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 좋은 일을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충북 증평노인전문요양원(원장 이흥식)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민정식씨(59.여)는 48년만에 만난 스승을 자신이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괴산군 문광면이 고향인 민씨는 문광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61년 담임교사와 제자 사이로 처음 만난 은사 김진우옹(80)을 48년이 흘러 다시 만났다.

스승의날을 꼭 9일 앞둔 지난 6일.

민씨는 이날 증평노인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은사의 이름 석자를 우연히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생활실 안으로 들어갔다.

반세기란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났지만 스승임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민씨는 32살의 젊은 나이에서 백발이 성성한 팔순 노인의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던 스승을 휠체어에 태워 산책을 나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스승도 민씨가 제자란 기억을 어슴프레 떠올리고 모처럼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민씨는 스승이 당시 제자들에게 격의 없이 늘 밝은 모습으로 대해준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민씨는 "선생님을 제가 돌보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감개무량하다"며 "뒤늦게 시작한 요양보호사란 직업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은사인 김옹도 제자의 손길이 마냥 편하다.

김옹은 "여생을 제자의 따뜻한 손길과 함께 좋은 시설에 다정다감한 요양원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13일 취재진에게 귀띔했다.

괴산군 사리면 보광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퇴임한 김옹은 올 2월 증평노인요양원에 입소했고 자신의 큰아들과는 초등학교 동기생인 제자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여생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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