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이기동 의원, “도민에 대한 기만” 쓴소리

음성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충북도의회 유주열의장의 거취를 놓고 말이 많다. 유의장은 한나라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한 22일 기자회견에서도 의원직 사퇴에 대해선 시종 에두르는 말로 정곡을 피해갔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그가 언제 도의원직을 사퇴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의장은 “10월 1일 의장직 사퇴서를 제출해 7일 열리는 도의회 임시회에서 후임의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유의장은 ‘군수선거 출마로 공석이 되는 음성2선거구 도의원을 다음달 재.보선에서 뽑을 수 있도록 이달 30일까지 사퇴하라’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유의장이 사퇴 시한을 다음달로 늦춤으로써 내년 6월 상반기 재.보선까지 8개월여간 후임 도의원을 선출할 수 없어 음성2선거구 주민들의 민의를 도정에 반영시키지 못하게 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본의회 신상발언을 통해 유주열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린 충북도의회 이기동의원(45. 음성 1)은 “한마디로 유의장의 처신은 공인답지 못하다”며 조속한 사퇴를 압박했다. 이날 이의원은 동료의원들과 아무런 사전협의없이 “기록에 남겨야 할 얘기를 해야겠다”면서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단상으로 올라가 유의장 문제를 기습적으로 공론화했다.

이의원은 지난해 유의장이 무혈쿠데타(?)로 의장직을 거머쥘 때 다름 아닌 일등공신이었다. 지방선거를 통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이 전반기의장 권영관(충주 1), 후반기의장 장준호(영동 1) 구도로 도의회 집행부 구성에 관여하자 이의원을 중심으로 반기를 들었고, 결국 유의장이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다. 당시 뒷통수를 맞은 한나라당에선 이의원의 출당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사퇴촉구는 당연한 시민의 권리
기자와 만난 이의원은 “그날 신상발언 이후 주변에서 무슨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같아 부담스럽다. 같은 음성출신끼리 굳이 그렇게 면전에서 망신을 줄 수 있느냐며 불편해 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나는 의원으로서 당연한 발언을 한 것이다. 유의장이 9월 30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10월 30일 음성 증평군수 선거와 함께 재선거가 치러진다. 이 시한을 넘기면 내년 6월에나 보궐선거가 가능하다. 무려 8개월의 공백기가 생기는데 지역구 선출직이 자기입장만 생각해서야 말이 되는가. 그래서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결단을 주문했지만 확실한 입장표명이 없었다. 유의장의 군수출마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회를 대표하는 공인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에 제동을 건 것이다. 오히려 내가 놀란 것은 문제의 발언을 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9월 말 시한을 넘기면 재선거가 내년 6월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도의원이기 이전에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조기사퇴를 촉구한 것 뿐이다.”

내년 17대 총선처럼 임기종료후 공식선거일 경우 자치단체장은 선거일전 180일, 지방의원과 기타 공무원 등은 선거일전 60일까지 현직을 사퇴해야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재보궐선거시엔 출마자들이 후보등록 신청전까지만 사퇴하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유의장은 후보등록(10월 14, 15일) 하루전인 10월 13일까지 현직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유의장은 현직을 내놓을 경우 자신의 선거전에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 10월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기동의원은 “유주열의장이 지인과 지역구민들의 여론을 수렴한 후 입장을 말하겠다고 하는데 군수출마는 본인의 의지이기 때문에 사퇴도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며 거듭 결단을 촉구했다. “지역의 모든 유권자들이 군수하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더 이상 유권자를 팔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아무리 정치판이지만 솔직할 땐 솔직해야 자연스럽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번에 유의장이 선이 굵은 결정을 하면 본인의 정치적 위상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실제로 내가 같은 지역구이기 때문에 잘 아는데 많은 유권자들은 도의회 의장의 중량감에 걸맞는 정치적 결단과 순발력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지난해 의장선거 때 보여준 신선함과 어울려 자기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지금처럼 전후 과정을 자기합리화로 얼버무리면 결국은 이미지상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정치적 뜻과 소신발언은 별개
이기동의원의 이유있는 역모(逆謀)에 대해 일각에선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주기도 한다. 소위 앞날을 내다 본 원모(遠謀)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84년 충북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의원은 구 성업공사(한국자산공사)에 입사, 노조위원장을 지낸 후 98년지방선거 땐 국민신당 공천으로 음선군수 선거에 출마하는 등 정치적 행보와 결코 무관치 않은 운신을 보여 왔다.

이에 대해 이의원은 “물론 앞으로 정치적 뜻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지방의회에 몸담은 이상 기회만 되면 좀 더 큰 역할을 하고 싶은 생각도 숨기지 않겠다. 그러나 이런 뜻과 이번 의장사퇴 촉구발언은 별개다. 부당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침묵한다면 의원으로서 배임행위나 다름없다. 명분만 내세우며 자기관리나 하기 위해 의회에 들어 온 것은 아니다. 자기를 뽑아준 지역구를 생각한다면 8개월간의 의원공백은 그야말로 배신행위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유의장은 9월 30일까지 사퇴해야 하고, 10월 30일 재선거를 동시에 치러야 한다. 현재 내년 총선 출마가 점쳐지는 자치단체장들도 마찬가지다. 선거법상 10월 18일까지 사퇴하면 되지만 불과 18일 더 하자고 시장 군수자리를 8개월간 비워둘 수는 없다. 역시 9월 30일 전에 모두 자리를 내 놓고 10월 보궐선거가 가능케 해야 한다. 인적 물적 낭비를 생각한다면 유의장은 반드시 9월 말까지 사퇴해야 명분을 얻는다.”

만약 유의장이 그때까지도 사퇴하지 않을 경우 다른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의원은 “사퇴촉구 발언에 무슨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질문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하며 “일단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기 때문에 공은 유의장한테 넘어갔고, 판단은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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