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대표와 담판서 결정, 공식 발표시기 저울질
4대강 사업예산 공개하며 공세, 여야 선거구도 ‘꿈틀’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인 이시종 국회의원(충주)이 오랜 장고 끝에 최근 충북도지사 출마 결심을 굳혔다. 이제 공식발표만 남겨둔 상태이며, 이미 강력한 라이벌이 될 정우택 지사와 ‘전초전’도 치렀다.

▲ 이시종 의원
이 의원의 출마결심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도왔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의원과 손 전 대표는 2주일전 주말에 모처에서 만나 도지사 출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출마 확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결심을 하기에는 손 전 대표의 ‘압박’이 주효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범덕 진로 주목
이에 대해 이 의원측은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은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보좌관은 “도지사 출마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니며 연말이나 내년 초에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이 의원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일내에 당안팎에서 출마를 공식화하고 의원직 사퇴등의 수순을 밟으며 출마장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의 출마결심이 확인됨에 따라 당 안팎의 구도가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내에서는 한범덕 전 행정자치부 차관등과의 경선 또는 합의 추대를 위한 물밑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차관이 최근까지도 도지사 출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나 당내 경선을 통한 후보자 확정이라는 ‘경선 레이스’가 실제로 벌어질지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 의원이 출마결심을 조기에 한 것도 한 전 차관에게 마음의 결정을 빨리 하라는 메시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종 도지사 후보-한범덕 청주시장 후보’ 체제를 바라는 당내 일각의 분위기를 조기에 정착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에서는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홍재형 의원 출마설등이 잠재워질 것으로 보이며, 청주시장 및 충주시장등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후보구도도 조기에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차관측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조기에 도지사 후보로 확정될 경우 곧바로 선거체제를 위한 당직개편 등 새판짜기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6명이나 있는데도 1명에 불과한 한나라당 도당에게 성명전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체제를 바꿔  ‘강한 야성(野性)’을 갖는 친정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4대강 예산으로 정지사 ‘압박’
이 의원은 출마 결심을 굳힌 후 곧바로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행정관료 출신인 그로서는 드물게 정우택 도지사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4대강 사업 관련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이날 이 의원측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 22조 4000억원 중 충북 사업은 3.76%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발표는 지역언론에 대서특필됐다.

▲ 정우택 지사
이 의원은 ‘선공’은 지난 8일에 국토해양부와 충북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도 충북지역의 주요 SOC사업예산이 올해 1조 2551억원의 절반 수준인 659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데 이어 두 번째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충북도가 이틀이 지난 20일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충북지역 전체 사업비가 2조 3748억원에 이른다고 반박했으나 그다지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자치단체가 먼저 확인했어야 할 예산규모를 밝히지 않았다가 국회의원이 발표한 다음에 반박하듯이 내놓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질타를 사기도 했다.

민주당 주요인사들의 방향타에 따라 ‘대어급’ 후보를 영입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자유선진당의 입장에서도 이 의원의 출마결심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종 의원의 결심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에게 ‘선거전이 시작됐구나’라는 느낌으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이시종은 ‘도지사’, 손학규는 ‘당권’
대선 당내경선때 손 전지사 선거대책본부장 맡기도

손학규 전 대표가 최근 회동을 통해 이 의원의 도지사 출마결심을 이끌어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손 전 대표와 이 문제를 상의했는가 하는 점이다.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계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김부겸, 송영길, 조정식, 김동철 의원 등과 함께 범손학규 진영으로 분류된다. 손 전대표가 강원도에서 칩거하다가 4.29 재보선을 앞두고 충주로 이사한 것도 이 의원과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가도를 달릴 때 손학규 예비후보의 충북경선대책본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하는 등 오랜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손학규 경선캠프에서는 오제세 국회의원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와 한백현 전 열린우리당 도당 상임고문이 고문을 맡았다.

 이밖에 당시 정현명 전 내일신문 충청본부장, 노광기 전국어린이집연합회장, 양재옥 충북여약사회장, 박종천 전 충북일보 정치부장, 이주희 전 충북선진평화연대 집행위원장등이 합류했었다.

한편, 손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이후  민주당의 ‘포스트 DJ' 경쟁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DJ의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하기도 한데다 박지원 의원이 친 손학규계라는 점도 당내 경쟁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전 대표의 당권 경쟁은 오는 10월 열리는 재보선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양측의 입장에서는 이 의원이 충북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하고 손 전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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