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시민감사관 30명 위촉… '유명무실론' 대두
필요따라 연간 한두차례 간담회…전시행정 눈총
청주시가 시행하고 있는 시민감사관 제도에 대해 유명무실(有名無實)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도 시민 감사관으로 위촉되어 활동해 본 경험이 있는 시민들 사이에서다. 시는 지난달 26일 임기 2년의 '제 2기 시민감사관' 30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각 동에 1명씩 모두 30명을 위촉한 것이다. 대상자는 지역에서 덕망이 있고 동향에 밝은 사람으로 동장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시민감사관들이 바라보는 시정은 그리 탐탁해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일단 정식으로 협의체가 구성되어 있지 않아 내규나 운영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기 모임도 없이 시의 필요에 따라 상·하반기 두 차례 모이는 것이 고작.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주시 제 1기 시민감사관이 2년 동안 활동하면서 시민불편사항 등을 시정에 반영토록 요구한 것은 고작 1인당 2건 안팎에 불과하다.
즉 시민감사관 1인당 연간 1건 정도의 시민불편사항을 시정에 반영했다는 얘기다. 정식 협의체가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활동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다만 연간 1∼2차례 시정 간담회에 참여한 수당으로 1회당 7만원의 실비가 지급됐다. 시 관계자는 "이는 청주시 각종 위원회 회의수당 관련 조례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시민감사관, 필요하면 정례화 돼야##
청주시 시민감사관들은 공식협의체 구성과 회의 정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가 시정홍보를 위한 형식적이고 생색내기용 시민감사관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면 행정의 신뢰성(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시민감사관 제도의 협의체 정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감사관 제도는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시는 현재 오랜 관행처럼 자치행정과를 통해 청주시 30개 동의 각 통장들로부터 동향파악을 하고 있다. 또, 120 바로콜 센터를 통해 접수 받는 각종 시민들의 민원을 긴급 처리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즉 생활 속의 시민 불편사항을 파악해 긴급히 처리하기 위한 제도와 너무도 닮아 있다.
자칫 시정홍보를 위해 부서마다 유사한 시민기구를 만들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시는 올해 이들 시민감사관들에게 지급될 회의 수당으로 12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시는 '시민감사관 제도'는 시민에 의한 자율적인 행정통제와 감사행정에 대한 시민참여 확대를 위해 마련한 제도임을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열린 감사는 시민의 알권리 충족에 도움이 되고 행정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들은 각종감사에 참여하고 공무원 비리와 주민불편사항의 제보는 물론 주민들의 생활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법, 부당사례를 제보한다. 이는 잘못된 행정 처리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민원에 대해 즉각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市, "명예직…예산낭비 우려"##
또 "시민감사관은 민원현장의 중재자 및 시정 홍보요원으로서 활동하게 된다"며 "이는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취약지의 불법행위에 대해 시민이 감시하고 시민 스스로가 권익을 보호해 행정의 불신을 해소하는 기능도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 감사관들은 "행정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시민 감사관제도를 시가 채택했다면 보다 정례화 하고 운영지침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시민감사를 통한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엔 공감하면서도 '협의체 구성과 회의 정례화'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시민감사관 협의체의정례화는 위원회의 증가를 불러와 예산낭비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감사관들은 "행정감사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시가 도입한 만큼 꼭 필요하다면 예산 지출을 겁내선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 감사관 대상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시정에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는 인사로 구성되다 보니 전문성 보다는 마을 직능단체원들이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민감사관은 동소식과 시정에 밝은 대학교수와 영어강사, 통장, 바르게 살기 협회원 등 주로 직능단체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여성할당제(최하 40%)를 고려해 57%는 여성이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시민 감사관은 명예직이다. 동 소식에 밝은 사람을 동장의 추천에 의해 임명하다 보니 다소 중복되는 사람이 있다. 시민감사관 협의체를 정례화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시민 감사관의 현장 모니터 사안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그렇지 않아도 시민 감사관 대표를 뽑아 시장 면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자체 감사 관행 바뀔까
청주시 행안부 포괄적 감사 위헌판결 고무
청주시가 행안부 포괄적 감사에 대한 위헌판결에 고무되어 있다. 무리도 아닌 것이 전국 사회복지 보조금 비리 사건으로 촉발된 서류감사에 이어 행안부 정부합동감사, 감사원 감사, 공직감찰까지 연일 이어지는 고강도 감사에 적잖이 피로감을 느껴 왔기 때문<충청리뷰 577호 고강도 감찰·감사 숨죽인 공직사회>.
시 공무원들은 당시 감사의 필요성은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예비 범죄인 취급하는데 대한 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또, 중복감사를 피하기 위한 정부부처 감사기일의 조정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이는 감사·감찰로 인한 민원행정의 지연을 우려한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서울시가 행안부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인용 결정했다. 한마디로 지방 자치사무에 대해 명백한 법령위반 사실이 없음에도 사전에 포괄적으로 합동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보장한 자치행정과 자치재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위헌이란 판결이었다.
시 관계자는 "정부의 포괄적 중복 감사에 브레이크가 걸린 만큼 자치사무와 자치재정에 대한 자체감사를 강화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