표, 반대 5표로 결정했다. 마산시의회 역시 이날 21명 전원이 찬성 18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찬성 의결했다. 창원시의회는 1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마산ㆍ창원ㆍ진해 시의회가 낸 통합안 의견을 종합 검토해 자율통합을 추진한다. 자율통합 추진 대상 지방의회가 모두 찬성하면 주민투표를 생략할 수 있다. 자율 통합이 확정되면 행안부는 '창원ㆍ마산ㆍ진해 통합시 설치법안'을 만들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내년 2월까지 가결한다. 3개 도시가 통합하면 인구 108만여명의 대단한 인구를 가진 도시가 탄생된다. 인구 106만여명의 수원을 제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청주·청원은 제자리 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양 지역 주민들은 통합에 대한 열망이 크나 아직도 반대목소리만 부각되고 있다. 현재 통합에 대해 가장 현실성있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2014년이면 정부의 행정구역개편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전국을 60~70개의 광역행정구역으로 나눈다는 것이어서 청주·청원이 통합을 이루지 못할 경우는 강제통합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 신분보장, 구청 2개 설치
윤종진 행안부 자치제도과장은 지난 7일 청원군 공무원 130여명을 대상으로 자율통합 설명회를 가졌다. 윤 과장은 이 날 통합의 기대효과, 공무원 신분보장, 구청 2개 신설 등을 설명했다. 그는 “동일한 생활권, 경제권에 속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넛형 행정구역으로 남아있는 곳이 청주·청원이다. 만약 이번에 통합이 안되더라도 향후 지방행정체계 개편이 논의될 때마다 통합추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말은 이번에 통합이 불발돼도 정부에 의해 강제통합 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와 자율통합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청주·청원지역도 양 의회의 찬성의견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주민투표를 생략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혀 청원군의회의 의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청주지역의 여론주도층들은 대부분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이태호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은 “많은 기업인들이 청주와 청원 통합을 원하고 있다. 양 지역의 분리로 행정시스템이 각각 다른데다 청주와 청원이 견원지간으로 사이가 좋지 않아 기업인들은 불편한 점이 많다. 오창과학단지, 오송첨복단지, 청주국제공항 등 주요 현안사업들이 청원군에 들어서 있는데 통합이 되면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상해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갈등조정이다. 청주와 청원이 10여년 동안 통합을 가지고 갈등하는 것을 정치권은 풀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민주당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통합은 대세이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양 지역이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내 한나라당은 세종시에 발목이 잡혀 있고 민주당은 “통합찬성하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꼴이 돼서 반대한다”며 소극적이라는 게 지역여론이다. 우리지역 일을 우리 손으로 해결한다는 주인의식이 필요한 때다.
"고향 위한 일...변화 두려워 말자"
릴레이인터뷰<3> 정균영 청원·청주통합군민추진위 집행위원장 
그러면서 “젊은층들은 통합을 반대하고 노인층들은 찬성하는 기류가 있다. 젋은층들은 현재 청원군 행정에 관여, 군의 눈치를 보는데 반해 노인층들은 이해관계가 없어 자유롭게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시골 경로당에 가보면 양측간에 확연한 입장차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군지역을 돌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부분은 주민들이 반대단체에 의해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놓고 통합에 대해 알아보려고 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이 되면 세금이 올라가고, 혐오시설이 들어서며 농촌이 소외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2014년이면 전국에 강제통합 바람이 불 것이다. 만일 올해 청원과 청주가 통합하지 못하면 통합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청원군의원과 직능단체장, 이장, 군수 등은 덤터기를 뒤집어 쓸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통합이 성사되면 행안부로부터 막대한 인센티브를 받고, 주민 손으로 이뤄냈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얼마나 좋은가. 통합은 주민의 의사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합과 관계없이 주민자치운동 필요”
정 위원장은 또 청원·청주지역이 다른 지역의 통합추진과 맞물려 돌아가나 예외지역으로 인정받고 절차도 별도로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지역은 다른 곳과 달리 15년 동안이나 줄곧 통합여론이 있어왔고 두 번씩이나 부결된 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청원군 강내면 월탄리가 고향이다. 대학 때, 이후 외국에 나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 곳을 떠난 적이 없다. 현재 집행위원장으로 동분서주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자신의 고향을 위해 일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중앙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한때 서울에서 벤처기업을 경영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후 고향인 청주로 내려와 마을신문인 한우리신문을 발행했으나 경영난으로 2년만에 폐간했다. 지금은 사단법인 자치분권연구소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05년 통합 주민투표를 실시했을 때 부결되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책임의식을 느끼던 중 다시 통합운동이 점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청원·청주통합군민추진위 발족에 주도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운동을 한다고 하면서 나의 고향 일에는 눈감고 있는 식이 돼서 본격적으로 참여했다”는 게 그의 설명.
정 위원장은 “통합여부를 떠나 청원군에 지방자치 시스템이 작동하는가 궁금하기까지 하다. 주민이라면 옳고 그른 것을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군수라는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주민자치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며 관선시대보다 더한 관선시대를 살고 있는 청원군 주민들은 주민자치라는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군 지역내에서 청원·청주 통합이 자유롭게 여론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군수를 포함한 기득권층들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볼 때 주민자치운동은 매우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