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주민 시내버스 추가요금내고 노인복지관 찾아
청주 복지 인프라 행정구역 달라 활용 전혀 못해

청원군 미원면에 사는 김 모 할아버지(71)는 칠순을 넘긴 연세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조깅을 할 정도로 건강하다. 건강이 허락하니 이런 저런 취미활동도 하고 싶어졌다.

텔레비전에서 보면 노인들도 노래교실이며 스포츠댄스를 배우고 컴퓨터도 제법 잘 다루던데김 할아버지는 이런 것들을 배울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 청주시내에 위치한 청원 노인복지관 이용에 커다란 불편을 겪는 등 청원 주민들은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복지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내의 한 노인복지시설.
그러다 청원군 노인복지관이라는 데에서 이런 다양한 취미활동도 할 수 있고 점심도 무료로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청원군 노인복지관이 있는 곳은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으로 청원군민회관 바로 옆이었다. 미원에서 버스를 타면 30여분이면 도착할 거리여서 조금만 부지런 떤다면 일주일에 서너번 오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노인복지관의 프로그램도 마음에 들었다. 요일별로 하루에 서너개씩 운영되는데 하고 싶었던 노래교실이나 스포츠댄스는 물론 서예, 단전호흡, 영어교실 등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아 선택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는 한번 다녀온 뒤 노인복지관 다니는 일을 포기 했다. 하루 5000원의 교통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청주시 지북동이 청원군과 바짝 붙어 있는 동네지만 시군 경계를 넘는다고 해서 시내버스 요금 1000원에 구간요금이 무려 1500원이나 더 붙다니 울화마저 치밀 지경이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복지관

청원군에서 운영되는 유일한 이용복지시설은 청원군노인복지관이 유일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청주시에 위치해 있어 이를 이용하려는 청원지역 노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청원군과의 경계에서 300~400m 떨어져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시내버스는 시군 경계를 넘는다는 이유로 구간요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것이다.

이는 버스로 5분도 걸리지 않는 남일면 고은삼거리부터 적용되기 시작해 김 할아버지가 사는 미원면의 경우 1500원으로 버스 기본요금 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청주시 가경동에서 율량동이나 용암동까지는 1시간 가까이 소요되지만 기본요금만 적용되고 더욱이 환승제에 따라 갈아타는 요금도 받지 않아 청원지역 노인들은 커다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청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청원군의 지리적 특성상 강외나 부용, 옥산면 노인들의 이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으로 청원군 노인복지관은 반쪽을 넘어 3분의1쪽 시설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불편은 노인복지관 이용자 수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청원군노인복지관 이용자는 하루 100여명. 그나마 남일과 가덕면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청주시노인복지관은 하루 이용자만 500명에서 많게는 600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머무는 이용자만 200명이 넘는다.

청주시 수동에 위치한 시 노인복지관의 접근성이 탁월한 때문이며 상대적으로 청원군 노인복지관의 효율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료급식 청주 노인은 거부 ‘갈등’

청원군 노인복지관의 접근성 문제는 때때로 무료급식 과정에서 민망한 광경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노인복지관 주변 노인들은 인근 운동동이나 지북동, 용암동 등 청주지역 거주자가 훨씬 많다. 이 때문에 청주에 거주하는 노인 상당수가 복지관을 찾지만 무료급식 대상이 아니어서 발길을 돌리곤 한다는 것.

실제 용암동 한 아파트 노인 10여명이 청원군 노인복지관을 찾아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무료급식도 하려고 했으나 복지관 측의 완곡한 만류로 돌아가기도 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무료급식은 노인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운영되기 때문에 청주시에 거주하는 어른들께는 식사를 제공할 수 없다. 또한 급식하시는 모든 분들의 명단을 회원번호로 확인해 청원군에 통보하고 있어 부득이 청주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1500원을 받든지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10억 짜리 복지관 ‘오창 전용’ 논란
접근성 한계, 예산 쪼개 읍면 지원하는 게 더 타당

▲ 114억원이 투입돼 오창에 건축중인 청원군 종합복지시설. 오창전용 또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산물이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원군이 오창산업단지에 건축중인 청원군종합복지시설을 두고 ‘오창 전용’ 시설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은 사업비 114억원을 들여 오창읍 양청리 813-4번지 일대 7199㎡ 부지에 연면적 6100㎡,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종합사회복지시설을 건축하고 있다.

1층에는 어린이도서관과 어린이집, 2층에는 도서관과 자원봉사자실, 3~5층은 노인복지시설과취미교실, 식당 등이 들어서고 6~7층은 강당으로 꾸며진다.

청원군은 상반기 중 복지시설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운영방법 등을 결정하고 오는 9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노인복지관을 제외하고 군 내 복지 이용시설이 전무한 상황에서 거액을 대규모 시설에 투자한 것은 군민들의 접근성이나 이용 효율을 외면한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비아냥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원군 종합복지시설은 오창과 주변 지역만을 위한 시설로 전락할 것”이라며 “차라리 114억원의 예산을 쪼개 읍면별로 소규모 복지센터를 설립해 사회복지사를 상주케 하는 것이 복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주와 청원을 합쳐 복지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행동하는 복지연합 관계자는 “청주에만 6개의 사회복지관과 6개의 노인이용시설이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청원 지역에 대한 서비스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생활권이 통합된 만큼 최소한 사회복지 분야만이라도 합쳐 복지서비스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청주지역 대규모 복지시설을 거점으로 하고 읍면 단위 복지센터나 경로당 등을 통해 상시 또는 이동 서비스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114억원의 예산을 이러한 고민 없이 건물 짓는데 쏟아붓는 것은 복지와 관계 없는 전시행정의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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