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군 공무원 소환 내사 진행 중...당사자는 부인
농업인단체 전국행사서 술 취해 폭언...폭행 위협도
도내 군수들 비리·추태 열전
도내 일부 민선 군수들이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X군수는 취임 이후 2년여 동안 인사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내사 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밝혀져 검찰의 ‘검(劍)’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다른 군수는 최근 전북에서 열린 농업인단체 전국행사 과정에서 술에 취해 한 정계인사와 욕설에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질러 빈축을 사고 있다. 
시시비비의 발단은 민선 4기 취임 직후인 200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사무관 승진을 눈앞에 둔 6급 주사 B씨가 7월19일 군수실에서 군수에게 직접 500만원을 건넸다”는 것. A씨는 “공무원 B씨가 군수에게 돈을 건넨 뒤로 정기인사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승진에서 번번이 탈락했고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군청 내부에서는 ‘돈의 액수가 적어 밀렸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군이 자신을 회유하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한 공무원이 이를 상부에 알리면서 8월 초순 군청 모 과장이 찾아와 ‘일을 잘 마무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군에서 자신을 검찰 제보자로 간주하고 사건 무마를 추진했다”는 것이 A씨의 판단이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군수실을 찾아가 ‘B씨를 승진시키지 않으려면 돈을 돌려줘야할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X군수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고 밝혔다.
X군수 “터무니없는 모략” 부인
A씨는 공직에 몸을 담은 인사는 아니지만 역대 군수들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며 막후 권력을 행사한 인물로 알려졌다. X군수와도 막역한 관계였으나 어찌된 일로 틀어져 군수를 향한 저격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X군수는 19일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도 “내가 돈을 받았다고 풍문에 떠도는 2006년 7월19일은 업무일지를 확인한 결과 면 단위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돼 있더라. 더구나 나에게 돈을 줬다는 공무원은 당시 징계를 받은 상태여서 승진대상이 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모략”이라고 금품수수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2006년 7월 돈을 건넸다는 풍문 속의 주인공 6급 B씨는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B씨는 군청을 찾아간 기자와 만나 “어차피 군청 안에 소문이 다 났다. 나도 피의자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냐”며 지난 7월 중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B씨는 ‘금액이 500만원이냐’는 확인 질문에 대해서는 “그 것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많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B씨는 또 ‘금품 액수에서 밀려 승진도 밀렸다는 소문도 있다’고 묻자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또 승진에서 밀렸다고 군수의 사법처리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B씨가 자신을 피의자라고 표현한 것은 드러내놓고 밝힐 심정은 아니지만 군수에게 돈을 준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현재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공무원은 B씨를 포함해 3명 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사비리하면 등장하는 금거북이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이 늘 하는 것이 공직비리에 대한 정보수집이 아니겠냐”며 공무원 소환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어느 시·군이든 인사 관련 추문은 나돌기 마련 아닌가? 금품수수가 특정인의 사례인지 상습적인 것인지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내사가 진행 중임을 에둘러 인정했다.
한편 이 지역에는 이밖에도 인사청탁과 관련해 금거북이가 군수에게 전달됐다가 승진이 이뤄지지 않자 뇌물 공여자 가족의 강한 반발로 되돌아왔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금거북이의 회귀경로는 직접 회수가 아니라 군청 내 다른 공직자의 집을 거쳐 먼 길을 돌아왔다는 것. 금거북이나 황금열쇠 등이 지방의회 의장선거, 내부 인사 등의 과정에 뇌물로 이용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년 전 청주시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는 의원들에 따라 무게가 2배나 차이가 나는 황금열쇠가 전달돼 ‘의원들의 무게를 달았다’는 비웃음과 함께 후유증을 남기기도 했다.
또 최근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전방위 금품로비 위혹이 제기된 모 자치단체의 A과장은 전직 군수 시절 황금열쇠를 군수에게 선물했으나 군수가 비서를 통해 돌려준 일도 있다.
“왜 나를 욕해”라며 자신이 욕한 군수
Z군수는 8월11일~13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모 농업인단체 전국대회 행사에 격려차 참석했다가 지역 출신 정치인 P씨에게 막무가내로 폭언을 하고 때릴 듯이 위협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Z군수가 참석한 행사는 농업인단체 관계자들의 전국수련회로, 이 군에서만 약 350명, 전국적으로는 3만명이 넘게 참여한 초대규모 행사였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행사 첫날인 11일 오후 6시쯤. 군 참가자들이 단체로 묵은 숙박업소에 군수가 일행 20명을 데리고 인사차 방문하면서 문제가 됐다. P씨가 자신의 고향 사람들과 다과회를 갖고 있는데, 때 마침 읍·면 숙소를 돌며 인사를 하던 Z군수가 상상치도 못했던 돌발행동을 보인 것.
P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대표로 일어나서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했는데, 군수가 악수를 한 손을 놓지 않은 채 ‘야 이 OO야, 너 왜 내 욕을 하고 다니냐’며 다짜고짜 시비를 걸어 크게 당황했다”며 “너무 화가 나서 ‘누가 그러더냐. 대답하고 가라’고 맞서자 주먹과 팔꿈치를 얼굴에 들이대며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P씨는 “군수의 언행을 크게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과전화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일체 연락이 없어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목격자들의 증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민단체 관계자 C씨는 “군의원, 면장들, 공무원들도 다 지켜봤다. 누가 뭐란 것도 없는데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너무나 황당했다. 욕설도 욕설이지만 정말로 때릴 기세였다. 얼굴이 발그레한 게 술이 취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군수의 행동치고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는 “일부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군수의 행동에 격분해 군청을 항의 방문하는 계획까지 세웠다가 주변의 만류로 그만 뒀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D 군의원은 “내가 들어가려는데 군수님이 나오시더라”며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얼버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