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부적합’ 게시 글, ‘좌파·반전’으로 매도
중앙언론 사실 확인 없이 ‘마녀사냥식’ 보도

“개인 홈페이지에 ‘F-15K 전투기는 살인기계’라는 글을 올리는 등 반군(反軍)·좌파 성향을 드러낸 공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가 지난달 적발돼 퇴교 조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공산당선언 등 좌익 성향의 글을 올린 사실이 군 정보당국에 파악돼 학교 측에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는 등의 내용으로 13, 14일 언론에 일제히 실린 <좌파·반전 글 공사생도 퇴교 조치>보도는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 최근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좌파 공사생도 퇴교 조치’ 보도는 공사에 확인한 결과 공산당선언의 홈페이지 게재 등 중요한 소재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공사 임관식 광경(자료사진).
공군사관학교 관계자는 “공사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모 생도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군 관련 자료를 허락 없이 올린 것이 학칙 상 명백한 처벌사유에 해당됐기 때문에 퇴교 결정을 내린 것일 뿐, ‘공산당선언 등 좌익성향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생도가 지난달 9일 퇴교 여부를 심리하는 교육운영위원회에 앞서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적성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1~3학년까지는 전혀 이 같은 성향이 없었으나 4학년이 되면서 직업군인으로서 장래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 문제가 된 ‘F-15K 전투기 살인기계’라는 언급도 전체적으로 이 같은 취지의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소위 임관을 앞둔 소회를 밝히는 과정에서 “넌 참 좋은 기계인데 요즘은 살인기계로 보여. 심난해”라고 짧게 언급한 것이 ‘침소봉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언론 “전교조 좌파교육 책임” 주장
김 생도는 자신이 올린 글에 관심을 보이는 댓글이 몰리면서 내부 문제로 비화돼 군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전투기 조종은 자칫 실수로도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수 있기에 ‘신중히 훈련에 임해야 하겠다’는 취지로 올린 글이었다”고 공식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첫 보도를 필두로 중앙과 지역의 언론은 일제히 김 생도를 비난했으며, 공군사관학교를 비롯한 사관학교 전반의 이념교육을 비판하는 기사를 확대 재생산했다. 14일 신문의 사설은 제목만으로도 그 내용을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공산당 선언 흠모한 공사 생도>라는 제목 아래 “만의 하나 문제의 생도가 조종사가 됐다면 대당 1000억원의 F-15K를 갖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 아닌가…좌파 전교조 교육으로 병든 고교 졸업생들을 어떻게 국가 간성으로 길러낼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서술했다.

문화일보도 <사관학교까지 드리운 좌경교육 그림자>라는 사설에서 “북한의 선군정치를 미화한 포스터를 교실 환경미화용으로 권장하는 식의 전교조류 일탈 교육에 세뇌되지 않았다면 그가 ‘군인인 게 괴롭다’는 빗나간 심성을 털어놓진 않았을 것이다. 퇴교 조치된 그 청년이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장을 축하 비행한 F-15K를 과연 어떤 심경으로 바라봤을 것인가. 그 같은 생도의 불행이 다시없도록 역사와 경제 교과서의 좌편향 교정이 한시 바쁘다”고 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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