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지금부터 홍보”… 법률 요건 갖춰도 국회통과 등 험난한 길 많아

시 승격 어떻게 추진하나

청원군이 시승격을 바라보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오송·오창과학단지의 개발이다. 오송생명산업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를 축으로 공업화된 도시화지역이 생기면서 인구가 급증했고, 이 지역은 앞으로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곡창지대로 이름높던 오창지역을 돌변시킨 것은 아파트 8000여세대가 일시에 분양된 ‘사건’이다. 이는 2006년 군 인구를 증가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 청원군은 오송·오창단지의 개발로 인구가 급증했다. 이는 청원군이 시승격 꿈을 꾸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사진은 오창 지역의 아파트 단지.
2007년도에 발간된 청원통계연보를 보면 군은 지난 84년 인구 15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90년에는 최저선인 11만명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던 군 인구는 2005년 12만1272명에서 2006년 13만8707명으로 대폭 증가한다.

이 때가 오창 아파트단지에 주민들이 입주하던 시기다. 이후 증가하던 인구는 14만명을 넘어섰고, 오송 아파트단지에 4000세대가 입주하는 2010년에는 또 한 번 인구가 뛸 전망이다.

통합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시승격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인구이기 때문에 청원군은 현재 인구 채우기를 중요 과제로 내세웠다. 지난 21일 청원시승격추진위 발대식 때 김재욱 군수는 참석자들에게 “5600명만 증가하면 청원시가 된다”며 “청원시에 거주하면서 주소를 옮기지 않은 사람들이 주민등록을 이전하도록 홍보해달라”고 말했다.

청원군의 인구 15만명 돌파는 그 시점이 언제인가가 문제이지 목적달성은 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아젠더 2010’에서 2015년에 인구가 23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문제는 인구만 늘어난다고 시승격이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청원군은 청주시와의 통합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통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 지역주민들의 상당수가 통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승격은 주민과의 공감대 형성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 전국 행정구역을 광역화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도농통합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여론조사 과정 없어 ‘주객전도’
행정안전부의 고위급 인사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만큼 공감대가 형성되고 주민들이 원하는가가 관건이다. 청원군이 시승격 절차를 거쳐 행정안전부로 올리면 우리는 심사숙고해 결정한 뒤 국회로 넘긴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청원군은 청원시를 추진하면서 군민 여론조사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즉 군민들이 시승격을 원하는가에 대한 의견조사가 없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민들이 아직 청원시가 되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청원시추진위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렇게 되면 목표를 정해놓고 군민들을 한 방향으로 끌고가는 것이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가하면 김순은 한국지방자치학회장(부산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은 “이명박 정부가 효율을 강조하기 때문에 광역화로 갈 것으로 예견되고, 도농통합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자치는 곧 지방자치 경쟁력을 말한다.

동경시의 인구는 1200만명, 상해시는 1700만명이다. 이제는 규모의 경제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 도시도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세계도시와 겨뤄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따로 따로 살림을 차릴 게 아니고 합쳐 경쟁력을 가진 뒤 세계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는 것이다.

도의회부터 국회까지 ‘산넘어 산’
청원군은 시승격이 되면 공무원이 100여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820명의 공무원으로는 늘어나는 행정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늘어나고, 또한 당연히 늘어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제천시 인구가 13만여명에 공무원이 999명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구 14만여명에 민원 건수도 훨씬 많은데 공무원은 적다. 그래서 행정수요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군·구 기구설치 및 직급기준표를 보면 인구 15만~20만 시는 3개 이내 실·국과 17개 이내 실·과·담당관, 15만 이상 군은 실·국 없이 18개 실·과·담당관을 둘 수 있도록 돼있다. 따라서 청원시가 되면 공무원 조직이 대폭 늘어난다. 항간에는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 감축 방안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게 행정안전부 고위직 인사 말이다.

한편 청원군이 시승격 요건을 갖추면 앞으로 실태조사서를 작성한 뒤 군수와 군의회 의견을 첨부해 충북도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그러면 도는 도의회 의견을 들어 행정안전부에 제출하고, 행정안전부는 이를 검토해 이의가 없으면 법률안을 작성한 뒤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다. 따라서 이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고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승격 시도’ 잡음도 많다
공무원 대규모 위장전입 등 부작용 잇따라

일부 지자체들이 무리하게 시승격을 추진하다보니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충남 당진군은 공무원을 동원해 대규모 위장전입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KBS에 따르면 18대 총선 선거인 명부 대조결과 당진군 제1투표구 1230개 거주지 중 한 거주지에 3세대 이상 등재, 위장전입 의혹이 있는 곳만 162곳에 달했다. 이 곳에 등재된 유권자는 1752명으로 전체의 13%에 불과한 거주지에 유권자의 41%가 몰려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일부 공무원 집이나 건강식품 판매장인 가건물, 새마을회관, 문예회관처럼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에 몇 십명에서 몇 백명까지 전입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참여연대도 몇 년 동안 군 공무원 주도하에 대규모 위장전입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인구 3만8000명이던 당진군은 이렇게 해서 지난해 11월 5만명을 넘어섰다. 그러자 당진군은 행정안전부에 시설치 건의안을 제출했다. 물론 불법사실이 드러나 이 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전국적으로는 충북 진천과 음성, 경북 칠곡, 경기 여주군이 시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진천군의 인구는 금년 3월말 기준으로 6만 280명. 군은 2015년 15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지난해를 ‘시승격 원년 선포의 해’로 정했다. 그리고 음성군은 올 3월 말 기준 인구가 8만8669명으로 나타났다. 역시 도농복합시로 가야 하기 때문에 15만명을 채워야 한다.

경북 칠곡군의 한 국회의원은 15만 인구 기준을 12만명으로 낮춰달라는 법률안을 제17대 국회에 제출했으나 자동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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