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신설후 영세민 자연촌락 합산과세 매년 수억원
전통문화 유지 비과세 힘들면 분리과세… 법정비 요구

천년의 역사를 가진 청주향교가 세금폭탄에 문을 닫을 판이다. 청주향교는 고려성종 6년(987년)에 공교육기관으로 설치되었으나 갑오경장이후 서구의 교육제도가 들어오면서 교육기능은 상실하고 봄·가을로 성현께 제사를 지내는 기능만 남아 있다.

또한 전통문화 계승발전과 문화재 유지 관리 및 한자와 예절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비영리 시설로 어린이집과 경로당 무료급식 등 보육 및 사회복지사업까지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세금폭탄을 맞은 청주향교가 최근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면 지방세 감면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경은 자연촌락이 형성된 청주향교.
하지만 이 같은 청주향교가 지난 2005년 지방세법 개정과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막대한 세금이 부과 되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청주향교는 종합부동산세 신설 이전인 2004년엔 종합토지세 2297만원 상당만을 납부해 왔다.

이는 향교재산법상 국공유재산과 다름없이 처리되던 충북 향교재단 소유의 땅 15만 3771㎡(4만 6597평)에 대해 종합토지세만 부과한 경우다. 청주향교는 자연촌락이 형성되면서 건축주로부터 쌀과 보리 등 현물로 도지(賭地)를 받아 이를 충당했다.

향교 "비영리시설… 도지로 겨우 세금내"
청주향교 이강선 총무국장은 "도지라 해봐야 쌀이나 보리쌀 몇 섬을 받는 정도였다"며 "영세민들이라 수익에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전통문화를 유지하는 비영리 시설인 향교를 유지하기 위해 그나마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주향교는 이후 현물 대신 임대료를 받고 있다. 연간 대지 임대료만 2000여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되기 이전에 빠듯하지만 종합토지세를 내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종합부동산세 신설이후 도지를 받고 있는 청주향교는 영리사업자로 간주되어 건물 소유주가 따로 있음에도 토지와 함께 묶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과세하기에 이른다.

2005년엔 종부세 310만원에 재산세 182만원 등을 합쳐 2135만원 상당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6년엔 종부세 8560만원에 재산세 1700여만원을 합쳐 1억 260만원 상당이 부과됐다. 2007년에도 종부세 1억 790만원과 재산세 1755만 6190원을 합쳐 1억 2545만 6190원이 부과됐다.

그러나 재원마련이 마땅하지 않았던 청주향교는 끝내 이를 납부하지 못하면서 2006년과 2007년분을 강제 추징당했다. 청주향교 박영순 전교는 "진천향교 재단이사장으로부터 부동산 매각대금을 일부 빌려 납부했다"며 "하지만 이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향교측, "재단소유 땅 사실상 국공유지"
박 전교는 "향교재단은 성현께 제사와 교화사업을 하는 비영리 시설에 불과하다"며 "재원마련이 마뜩하지 않아 유림(노인)들의 성금과 향교운영 기본적립금 2억원에서 나오는 과실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향교재산법상 아직도 향교재단 소유의 땅은 도지사의 전결을 받는 국·공유재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지금의 현실은 국유지를 팔아 세금을 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며 "1천년을 이어오며 인성교육의 요람으로 전통문화를 지켜온 청주향교가 막대한 세금을 내기 위해 문을 닫아야 하겠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지방세법 개정과 지방세 감면조례 제정을 통해 전통문화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향교측은 합산과세를 하는 종합부동산세가 이중과세란 이유 등으로 위헌판결이 내려졌으므로 강제추징 한 종부세를 되돌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 토지와 주택에 대한 세금을 합산해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분리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청주향교재단이 소유한 것은 땅 뿐인데 87년 건축법이 정비되기 이전에 자연촌락으로 형성한 개인 소유의 주택까지 합산해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도지를 받는다고 해서 영리재단으로 분류해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청주향교측이 이 같이 주장하는 데는 재단 소유의 대지(땅)위에 지상권이 설정된 130여 채의 가옥 중 50%가 개정 건축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신고조차 안 된 것이 많다는 이유다. 청주향교 이 총무국장은 "대부분이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 가옥으로 도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은 50%도 안 된다"고 말했다.

명도소송, "영세민 내쫓아야 얻는 것 없어"
그는 또 "종부세를 내지 않기 위해 대지를 비워 달라고 명도소송을 해서 이긴다 해도 영세민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 같은 딱한 사정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청주향교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의 말은 다소 일리가 있다. 실제 전국 16개 시군의 234개 향교 중 광주(1), 전남(28)의 29개 향교(12.4%)는 비과세 대상이다. 이는 이들 향교시설이 본래의 목적인 성현께 제사와 교화를 위한 시설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향교 건물과 땅 이외에 개인소유의 건물인 주택군이 없어 종부세 대상이 안 된다는 말이다.

이는 대구(3)도 마찬가지로 납부후 환급절차를 받고 있다. 대구향교 도수창 총무국장은 "대구향교는 향교 건물 이외의 다른 건축물이 없다"며 "종부세 대상지가 아니라 5년치를 환급 받았다"고 밝혔다. 청주향교는 이들처럼 비영리시설로 비과세를 할 수 없다면 분리과세를 통해 기존 종합토지세만 납부하길 바랐다.

또, 이를 제도적으로 정비해 지방세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조금 더 내더라도 국세인 종부세를 감면하는 지방세법 감면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김갑중 시의원(54·성안 탑대성동 금천 용담명암산성동·한나라당)은 "지방세법을 근간으로 하는 지방세 감면조례는 상위법상 근거가 없어 제정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각종 서류를 검토해 봤지만 청주향교는 주택군으로 종부세 감면대상이 아니다"며 "토지군일 경우 재산세만 내면 되지만 현행법상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이상 행안부 질의를 통해 대안마련을 위해 노력해 볼 생각이다. 지금으로써는 국토행양부와 재경부 등의 부처간 협의로 관련법 정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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