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1장 360원 →489원…40%나 ‘껑충’
정부지원 시설현대화 사업도 ‘그림의 떡’
지난달 7일 국제유가가 최저점(69.88달러)을 기록한 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배럴당 70~80달러 선을 형성하면서 도내 주유소의 소매가격도 크게 올랐다. 덩달아 지난달 29일 지식경제부의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판매가격 지정에 관한 고시’에 따라 인상된 연탄값이 지난 1일부터 적용돼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특히 최대 36%나 인상된 연탄가격으로 연탄 수요량이 많은 시설화훼농가의 시름은 커져가고 있다.

청주 인근에서 알로카리아·관음죽 등 열대 관엽식물을 재배하고 있는 A씨는 정부의 연탄값 인상 발표가 사형선고처럼 느껴진다. 991㎡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2년째 식물을 기르고 있지만 정성들여 가꾼 나무가 경기침체와 맞물려 판매가 부진한데다 연탄가격마저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A씨는 “올 겨울을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각광받으면서 여느 이맘때 같으면 알로카리아는 가장 좋은 가격에 상품화를 할 수 있는 식물이다. 하지만 수요가 급격히 줄 것으로 예상돼 도매상들이 제값에 사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연탄가격마저 올라 이대로 겨울을 나면 난방비도 뽑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구 진천화훼수출연합회장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꽃 수요가 줄어든데다 신종플루로 인해 행사마저 모조리 취소돼 꽃 판매량이 지난해에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가격이 오르기 전 2000장의 연탄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정도의 연탄으로는 한 달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일반 꽃도 마찬가지지만 시설화훼를 하려면 겨울철에도 실내기온은 20도 이상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매일 연탄 80장 이상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A씨의 비닐하우스에는 연탄난로 9개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한 달에 2400장의 연탄이 소요된다. 지난달 중순 A씨는 연탄 2000장을 72만원에 구입했다. 연탄 1장에 360원 꼴이다. 하지만 3일 현재 연탄을 구입하려면 1장당 최대 489원을 지불해야 한다. 35.8%가 인상된 가격이다.
지식경제부의 고시로 지난달까지 1장당 287.25원(공장도가격)하던 연탄이 1일부터 373.5원으로 30%(86.25원)인상됐다. 소비자가격도 크게 올랐다. 연탄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유지묵 씨(36·대경연탄)는 “연탄은 배달장소와 물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지난달까지 최저 360원에서 380원에 판매했던 것이 이달부터는 440원에서 480원으로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A씨의 농원은 한 달 난방비로 86만4000원이 들었지만, 올해는 117만3600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30만9600원이 더 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설화훼농가가 4월초까지도 난방을 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겨울철 난방비로 150만원 이상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산업용 수요 늘었다" 정부보조 격감
영세서민들의 대표 난방원료인 탓에 연탄은 정부의 지원속에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탄 1장의 생산원가는 490.25원이었고, 공장도가격은 287.25원이었다. 원가보다 판매가격이 낮은 것이다. 바로 차액인 203원을 정부가 보조하기 때문이다. 정부보조금을 지원받는 유일한 원료인 연탄은 세입원인 석유와 가스 등 타 에너지원 사용자로부터 조성된 에너지특별회계자금에서 생산비를 보조받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정부의 보조가 크게 줄었다. 그동안 영세서민을 위해 가격인상을 자제했지만 연탄 소비를 분석해 보면 화훼농가 등 산업용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재정부담을 가져가기 힘들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영세서민들이 연탄에 의존하고 있고,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화훼농가 또한 영세한 농가라는 점이 문제다.
도내 시설화훼농가는 모두 246호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화훼농가들은 올해 정부보조금 지원사업인 ‘FTA기금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전기난방방식으로 전환했다. 진천화훼수출연합회 김영구 회장은 “진천 60개 시설화훼농가들은 대부분 전기난방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영세농가들이 연탄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난방으로 전화하려고 해도 자부담 20%가 들어가기 때문에 당장 연탄가격을 걱정하는 농가에게는 그림에 떡이다. 김 회장의 경우도 전기난방기로 교체하는데 총 1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정부에서 보조받은 비용은 4000만원, 본인이 2000만원을 들였고, 4000만원은 융자를 받았다. 결국 6000만원을 당장이든 이후에든 농가가 60%를 책임져야 한다.
충북도에 따르면 내년에도 시설현대화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은 점차적으로 연탄수요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화훼농가의 경우 지열히트펌프를 이용한 지열난방과 버려진 나무껍질과 톱밥을 압축해 만든 연료를 사용하는 ‘펠릿(pellet) 보일러’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예비수요조사를 마쳤고, 예산도 확보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자부담을 피할 수 없어 영세농가의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
석유값이나 연탄값이나
유지묵 씨는 “일반적으로 3·4월에 연탄가격을 인상했다. 연탄가격은 해마다 인상되고 있어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성수기를 앞두고 연탄가격을 인상한 것은 이례적이다. 비수기에 연탄값을 인상할 경우 다른 난방재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당장 바꿀 수도 없어 가격을 올려 연탄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실현되기 어렵다. 연탄사용자들은 결국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겨울을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72㎡ 기준으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한 가정이 겨우내 떼는 기름의 양은 4~5드럼 정도다. 난방유 가격이 드럼당 19만원 꼴인 것을 감안하면 을 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90만원 선이다. 같은 기준으로 연탄 수요는 1500~2000장 정도가 들어간다. 2000장이면 97만 8000원이다. 따뜻하게 겨울을 나느냐 조금 춥게 겨울을 나느냐의 차이지, 지금 가격이라면 석유나 연탄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연탄가격 인상에 따라 저소득층과 기초생화수급자를 대상으로 전액국비로 지원하는 ‘연탄지원 쿠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체 연탄사용 가구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에서는 지난달까지 2930명이 쿠폰을 지급받았지만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연탄을 때고 있는 가구는 27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쿠폰을 지급받지 못한 연탄보조금 가구가 12만 가구에 달한다는 것이 연탄은행의 분석이다.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연탄사용 가구는 다른 연료로 대체할 수도 없어 고스란히 피해를 입어야 하는 상황이다. 추운 겨울을 나야할 서민들의 가슴은 연탄구멍만큼이나 휑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