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의 없는 코미디’ 반응 불구 구속자 후배들 줄소환
통일청년회 체계 강조 등 ‘조직사건 확대 의도’ 주장

도내 진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안당국이 매우 전근대적인 잣대로 이번 사건을 확대하려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공안당국이 구속영장을 통해 청주통일청년회의 핵심조직원 상당수가 시민사회단체 등에 침투해 상근 간부로 활동하면서 조직원·후원회원 포섭과 친북사조의 이념 확산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적시했다는 것이다.

침투했다는 시민사회단체와 통일청년회 핵심조직원은 전공노충북지역본부 H차장, 민노당충북도당 J위원장, 청원군농민회 Y국장, 충북참여자시시민연대 K부장, 충북환경운동연합 Y부장 등이다.

이에 대해 해당 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현 정권과 공안당국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전근대적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한 단체 관계자는 “공안당국이 언급한 5개 단체들은 지역에서 매우 비중있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청년회가 친북 이념 확산을 위해 결성된 조직이고 주요 시민사회단체 활동까지 좌지우지한 것처럼 매도까지 하고 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서나 있음직한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섭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공안당국이 통일청년회 핵심 조직원들이 침투했다고 적시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1989년 충북시민회로 출범한 시민단체다. 지난해 이미 회원이 1000명을 넘어섰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지역의 대표단체인 것이다.

특히 충북참여연대에는 일반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 법조계, 각종 전문직 인사들 뿐 아니라 경찰들 까지 대거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활동의 폭도 크게 넓히고 있다.

충북환경운동연합 또한 지역의 크고 작은 환경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청주산남3지구 두꺼비보전운동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환경련 또한 최근 회원 배가 운동을 벌이는 등 안정적인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학계 등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공노와 민주노동당 농민회 등도 전문 영역에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특히 농민회는 80년대 조직돼 20년 넘는 세월동안 왕성히 활동해 온 대표적인 농민단체다.

하지만 당국은 통일청년회 핵심조직원들이 이들 단체에 침투해 친북활동을 해 오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매우 전근대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침투했다는 통일청년회 회원들은 모두 30대 중반이다. 이미 시민사회단체 핵심 실무자들은 20년에 가까운 경력을 가진 40대 중반의 인사들이다. 누가 누구에게 친북 이념을 확산한다는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조직원과 후원회원을 포섭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정원이나 경찰에게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의식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들로 보이는 것 같다. 지역 시민사회운동을 조금이라도 알고 이해한다면 이같이 어이없는 억지는 부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줄소환’ 조직사건 의도 주장

국정원과 경찰 등 공안당국은 이번 사건을 상당히 오랫동안 수사해 온 것으로 보인다.

장민경 씨의 의식화 시점을 1992년 대학 총학생회 선전부장으로 활동하면 선배로부터 체계적인 학습을 받았다고 적시한 점이나 이들이 90년대 중반 충북총련(충북대학생총연합) 간부 시절 가명을 사용했다는 등 20년 가까이 지난 일들 까지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들과 접촉한 회원들을 지목해 시민사회단체에 침투해 포섭 등 친북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등 매우 방대한 양의 자료와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범민련과 연계한 친북 조직을 적발한다는 명분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듯 하다”고 말했다.

공안당국이 치밀히 준비했는지의 여부 등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분석과 정부와 공안당국의 전근대적인 시각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건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체포된 데 이어 토요일이었던 9일 영장이 발부됐고 휴일이 지나자 마자 이들과 가깝게 지낸 4명을 경찰이 참고인으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치밀하게 수사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여기에 맞춰 압수수색과 체포, 영장, 주변인 소환 등을 일사분란하게 진행하고 있다. 소환이 통보된 4명은 모두 구속자들의 후배들로 이중 3명은 시민사회단체에 침투했다고 적시된 인물들”이라고 전했다.

이들 통해 공안당국은 청주통일청년회를 북한을 고무 찬양하고 친북활동을 위해 결성된 조직사건화 하려한다는 게 대책위의 분석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영장에서도 통일청년회의 조직체계 등을 상세히 적시했고 모든 활동을 북한의 지령이나 이념 확산을 위한 것으로 규정하는 등 이미 조직사건화 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시민사회단체 침투나 포섭 운운하며 줄소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91년 조직사건 ‘자주대오’도 용공조작 결론
국보법 망령 18년 만에 재현, ‘민주화 후퇴’ 성토

진부와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이번 사건과 1991년 20여명이 사법처리된 청주대 자주대오 사건을 비교하며 민주주의 시계가 18년이나 후퇴했다며 국정원과 경찰을 맹비난하고 있다.

청주대 운동권 학생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자주대오라는 비밀 지하조직을 만들었다는 게 당시 공안당국의 발표였다.

암호해독문 등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증거까지 제시돼 지역은 물론 전국을 떠들썩 하게 했지만 2007년 경찰청 과거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용공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자주대오는 기무사가 주도한 것이었다면 이번 통일청년회 사건은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점이 다를 뿐 비슷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주대오 사건이 용공조작 됐음을 밝혀낸 것이 경찰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찰이 국정원과 함께 통일청년회를 자주대오와 비슷한 조직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 민주화 시계를 18년 전으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자주대오의 암호해독문도 사건 연루자가 빙고게임과 비슷하게 자모음을 숫자와 알파벳으로 기호화해 여자친구와 재미있게 주고받은 편지가 둔갑했던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침투와 포섭 등 이번 사건 또한 시간이 지나면 국가보안법 망령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해프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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