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잘사는 나라”
사진으로 그리움 달래는 레티와인 씨 가족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진 박장성 푸엉케 마을. 취재진의 방문 소식에 인근에 사는 친척들까지 18명이 레티와인 씨(25) 집에 모여 있었다.
2년전 충남 청양군으로 시집온 레티와인 씨는 16살 나이 차이의 남편과 시부모,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가정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않지만 9개월 된 딸을 키우며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다.
레티와인 씨 집안과 한국과의 인연은 레티와인 씨가 처음이 아니다. 할아버지와 삼촌이 이미 오래전 한국에서 공부를 했고, 레티와인 씨의 사촌도 한국인과 결혼했다. 레티와인 씨도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삼촌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취재진을 맞는 가족들의 표정에는 반가움과 그리움이 함께 묻어났다. 아버지 무이 씨(56)와 어머니 보 씨(57)는 취재진이 내민 레티와인 씨 부부와 딸 민지의 사진을 보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보 씨는 “손녀와 딸 모두 보고 싶다. 항상 잊혀지지 않는 딸이지만 한국에서 행복한 것 같다. 보기 좋다”며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눈치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들의 살림도 넉넉하지 않아 딸 부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한국으로 시집간 지 2년이 지나도록 돈을 보내오지는 않았다. 무이 씨는 “돈을 보내주는 것은 딸이 선택하는 것이다. 딸에게 의지할 생각은 없다”며 돈을 바란 선택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잘사는 나라, 부유한 나라라는 것이 이 곳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레티와인 씨의 동생 미 씨(21대학생)도 국제결혼은 아니지만 한국행을 꿈꾸고 있다. 미 씨는 “독학으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 형부와 말이 통하지 않아 가족이면서도 안부조차 물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TV를 통해 본 모습이 한국에 대한 전부다.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에도 가보고 싶고 어떤 나라인지도 알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보 씨는 길을 떠나는 취재진 편에 딸이 좋아하는 말린 리치(열대과일)를 보내며 “사위에게 바람이 있다면 그저 딸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어려움 없이 오순도순 잘 살았으면 한다"며 당부를 잊지 않았다.
“언니처럼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국 배우·가수 동경의 대상, 한류열풍 실감
취재진을 만나자 제주도로 시집간 딸을 만나기라도한 듯 반갑게 맞이하는 리엔 씨(24·제주)의 어머니 누엔티니 씨(47)는 영상편지를 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리엔이 아무리 잘살고 있다고 해도 직접 볼 수 없는 어머니는 얼굴에서 걱정이 가시질 않는다. 반면 리엔 씨의 여동생 스엉 양(18)과 친구들은 한국에서 기자들이 왔다며 호들갑이다.
연예인 장나라와 비를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꺼낸 소녀들은 “지금은 고등학생이라 한국에 갈 수 없지만 나중에 꼭 가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방안은 장나라, 비, 배용준, 김희선, 최지우 등 한류스타의 사진으로 가득이다.
베트남 텔레비전의 3분의 1이 한국방송과 드라마다. 평상시에 한국문화를 자주 접해서인지 한국 사람들에 대한 낯설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연예인들이 언제 어디서 공연했는지 알 정도로 한류열풍을 실감케 했다.
스엉 양은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먼 나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니가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남동생 타잉 씨(23)의 여자친구 푸엉 씨(22)는 한국 갈 꿈에 부풀었다. 얼마 전 한국어능력시험 200점 만점에 189점을 받았다. 현재 고용허가제 명부에 이름이 올라간 상태다. 이제나저제나 한국에서의 연락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푸엉씨는 “한국생활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한국 가서 돈도 벌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나중에 베트남과 한국을 연결하는 통역사가 되는 게 최종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 대해 궁금했는지 취재단에게 이것저것 묻는 푸엉씨는 “더 넓은 세상에서 내 꿈을 펼치고 싶다”며 코리안 드림을 꿈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