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올 일자리창출 6만7천여개···임시직·최저생계비 미달 대부분
“MB식 일자리=비정규직” 비판에 “굶어죽는 사람들 살리기도 바빠”

‘일자리를 만들어라.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리지 말고 무조건 만들어라.’ 지방자치단체에 떨어진 ‘긴급명령’이다. 그래서 충북도를 비롯한 도내 12개 시·군 담당 공무원들은 ‘일자리’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한다. 불황은 계속해서 불황을 부르고, 물가는 뛰고, 하루에도 문 닫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줄을 잇는 세상, 당연히 취업도 안된다. 그래서 ‘餓死(아사) 직전’의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항구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우선 당장 연명할 수 있는 일자리다. 충북도내에서도 하루에 이런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고 혹은 폐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본지는 최근의 화두인 ‘일자리창출’ 에 대해 알아보았다.

충북도는 일자리창출에 매진하며 올해 6만7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부분 임시직이며 임금이 매우 적다는 불만들이 있다. 대우가 좋은 행정인턴도 월 실수령액이 90여만원에 불과하다. 사진은 충북도가 주최한 취업박람회

충북도내 지자체에서 행정인턴으로 일하는 박모 군(27). 박군은 “출근해서 하는 일은 취업공부다. 같은 방에 있는 공무원들이 복사해와라, 어디가서 서류 가져와라, 한글파일로 깨끗이 정리해라 같은 일을 시키고 가끔은 커피 심부름도 시킨다. 나는 공무원이 되고 싶은데 인턴을 통해 행정일을 배울 수 있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누구도 우리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취업이 안됐으니 인턴이라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내 처지가 서글프다. 그러나 임시직이지만, 차후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정우택 지사, 일자리창출 특별지시
전국은 지금 ‘인턴’천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청년인턴을 많이 채용할 것을 기업과 지자체에 지시하자 각 분야에서 10만개에 육박하는 인턴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고용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총 취업자 수는 2274만2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14만2000명 감소했다. 임시직 종사자 486만2000명과 일용직 종사자 189만7000명도 지난해보다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목숨걸고 일자리 창출을 지시하고 ‘잡셰어링’이라고 하는 일자리 나누기를 ‘제2의 금모으기 운동’으로 만들자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대졸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까지 삭감하고, 기존 직원들의 임금 조정을 통해 남는 돈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충북도는 지난 1월 올 한 해 동안 5만9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뒤 최근 6만7583개로 늘려 잡았다. 정우택 지사가 3월 23일 경제난 극복을 위해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는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지시’를 발령한 뒤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결과 도에서는 국내외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1만2630개, 공공기관 신규채용 및 맞춤형 인력양성 2641개, 공공·민간투자 대형 프로젝트 유치 8640개, 사회적 일자리 3만8440개, 녹색뉴딜사업 일자리 5232개 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미 설치한 ‘일자리함께하기운동본부’에서는 청주상공회의소·한국노총충북지역본부 등과 함께 희망일자리찾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중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와 공공기관 신규채용 외에는 거의 임시직이다. 국책사업이나 SOC 건설사업, 산업단지 조기완성을 통한 일자리 라든가 공공근로, 신생아도우미, 공공산림가꾸기 등은몇 개월짜리 직장에 불과하다. MB식 일자리창출이 비정규직만 생산해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
그래서 임시직 일자리를 줄이고 그 돈으로 공공기관 신규채용을 늘이는 게 생산적이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공무원 모 씨는 “3개월, 혹은 6개월짜리 일자리를 만들면서 회의가 든다. 이 것도 서로 하려고 야단인 세상이지만, 언제까지 이런 일자리들을 만들어낼 것인가. 차라리 이 돈을 모아 정규직 몇 개라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는 한계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 임시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담당 공무원들은 일자리창출이 임시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정정순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은 “양질의 일자리창출보다 현 비상경제상황을 극복하는 게 더 급하다. 인력채용을 민간부문에 기대할 수 없으므로 공공기관에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닌가”라며 “충북도는 139개 기업 18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쪽에서는 기업을 유치해 항구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한쪽에서는 청년인턴같은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게 일자리냐고 하는데, 그럼 실직한 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 청년실업자들을 어디서 흡수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현재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고 굶고 있는 사람들이 연명할 수 있도록 죽이라도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임시직 이라는 문제점 외에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4인 가족 기준의 최저생계비는 월 132만6000원이다. 가장 대우가 좋다는 행정인턴은 세금떼고 월 90여만원을 받고 나머지 일용직은 하루 2만8000원~4만1000원을 받는다. 그리고 노인일자리사업과 노인봉사대는 1인당 월 20만원의 임금과 월 5만원 이내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아무리 공공기관에서 만드는 일자리가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몇 십만원짜리 직장들을 공장에서 물건찍듯 만들어내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는 자칫 혈세낭비로 이어져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충북도의 일자리창출 예산은 올해 1조5000억원~2조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식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의심스럽다는 게 중론이다.

충북경실련은 지난달 일자리통계가 부풀려졌다는 보도 후에 “무엇이 일자리창출인가. 일자리라면 최소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정도의 급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자영업자 ? 일용근로자 등의 취업감소 인원이 2만7000명, 청년실업자가 7000명에 달하는 충북의 고용상황에 대한 대책이 일자리창출 통계 부풀리기인가. 우리는 과연 충북도가 일자리창출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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