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주정덕씨 삶 귀감

▲ 22일 주정덕 독거노인 생활관리사가 바깥 나들이에 나선 박주성 할머니(71·상당구 북문로)를 부축하고 있다.
<함께하는 사회>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주정덕씨(45·여·사진). 매일 아침 9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청주 산남노인복지센터를 찾는다. 주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생활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지인(知人)의 소개로 시작한 일이지만 남다른 봉사정신 없이는 버텨내기 힘들다는 생활 관리사. 오전 10시 30분까지 아침 조회가 끝나면 어김없이 월·수는 북문로, 화·목은 수동을 찾아 이 지역에 홀로 사는 노인 27명의 말벗도 되어 드리며 건강과 안부를 챙긴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해 주 2회 방문과 매주 금요일 한 차례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일이 그녀의 일이다. 이런 그녀가 22일 오전 청주 북문로에 사는 박주성 할머니(71) 댁을 찾았다. 박 할머니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아들 3형제를 결혼시켜 분가 시킨 뒤 15년째 월 15만 원 하는 단칸방에서 홀로 살고 있다. 평소 폐지를 모아 생활할 정도로 어렵게 살고 있지만 아들 3형제 등 부양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지원을 받지 못해 왔다.

박 할머니는 사업실패의 충격(뇌출혈)으로 쓰러져 병석에 누운 큰 아들과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로 합의금을 겨우 물어주고 공사장 일용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둘째 아들, 결혼후 집을 나가 7년째 연락이 되지 않는 막내 아들을 뒀을 정도로 불운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런 박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적극 알려 한시적 차상위계층으로 월 3만 원의 장애 수당과 8만 원의 기초노령연금 등을 받도록 해 준 것이 바로 주정덕 생활관리사다.

주 관리사는 "서류상 부양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동주민센터의 도움을 받는 일은 너무도 어려웠다"며 "결국 청주시를 찾아 이상종 사회복지사의 조언으로 한시적 차상위 계층 지정이란 합법적인 지원책을 찾게 됐다. 많은 사회복지사를 만나 봤지만 남다른 직업정신을 보여준 이는 처음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리가 불편했던 박 할머니. 4개월 전 주 관리사의 도움으로 청주의료원에서 무료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주 관리사의 도움의 손길은 사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동 쪽방에서 홀로살던 강길자 할머니(70·가명). 인근 쪽방에 살던 알코올 의존성 질환자가 시도 때도 없이 방 문을 두드리고 잠긴 문을 부수려 해 겁을 먹고 살았지만 주 관리사가 신경을 써 주면서 4∼5개월 전에 영구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처럼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는 도움이 꼭 필요한 노인들의 말벗과 건강을 챙겨주는 일 이외에 생활 속 민원을 해결하는 보호자가 되고 있다.

실제 주 관리사는 생활고로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한 노인이 적당한 시기에 방문한 독거노인 생활관리사의 도움으로 희망을 찾고 신앙생활도 하고 있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주 관리사는 "홀로 사는 할아버지는 밑반찬을 해 드시기 힘들어 하루 한끼 공원 무료급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홀로 사는 할아버지들을 위해 생활관리사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밥·반찬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 관리사는 또 "살기 바빠 자주 찾지 못하는 자년들에 비해 가까이서 말벗을 해 주는 생활관리사들을 자식처럼 여기고 부르는 노인들을 볼 때면 보람이 있다"며 "아무리 잘 해 드려도 친자식 보다 못하겠지만 친자식을 그리는 마음으로 생활관리사들에게 잘 해 주는 듯 하다"고 말했다. 주 관리사는 "돈을 벌려 했다면 못했을 것이다"며 "저임금에 명절조차 휴가가 없다.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생활관리사들의 최소한 바람이 있다면 정말 빠질 수 없는 애경사 정도는 챙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 관리사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탁상공론에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며 "반면에 열심히 일하며 감동을 주는 일부 사회복지사가 있어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이 삶의 희망을 찾는듯 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주 관리사는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며 "주말에 한 사흘 뵙지 못하면 노인들의 안부가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독거노인 생활관리 처우개선 시급
월 20만원 교통비로 30여명 안팎 문안 챙겨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는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시행됐다. 청주시의 경우 홀로사는 노인 2200명의 명단을 받아 청주시 산남노인복지센터가 500여분을 추려 방문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처음 29분이 활동하다 현재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19분 만이 활동하고 있다. 생활 관리사의 도움을 받는 노인들 역시 가계경제 정도와 지역, 주거형태에 따라 선정해 수급·일반가정으로 나눠 지원을 받고 있다.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들이 하는 일은 첫째가 홀로사는 노인들의 환절기 건강을 챙기는 안전확인, 둘째가 일상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민원 도우미, 셋째가 사기전화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생활 교육, 넷재가 우울한 노인들을 상대로 한 레크리에이션 강좌나 서비스 연계, 끝으로 한글을 모르는 노인들을 상대로 교육장 소개 등의 역할을 한다.

지난해 6월 첫 도입된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는 충북노인복지센터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은 만 20세 이상부터 65세 이하의 남녀이면 가능하다. 현재 청주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19명의 생활관리사 중 남자는 1명뿐이다.

이들모두 남다른 믿음생활로 교회나 사찰 등에서 왕성한 봉사활동을 해 온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주 2회 30명 안팎의 노인들 집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주 1회 전화로 안부를 챙기는 일을 한다. 매일 아침 오전 9시 30분까지 청주 산남노인복지센터에 출근한 뒤 10시 30분까지 조회를 하고 자신이 맡은 지역의 홀로사는 노인을 교차 방문하는 것이 하루 일과다.

그런데 이들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 60만원 안팎의 봉급이 책정돼 있지만 4대보험과 통신요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월 20만원 정도가 지급되고 이는 교통비로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특히 이들에겐 명절 연휴도 쉴 수 없는 방대한 업무량이 기다리고 있다. 처음부터 봉사정신으로 시작한 일이라지만 집안의 애경사를 챙기다 보면 얼마안되는 교통비 마저 삭감된다고 한다. 이들의 필요성에 대해 무연고 노인이 숨진지 수일이 지나 발견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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