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수원지법원장, 황성주 수석부장 등이 최고위직
송해은 부산지검 차장이 유일한 검사장급, 홀대 현실
국가 근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법원과 검찰내 충북 인맥은 행정이나 경제 등 타 분야에 비해 더욱 열악하다.
사법시험 합격자중 서울대와 연·고대 등 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이 90%에 이를 정도로 지역 인재의 법조계 진출이 드물었다는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청주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 내에서 충북 출신 판사들이 홀대 당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영남 출신의 역대 대통령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법원장급 이상 간부의 상당수가 이 지역 출신이다. 영남 세에 치이고 유무형의 견제를 받다보니 충북 출신 판사들이 간부급으로 성장하기 매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도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판사들은 지방법원 수석부장급이 현직 최고위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성주 청주지법 수석부장(50)과 이승훈 대전지법천안지원장(48), 송경근 춘천지법 수석부장(45)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황 부장은 청주에서 태어나 세광중학교와 청주고등학교(1978년)를 졸업했다. 고려대 법대를 거쳐 28회 사업시험에 합격, 대전지법서산지원장,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달 청주지법 수석부장으로 고향땅을 밟았다.
이 지원장은 황 부장의 청주고 1년 후배며 송 부장은 운호고를 졸업한 지역 토박이 판사들이다.
황 부장 직전에 청주지법 수석부장을 지낸뒤 현재 대전지법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어수용 판사는 일찌감치 서울로 진학(한성고)해 법조계에 발을 딛은 경우다.
어 부장 처럼 서울로 진학한 지역출신 판사들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이재홍 수원지법원장(53)이다.
이 법원장은 충주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회 사법시험에 합격, 지난해 청주지법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검사장급 45명중 충북출신 1명
권력의 상징으로 통하는 검찰의 충북인맥 또한 법원 만큼이나 초라하다. 검사장급 이상 45명의 고위간부 중 충북출신은 송해은 부산지검 1차장(51)이 사실상 유일하다.
송 차장은 청주 대성중학교와 청주고(1977년)를 졸업한 뒤 한양대 법대를 거쳐 2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순천지청장, 인천지검2차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을 역임하며 정통 수사검사로 이름을 높였다.
특히 송 차장은 1987년 대전지검 근무 당시 사이비종교집단의 비극적인 집단 자살 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오대양 사건을 담당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송 차장은 황성주 청주지법 수석부장판사의 고교 1년 선배로 이승훈 천안지원장 등과 함께 대표적인 청주고 출신 법조인으로 통한다.
청주고와 청주대를 졸업한 권태호 검사(57)도 2004년 지방대 출신으로는 22년 만에 검사장급 고위간부로 승진 대전고검 차장과 춘천지검장을 지냈다.
하지만 이듬해 사건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데 이어 2007년엔 서울고검 평검사로 발령 됐다.
지역에서는 대대적인 구명운동이 벌어졌고 권 검사장 스스로도 명예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으나 미완에 그쳤다.
지헌범 전 청주지검장과 경대수 전 제주지검장도 충북 출신이지만 이들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도 적고 단합도 안돼
충북 출신 판·검사들이 수적으로도 매우 적지만 이들이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등 인맥을 형성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성주 청주지법 수석부장은 “친분있는 고등학교 동문들과 1년에 한두차례 만나 식사하는 정도일 뿐 모임을 만들거나 정기적으로 만나지는 않고 있다.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뭉쳐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지역 출신 검사들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A씨는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따로 만나거나 특별히 친분을 유지하기 힘든게 검찰조직이다. 검사들끼리 사모임을 만드는 것 자체를 금하고 있고 지역간 인사이동이 잦아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원·검찰 모두 엄격한 법집행 기관인 만큼 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사적 관계도 용납하지 안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역내 법조인 B씨는 한가지 일화를 통해 보수적인 검찰 조직문화를 설명했다.
B씨는 “얼마전 개업한 검사출신 Q변호사는 6개월여 전부터 공공연히 변호사 개업사실을 알렸고 지역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검찰조직은 사조직은 물론 로타리나 라이온스 등 봉사단체 활동도 금하고 있다. Q씨는 아주 공적인 동문회와 강연 등만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B씨는 이어 “이런 조직문화 때문에 지역출신 판사나 검사들이 많다 하더라도 소위 세를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지역출신들이 진출하고 고위간부로 성장해 후배들을 이끌면 좋을 텐데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미흡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치안감 한 명 없는 왜소한 충북경찰
한진희·박종환 전 청장 명퇴로 고위간부 ‘0’명
‘치안감 두 명의 퇴직으로 경찰 내 충북의 위상이 급락했다.’
한 경찰간부의 말이다.
지역 경찰 총수인 지방경찰청장의 계급은 치안감이다. 충북 출신 경찰공무원으로 지방청장을 지낸 한진희·박종환 전 청장이 지난달 명예퇴직 함에 따라 충북 출신이 지역경찰 총수를 맡을 가능성이 사라진 것.
충북 출신 경찰관 중 최고위직은 지방경찰청 차장 보직을 맡을 수 있는 경무관이다.
조길형 경찰청 경비국장(47)과 최원태 충남지방경찰청 차장(56), 김기용 전 충북지방경찰청 차장 등이다.
조 국장은 신흥고를 졸업(1회)한 뒤 경찰대학(1기)을 거쳐 경찰에 입문, 서울 남대문경찰서장, 경기지방경찰청 제1부장 등을 지냈다.
간부후보 28기 최 차장은 보은 출신으로 음성·서울 노량진경찰서장, 충북청 차장을 거쳤으며 행정고시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김 전 차장은 충남 예산·서울 용산서장, 충북청 차장 등을 거쳐 현재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연수중이다.
하지만 이들이 경무관으로 승진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로 지역 출신 치안감급 고위 간부가 전무한 왜소한 충북경찰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세민 충북청 수사과장과 이찬규 보안과장 등 지역출신 총경급 간부들이 다수 있지만 이들이 치안감급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