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보 게재 유보' 결정에도 성난 민심 진정기미 없어
쇠고기 수입반대에서 정권퇴진 운동으로 확대

정부가 3일로 예정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관보 게재를 일단 유보했다.  게재 유보를 계기로 극으로 치닫고 있는 국민의 분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는 촛불문화제의 열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일 농림수산식품부의 요청으로 행정안전부가 관보 제본을 중단하고 게재를 유보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청주 철당간에서 연일 열리고 있는 촛불문화제는 예정대로 열렸다. 오후부터 내린 비로 단체가 아닌 개인 참여는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문화제가 진행되면서 학교를 마친 중·고생들과 아이의 손을 잡고 참석한 어머니 등 200여명의 시민들이 빗속에서 촛불문화제를 이어나갔다.

도내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충북대책회의(이하 충북대책회의)’ 성방환 공동대표는 “시민들이 원하는 수입안전조건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관보 게재 유보 조치는 재협상을 전제로 한 적극적인 조치라기보다는 국민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만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철당간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고교생 김 모군은 “공부에 신경써야 할 학생이지만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이곳으로 나왔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려고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참가학생을 기록하는 등 집회 참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한 주부는 “생각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비가 오는 궂은 날씨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국민의 힘으로 관보 게재 유보를 이끌어냈지만 여기에 큰 의미를 두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진정 국민들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민의를 져버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개 시·군 정기적으로 열려
우선 관보 게재가 유보됨에 따라 4~5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도 연기됐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고시가 유보된 것일 뿐, 언제까지 유보될 것인지 재협상을 위한 유보인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태다.

정부가 민심을 안정시킬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촛불문화제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위한 성격을 넘어서 경찰의 과잉진압,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확대돼 이명박 대통령 퇴진운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열리던 초기 촛불문화제와 달리 지금은 시민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전환됐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더욱 격렬해진 수도권과 달리 도내에서는 별다른 충돌없이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10일, 6월 민주항쟁 21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라 경찰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성방환 공동대표는 “시민들의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동맹휴업이 예상되는 10일을 기점으로 촛불문화제에 시민참여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는 13일에는 미선·효순양 추모제가 예정돼 있어 촛불문화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집계에 따르면 도내 전역의 촛불문화제 참가인원은 1일 1200명~1500명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당간 광장은 물론 도내 10개 시·군 지역에서 촛불문화제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보은 등 일부 군에서는 중고생들이 행사를 이끌고 있어, 자발적 시민참여라는 촛불문화제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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