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으로 전통 단절
제조업체 영세한 규모·판매망 부실이 명품화 ‘걸림돌’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일본식 청주인 사케 열풍이 매섭다. 위스키에 이어 와인, 이제 사케까지 각국의 전통주들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오랜 문화가 녹아 있는 국내 전통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백세주, 복분자주 등이 인기를 끌며 전통주의 부흥이 시작 되는가 했지만 최근에는 해마다 소비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고전하고 있다.
충주시 가금면에서 세계술문화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영남대 식품가공학과 이종기 교수(양조학·충북소주 고문)는 한마디로 업체의 탓이라고 말했다. 술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이 교수는 "91년 술 개방이후 수 백년 전통의 각국의 전통주가 밀려들어왔다. 이에 대적하려면 매력적인 술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명품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인으로 성장할 양조기술자를 양성하고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해방 후에도 전통주는 여전히 밀주 취급을 받았다. 1965년에는 양곡관리법에 의해 쌀을 이용한 술이 전면금지, 그나마 증류식 소주도 희석식 소주로 바뀌고, 쌀 막걸리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일제강점기는 전통주의 맥을 끊었다.
그러던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우리 술을 알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전통술 50여종이 복원되고, 80여년만에 전통주 제조가 허가됐다. 현재는 문헌에 나와 있는 수 십종의 전통주와 지역의 농산물을 원료로 해 빚은 새로운 전통주 수 백종이 시장에 나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세한 규모와 수준급의 술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외국의 경우 10대에 걸쳐 술을 만드는 장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그들은 맛있는 술을 만드는 것에만 전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판매·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류 유통면허는 소주와 맥주를 취급할 수 있는 1종과 탁주와 전통주만을 취급할 수 있는 2종으로 나눠진다. 다시 말해 전통주는 기존의 유통구조를 활용할 수 없어, 영세한 전통주 제조업체의 판로는 더욱 한정적이다.
세계화를 위한 공동브랜드화
그렇다고 신세한탄만 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전통주의 명맥도 끊기기 때문이다. 해결방안으로 제시되는 모델이 공동브랜드화다.
공동브랜드화를 통해 같은 종류의 술은 병 디자인이나 라벨을 규격화하고 제조업자와 생산지만 다르게 표기하여,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프랑스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가 그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통주의 활성화는 주류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FTA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수익증대로 이어진다.
쌀· 잡곡· 과일· 약초 등 우리농산물 소비에 술보다 좋은 것이 없다. 1.1ℓ짜리 막걸리 1통이면 세끼 쌀의 양과 같고, 45도짜리 소주 한잔이면 밥 한 그릇 먹는 것과 같다.
일본의 경우 전체 쌀 생산의 15%가 가공용이고, 가공용의 6%가 사케의 원료로 쓰인다. 전북 고창은 복분자 생산이 농가의 주요 수입원이다. 작목반을 이뤄 농민들은 지역의 농특산물을 재배하고 주류업체는 이를 가공해 주류를 생산·판매하며 일자리를 창출한다. 또한 지역의 명물로 관광객 유치에도 일조한다. 농업의 6차산업화에 전통주가 큰 몫을 담당할 수 있다. 전통주의 명품화 전략이 서둘러야 할 정책과제인 이유다.


명품화보다는 전통주 살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청주의 대추술이나 충주의 청명주 생산과 소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