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이라도 벌이듯 여섯 명의 주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새 대표를 선출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한나라당은 새 대표를 정점으로 대선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 심기일전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작, 변화와 감동!’이라는 대회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번 전당대회는 정당사상 최대 규모인 22만 7천 여명의 선거인단이 대거 경선에 참여해 전에 없던 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축제가 돼야 할 경선이 인신공격 성 저질 비방 전으로 일관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야당의 존립목표는 정부의 시책을 비판하고 견제함으로써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한편 국민여론을 환기시켜 궁극적으로는 정권을 획득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정권을 쥐는 일은 수월한 일은 아닙니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평소 국민의 사랑과 신임을 받아야하는데 그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지만 그러나 그 동안 한나라당은 여당으로서도, 야당으로서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큰 인물이 없었기도 했으려니와 당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승만정권이래 노태우정권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당사에서 야당은 국민의 희망이었습니다. 자유당 때는 신익희 조병옥같은 걸출한 지도자들이 있었고 박정희 독재정권에서는 유진오 박순천 유진산같은 큰 인물이, 그리고 김대중 김영삼 같은 투사들이 있어 독재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년에 와 우리에게는 꿈을 주는 진정한 야당지도자는 없습니다.

이제 한나라당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줘야됩니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수권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합니다. 그러자면 시대의 흐름과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고 구태를 벗어나지 못 한다면 한나라당이 설 땅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정권을 획득하려면 ‘큰 정캄를 해야합니다.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는 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균형감각을 가져야합니다. 그렇지 않고 다수당이라는 강점을 이용해 마냥 대통령 흔들기나 열중하고 정쟁이나 일삼는다면 누가 대표가 되든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국정이 혼란하다면 그 책임은 일정부분 야당에도 있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지금의 한나라당은 원내 다수당입니다. 야당이지만 한나라당의 책임이 큰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패배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구태나 답습한다면 한국정치에 희망은 없습니다.
차제에 한나라당은 두 번씩이나 대선 에서 패배한 원인을 통감하고 겸허히 반성해야합니다. 또한 노무현정부가 실수를 연발해도 지지도가 민주당에도 뒤지는 이유 역시 깊이 생각해 봐야합니다.

지금 국내외 정세는 풍전등화라고 할만큼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한반도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고 그러잖아도 어려운 불경기에 연 주창처럼 터지는 잇단 파업으로 날이 새고 집니다. 범죄는 들끓고 민심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럴 때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흔쾌히 가슴을 열고 국난을 푸는데 나서는 정치력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손뼉은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한나라당이 한쪽 손바닥의 구실을 충실히 할 때 ‘사랑 받는 야당’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새롭게 출발하는 한나라당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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