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괴산 사리면 유족회 건립, 희생자 79명 명단, 학살경위 새겨넣어도
최초로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학살된 보도연맹원에 대한 위령비가 제막된다. 괴산군 사리면 학살희생 양민유족회(회장 이제관)은 3일 사리면 사담리 모래못 도로변 부지에서 ‘위령비 제막식 및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높이 4m의 위령비에는 ‘남한정권 불법 민간인학살 희생 괴산 사리면 양민 제위’라는 비명과 함께 억울하게 숨져간 79명의 이름과 사건의 진상, 위령비 건립 후원자 명단을 새겨넣었다. 제막식이 열리는 3일자로 창립 1주년을 맞게 된 ‘사리면 유족회’는 84명의 유족·생존자로 구성해 자체 성금모금으로 위령비 건립을 추진해왔다.
사리면 희생자들은 한국전쟁 발발 몇일 후인 50년 7월초 경찰지서에서 보도연맹원들을 소집한 뒤 증평 양조장 창고에 5일동안 감금됐다가 청원군 북이면 옥녀봉에서 퇴각하는 국군에 의해 집단 학살 당했다. 당시 양조창 창고에서 천우신조로 살아온 우홍원(85)씨는 “먼저 피난시켜준다고 모이라고 하구서는 그냥 차에 실어다가 가둔거여. 며칠있다가 비오는 날에 다 끌구 나가다가 나하구 몇사람은 군경가족이라구 해서 살려준거여”라고 말했다.
유족회는 당초 올 3월 위령비 제막식을 가지려 했으나 상이군경회 등 지역 보수우익단체에서 반대의견을 내세워 2차례 일정을 미루는 산고를 치러야 했다. 서울에 거주하며 유족회 실무를 맡아온 윤갑진씨(69)는 “유자녀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뜻을 함께 해 결실을 거두게 됐다. 특히 후손이 없는 20여분의 넋을 합동위령제로 모시게 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후손들이 이 위령비를 보고 우리 역사에 동존상잔의 이같은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산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족회는 자체적으로 총 2300만원을 건립모금해 84평의 부지를 마련하고 위령비 제작을 의뢰했다. 모금 초기과정에 서울 출향인사인 곽덕근씨가 1000만원을 쾌척해 유족들의 모금에 불을 지폈다.
사리면 유족회 창립부터 연대활동을 해온 ‘충북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위한 대책위원회’ 이효신팀장은 “사리면은 희생자가 밀집된 지역이라서 유족회 구성이 용이했다. 북이면 옥녀봉 이외에 오창 양곡창고, 남일면 고은리 등 청주권 주변에만 400명이상 집단 학살된 현장만 3곳에 달한다. 사리면 위령비를 계기로 역사의 희생양으로 숨져간 분들을 위한 위령사업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극우단체의 반대로 사리면 위령비에 ‘국민보도연맹’이란 단체명을 쓰지못하고 ‘전향민간인’으로 쓴 것처럼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넘어야할 이념의 골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