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 주가조작설 이어 비례대표 특별당비도 드러나
충북경제‘긍정적 효과’對‘지역명예실추’의견 분분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의 대표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환영 받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된 정국교 (주)에이치앤티 전 대표가 주가조작설에 이어 1억원의 특별당비를 낸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H&T의 주가 문제는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제기됐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청주산단의 H&T가 지난해 4월 우즈베키스탄와 규소광산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000원을 오르내리던 주가가 급등해 10월 초 8만9700원까지 치솟았다. 규소는 태양광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 이에 힘입어 불과 2~3개월 사이에 30배나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중순 당시 정 대표는 한 경제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과 태양에너지 합작사업과 이를 위한 규사광산 개발을 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 일정대로라면 한달 뒤인 5월 본계약을 맺어야 했지만 우즈베크 측에서 제동을 걸어왔다.

국내 대기업 주력회사인 모 기업이 우즈베크에 대규모 투자의사를 밝혀와 계약을 미루고 새로 검토해 보겠다는 것. 그렇게 해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우즈베크 정부 각료회의에 2개사의 제안서가 올라갔고 결국에는 에이치앤티가 하기로 전격 결정이 났다. 우즈베크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규사광산 개발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재 합의된 8개 주요 광산에서 샘플을 채취해 중국에서 솔라셀의 주원료인 테크니컬 실리콘을 만들기로 했다. 그 성분 결과를 토대로 연내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장중 사상 최고점에서 40만주를 매각해 343억원을 현금화했다. 임원들 까지 포함하면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H&T 주가는 곤두박질 쳐서 당장 이틀만에 하한가를 기록, 6만원 이하로 떨어졌으며 11월 중순 규소광산 개발 무산이 공시된 뒤에는 4000원 까지 곤두박질 쳤다.


지분 매각 343억원 현금화, 주가는 널뛰기

당연히 막대한 손실을 입은 일반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더욱이 회사 주가가 급락하자 30만주를 또다시 사들여 결과적으로 지분율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정 대표의 도덕성 시비가 불거졌다.

우즈베키스탄 규소광산 개발 소식으로 9만원까지 치솟았다 4000원대 까지 떨어지며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H&T 주가는 정 대표의 비례대표 6번 배정으로 또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3월 하순 6000원을 넘어서 증권선물거래소(KRX)로부터 투자경고종목 지정예고 까지 받았으나 총선 이틀전인 지난 7일에는 1만2000원까지 3배나 폭등한 것.

하지만 이것도 잠시 검찰이 정 당선자를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가격제한폭 까지 떨어지며 7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 주가조작 혐의 수사
검찰은 지난 11일 3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정국교(49) 당선자의 사무실이 있는 청주산업단지 내 H&T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국교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통합민주당)가 주식거래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당선자 등은 주식을 매각한뒤 기자회견을 열어 현지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잇따라 공시했다.
검찰은 정 당선자를 포함한 대주주들이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미리 주식을 팔았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서 추진하던 태양광 원료사업이 현실성이 있었던 것인지, 부풀려 졌다면 어느정도 부풀려졌는지 등도 조사해 최종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정 당선자측은 “주식매각은 신규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과 주가 이상 급등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회사 모두 망신살
정국교 국회의원 당선자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통합민주당에 1억원의 특별당비를 납부한 사실이 드러나자 현역 기업인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치가 물거품처럼 빠지고 있다.
정 당선자의 비례대표 6번 지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각에서는 현역 충북지역 기업인이 국회에 입성해 어느정도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 경제계 인사는 “지분매도로 일반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는 등 도덕성 시비와 함께 H&T가 청주산단에 위치해 있을 뿐 정국교 대표는 대전이 정치 활동지역이었다는 점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더욱이 당선된 뒤 검찰의 조사가 이뤄지고 특별당비 납부 사실도 드러나면서 일부이기는 하지만 청주산단과 충북기업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지난달 말 ‘돈공천 의혹’에 대한 언론의 취재에서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검찰의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 의혹을 제기하며 옹호하던 민주당도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H&T 내부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어수선한 분위기다. 검찰의 압수수색 등 북새통을 떤 데다 정 당선자가 대표이사를 사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배주주 지위를 갖고 있는 실질적인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H&T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조서현 세메스 상무(삼성전자 계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조 대표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48만4170주(32억4393만9000원)를 부여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것이다.

H&T 어떤 회사인가?
청주산업단지에 위치한 H&T의 전신은 1979년 설립된 코엑스전자(주)다. 이후 인포맥코리아(주)를 거쳐 1990년 뉴맥스로 회사명을 변경, 1994년 1월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컴퓨터 주변기기 및 완제품, 핵심 부품 제조(헤드와 시디롬) 판매 하고 있으며 청주민방(CJB)에 참여했지만 IMF 당시 부도 이후 경영주가 잠적해 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의 H&T는 뉴맥스 당시 상무이사 였던 정국교 전 대표가 2000년 400여명의 직원과 함께 설립, 직원들의 퇴직금 대신 받은 10억원어치의 원자재를 활용해 생산을 시작했다.
꾸준히 회사 실적이 상승해 2006년에는 1658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당기순이익 100억원을 돌파했지만 지난해에는 905억원의 매출액에 14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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