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현지브로커 ‘거짓 정보’에 눈물
외국인노동자, 수백만원에 이르는 송출비 부담

2007년 8월 24일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단기체류외국인을 포함한 체류외국인은 100만254명으로 사상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주민등록인구의 2%로 발표 시점 1년전보다도 15%나 급증하는 추세다. 이미 한국사회가 다인종·다문화사회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2007년 4월 기준, 충북의 거주외국인 수는 1만9274명으로 충북인구의 1.3%을 차지하고, 국제결혼가정자녀도 2288명에 달한다. 특히 농촌지역의 국제결혼 희망남성이 크게 늘어 충북의 국제결혼율은 전국평균을 상위한다.

이제는 다문화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해법을 찾아야할 때다. 충청리뷰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주요 송출국인 태국, 베트남 현지취재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 본다.

한국사회의 변화가 다문화사회를 앞당겼다. 3D업종 종사 희망자가 줄어들고 남녀성비가 커지면서 우리 사회는 일할 사람과 결혼상대자를 외부로부터 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OECD국가 중 최저출산율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송출국의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졌다. 60~70년대 한국인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했듯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인들도 코리안드림을 꿈꾼다.

공동취재팀이 찾아간 베트남 호치민 한국영사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자국 여성의 살해사건과 자살사건으로 반한감정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한국 남자와의 결혼을 희망하는 베트남 여성들이 입국을 위한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노동자들에게서 심화돼 나타난다. 자국 대기업 초봉 월급이 30만원을 넘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일은 힘들지만 3년만 고생하면 고향으로 돌아와 장밋빛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하노이 지사에 따르면 일원화된 외국인력 도입방식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베트남 근로자 수는 3만 1294명, 태국 근로자 수도 2만 285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 체류외국인 연도별 증감 현황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곽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태국지사장은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밖에도 사전교육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 모두를 통과한다고 해도 수요가 많지 않은 직종은 몇년씩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국제결혼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을 동경하는 이유는 풍요로운 삶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애당초 시작이 잘못됐다.
 
현대판 ‘효녀 지은’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고은영 대표는 현재의 국제결혼 행태에 대해 '인신매매성 결혼'이라고 규정했다. 대마담, 소마담, 모집책 등 조직화된 현지 브로커들은 순박한 자국 여성을 돈벌이로 이용한다.

베트남 하노이 하이퐁 출신인 부찌터넝 씨(21·경남 통영)는 ‘한국에 가면 너는 물론 가족들도 호강하며 살 수 있다’는 현지 브로커의 말을 믿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가 베트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신발공장에서 근로하며 8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가가 낮다고는 하지만 그 돈으로 부모님의 생활비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남동생의 학비를 책임졌으니 그 생활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은 물론 친정식구들도 넉넉하게 살 수 있다는 제안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부찌터넝 씨에 따르면 당시 브로커는 결혼할 남편에 대해 한국에 집도 몇 채 있고, 시부모도 모시지 않아 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이었다.

남편은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한글도 깨우치지 못했고 남의 배를 타는 노동자였다. 몇 채나 있다는 집은 물론 거짓이었고 시부모를 모시고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부찌터넝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 때문이라도 잘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취재진이 베트남 친정집을 방문한다고 하자 “어렵게 사는 모습은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부찌터넝 씨는 현재 김밥 전문점에서 일하면서 번 돈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친정에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편지를 동봉해….

배보다 큰 배꼽 ‘송출비’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 문제다. 그들은 한국에 가기 위해 값비싼 한국어학원을 다녀야하고 1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인 비용이다.

현지 취재결과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르는 소개료가 오가고 있었다. 주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전교육기관이나 정부관계자 또는 한국기업과의 유착을 내세우는 브로커들에 의해 자행된다. 더욱이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이를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으로 가는 사람은 한국에서 돈을 벌고 브로커가 번 돈으로 현지인들도 먹고산다는 개념”이라는 충격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타나폰 씨(33·경기도 안산시)는 한국에 오기 위해 10만바트(300만원)의 송출비용을 들였다. 친정집은 노점상을 통해 하루에 우리돈 7000원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타나폰 씨의 벌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타나폰의 아버지 솜삭 씨(55·종교인)는 “송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얻어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느라 보내주는 비용으로 생활하는 것이 아직은 빠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변에서도 한국으로 가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많지만 송출비용이 없어 엄두도 못낸다”고 덧붙였다.

부풀어진 송출비용으로 인해 고용허가제(3년제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노동자들은 결국 불법체류자의 길을 걷게 되고 추방에 의해 본국으로 송환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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