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창작희곡 공모전 공정성 논란
도 연극협회 기 공연작인 '온달산성' 선정돼

응모자 박만호 씨 주장…주최측 “심사과정 공정, 공식 이의제기 하라”

▲ 최근 단양군이 주최한 제1회 단양문화원형 창작희곡 공모전 결과를 놓고 응모자 박만호 씨가 “기발표 작품이 입선했다”며 심사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단양군이 주최한 제1회 단양문화원형 창작희곡 공모전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이번 공모전 응모자였던 박만호(50·시나리오 작가)씨가 심사 결과 부당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박만호 씨는 “한마디로 입선작은 기발표 작이다. 전국 어느 공모전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모전 요강에 따라 선정작 입상 취소 및 재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모전 요강에는 ‘심사 후 기발표 작품 및 저작권 침해 시비 발생 시 심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입상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게재돼있다.

박 씨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희곡 ‘온달산성’은 충북도 연극협회가 냈다. 그는 “‘온달산성’은 2000년 상당극회가 충북도 무대제작기금을 받아 ‘온달바람(온달전)’으로 공연했다. 이미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 버젓이 창작 작품으로 둔갑한 것은 코메디가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당시 상당극회가 홍원기 작가의 작품 ‘온달바람’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문제가 된 대본 또한 동일 작가인 홍원기 씨가 썼다. 제목은 ‘온달바람’에서 ‘온달산성’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충북도 연극협회는 “작가가 내용을 각색하기로 합의했고, 일정부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무대화가 될 경우 원래 대본에서 뮤지컬로 바꿀 계획이었다. 연극 대본이 나와도 무대에 올려질 때는 계속해서 수정이 가해지는 것이 관례다”고 답변했다.

심사평 “자치단체 목적에 부합해야”
단양문화원은 지난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의 응모기간을 거쳐 접수된 작품 21편을 심사해 입선작 1편과 입선가작 1편 등 2편을 최종 수상작으로 확정했다.

입선작 ‘온달산성(충북도 연극협회)’은 700만원, 입선가작 ‘남한강에 잠긴 달(임오섭 작) ’은 3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온달산성’은 고구려 온달장군이 성을 쌓고 신라군과 싸우다 전사한 배경을 둘러싸고, 온달과 평강의 사랑과 죽음을 총체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또 ‘남한강에 잠긴 달’은 전설이나 역사 속 온달장군 이야기에 얽매이지 않고 연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형식과 파격적인 대사를 보여준다.

이번 공모전의 심사총평은 다음과 같다. “순수 문학의 희곡이 아닌 자치단체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공연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즉, 제작비와 연기자 등을 감안해 지역에서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온달산성’을 택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으며 코러스 칠성패를 등장시키는 등 독창성을 보여준다는 데 큰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박만호 씨는 “‘순수문학의 희곡이 아닌’작품을 뽑았다는 의미가 도대체 무엇이냐. 심사위원 말대로 자치단체 내에서 해결할 것이면 전국단위 공모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 희곡상에 순수문학의 가치는 배제했다는 얘긴데 이런 대목에서 심사의 공정성이 더욱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한편, 단양문화원은 입선작 ‘온달산성’의 무대화를 위해 역량 있는 전문예술단체나 공연 팀을 선정해 향후 2000만원을 지원하는 2단계 공모를 벌이고 있다. 공모전 공식 홈페이지(http://dyculture.kr)를 통해 4월 21일부터 28일까지 수상작 교부 및 열람신청을 받고, 5월 8일부터 15일까지 신청 접수받는다. 단양문화원은 “빠르면 올 10월에 열리는 온달축제에 희곡 공모전 대상작을 같이 올릴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양군은 지난해 말, 단양문화원에 이번 사업을 맡겼다. 또한 단양문화원은 내부적으로 전문성이 없다고 판단, 이 사업을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 위탁했다. 단양문화원은 “예산은 총 5000만원이다. 창작희곡에 1000만원, 무대화지원에 2000만원, 그리고 기타 홍보 및 홈페이지 제작비용 등으로 쓰여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단양군이 문화원형을 소재로 전국 단위 희곡을 공모하고, 이어 무대화와 레파토리 공연까지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혀 관심을 끌었다. 군단위에서 지역의 문화원형을 문화관광자원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은 분명 신선한 시도다. 이에 지역 연극인들은 공모전 전후 “단양군이 야심차게 지역소재를 발굴해 무대화하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리고 공모전 상금도 신춘문예를 능가할 금액이라 화제를 모았다. 이에 지역의 문화예술인 P씨는 “전국단위 공모를 통해 좋은 작품을 뽑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좀 더 투명하게 일처리를 했으면 이러한 잡음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공식적인 문제제기 없었다”
문제는 제1회 창작희곡 공모전에서 기 발표 작품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 것이다. 이에 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일단 공모전 주최 측에 공식적인 이의제기가 없었다. 공모전이 끝난 후 심사에 부당성을 주장하는 예는 비일비재하다. 문제제기한다면 공식 답변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심사위원은 그 분야 전문가들이며, 표절 및 기 발표작을 거를만한 장치를 갖고 있는 분들이다. 심사는 비공개로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미 2002년 단양군이 이와 비슷한 공모사업을 한차례 벌인 적이 있고, 이번 심사에서 당시 당선작과의 중복여부 또한 고려했다는 것.

그렇다면 이번 공모전의 경우 작가의 각색 부분을 ‘제2의 저작’이라고 봐야 하는 가에 방점이 찍힌다. 현재는 작가의 각색 여부와 범위, 그리고 심사에서 이러한 부분이 확인됐는지에 대한 공식 답변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팀 김영중 씨는 “해마다 창작 희곡 활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기준은 초연작품에 한한다. 전국연극제의 경우도 초연작품에 한해서만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심사위원회를 통해 기발표된 작품은 걸러진다. 이처럼 결과에 대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난다면 먼저 공모전 요강을 따르고, 차후 이러한 동일 작가의 각색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재심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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