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제 등 제도 사슬에 묶이고 … 비리의원 등 제 발등에 찍혀 신뢰 상실

지난 13일 충주시의회 임시회에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동안 변변찮은 견제기능으로 인해 존재이유를 의심받던 충주시의회가 모처럼 가시 돋친 발언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최병오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충주시의 시유지 대토와 특정기업 특혜의혹 및 시장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까지 내걸린 패션의류공단 철도노선 문제 등에 시의회가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진상 조사를 위한 특위 구성과 정당공천제로 인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배경까지 주장했다.

▲ 충주시의회 의원 19명 중 10명이 김호복 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까닭에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는 자성과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충주시의회 본회의 장면.
최병오 의원의 침묵을 깨는 반란(?)에 힘입어 16일에는 김호복 충주시장이 출석한 가운데 이종갑 의원이 최근 특혜 의혹에 대한 질의를 던졌다. 이종갑 의원의 질의는 시장의 특혜의혹을 추궁했다기보다는 해명할 기회를 준 쪽에 더 가깝지만 사전 논의된 시정질의에는 없던 질문이었다.

이들 두 의원들의 전례가 드문 역동적인 활약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료의원들조차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왜 이러한 의회가 되었을까.

내년 6월 30일까지 임기인 제5대 충주시의회는 류호담 의장을 포함해 19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과반수를 넘는 10명의 의원이 김호복 충주시장과 함께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이고 5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양당 2인씩 성매매의혹을 받은 4명의 의원들이 탈당을 통해 무소속 상태로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성향상 60%가 넘는 든든한 우군을 가진 김호복 시장이다.

총무위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명권 의원은 의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의원들이 비판과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생존을 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판이라 함은 유권자들의 심판을 뜻하지만 갈수록 낮아지는 유권자들의 투표참여율과 무관심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당원들에 의한 묻지마 투표형태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공천이 곧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직접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하진 않지만 김호복 충주시장의 시정에 딴지라도 걸면 해당행위로 비춰져 공천에 악영향을 입게 될 것이 두려워 소신껏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충주시의회가 침묵하고 있어도 이를 비판하는 단체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사무국장 백형록씨는 “오죽하면 민노총이 우리 영역을 넘어서 시정에까지 목소리를 내겠는가”라며 감시와 비판 기능을 상실한 민간 단체들의 현재 처지를 비판했다. 보조금이라는 미끼를 문 단체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충주시의회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정당제 공천도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아니다. 의원들 스스로가 품위를 손상시키다보니 소위 말발이 안서는 것이다. 모처럼 발언다운 발언을 한 두 의원들조차도 다른 동료의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음주운전과 성매매의혹을 받은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신 모 의원은 장뇌삼 보조금을 횡령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기 했다. 가족을 통해 지난달 말 사직서가 류호담 의장에게 전달되었지만, 한 달이 되 가도록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의회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 뒤늦게 여론에 뭇매를 맞자 지난 23일 의장단 회의를 통해 논의키로 했으나 이마저도 일부 의원의 불참으로 무산되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지만, 충주시의회가 사직서를 수리하거나 자체적으로 제명을 하지 않는 이상, 해당 의원의 항소로 인해 대법원판결전까지 의정비와 월정수당 등 월 285만원의 세비가 꼬박꼬박 지출되게 된다.

윤리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의원들의 성매매의혹과 음주사건, 보조금 횡령사건 등 역대 최악의 품위 잃은 의회였음에도 제5대 충주시의회는 4번의 특위 일정을 위한 회의를 포함해 겨우 다섯 차례만 윤리특위 회의를 열었다.

성매매의혹 의원들을 징계하고자 했던 단 한 번의 윤리특위마저도 입장이 난처했던 일부 소속위원의 사임으로 정족수가 모자라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채 의미없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후반기 윤리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인규 의원조차도 불량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윤리특위가 앞서서 논의할 수 없는 지방자치법과 조례가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법과 조례에 따르면 윤리특위에 회부될 의원이 있을 경우 본회의를 통해 안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안건 성립은 의장직권과 위원장보고, 의원 1/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빈사상태에 빠진 지방의회를 되살리는 방법은 오직 유권자의 심판밖에는 없어 보인다. 어느 권력이고 스스로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충주시의회 19명의 의원들 중 현재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단 3명뿐이다. 내년에는 몇 명이나 다시 살아 돌아올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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