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던 벤처 1세대 장흥순 터보테크 전 회장이 2년여 만에 재기에 나서면서 성공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장 전 회장의 현업 복귀에 동료 벤처사업가 등 주변 인사들이 적극적인 동지애를 발휘하는 등 업계에서는 그의 재기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으며 지역에서도 동문을 중심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매연저감장치 사업을 위해 설립한 엔비스타네트웍스도 당초 계획에 따라 내년 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연저감장치(DPF, Diesel Particulate Filter Trap)는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입자상물질을 필터로 포집한 후 이것을 재생해 계속 사용하는 기술로서 매연을 80% 이상 저감할 수 있어 자치단체들이 공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부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매연저감장치 시장은 대기업인 현대모비스가 전체의 약 40%를 공급하며 SK와 일진그룹 등도 매연저감장치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시장 규모도 2014년까지 내수 10조원을 비롯해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블루오션급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DPF 싱크탱크, 엔비스타네트웍스 설립
지난해 터보테크는 차세대 매연저감장치 사업에 나서겠다며 신생 엔비스타네트웍스에 지분 50%를 투자 했다.
엔비스타네트웍스는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이 설립한 자본금 12억원에 전직원이 10명도 안되는 벤처기업으로 매연저감장치 사업 마케팅과 기술개발을 전담하는 실질적인 싱크탱크 기능을 맡게 될 법인이다.
장 전회장은 2006년 9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매연저감장치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주력해 왔으며 이를 위해 엔비스타네트웍스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터보테크의 매연저감장치 사업에는 엔비스타네트웍스와 함께 분식회계 사태 이전 계열사 관계였던 넥스트인스트루먼트와 NHN, 템스, 마스터자동차관리 등이 참여 한다.
엔비스타네트웍스는 템스와 함께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진행하며 터보테크는 제품 생산, 마스터자동차관리는 전국 정비망을 통한 차량 설치, NHN은 인터넷 신청 접수 등 온라인 창구로서 기능을 담당할 예정이다.
장 전회장이 엔비스타네트웍스를 통해 매연저감장치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사업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매연저감장치 사업이 터보테크 차세대 주력으로 성장할 경우 장 전회장과 터보테크와의 관계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 전 회장이 매연저감장치 사업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등장한 만큼 ‘장흥순 재기=터보테크 성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터보테크 관계자도 “장흥순 전회장이 분식회계와 터보테크 부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엔비스타네트웍스 또한 이런 취지에서 회사의 매연저감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흥순 구하기 혹은 백의종군
장 전회장이 2년여 만에 ‘컴백’해 터보테크의 차세대 사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게 됐지만 언론과 접촉을 하지 않는 등 분식회계 여진에 대한 부담은 안고 있는 분위기다.
또 일각에서는 터보테크가 엔비스타네트웍스에 지분 50%를 투자해 정 전회장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매연저감장치 사업을 형식적으로는 터보테크가 주도하고 있지만 제품 생산만 할 뿐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장 전 회장 측이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보테크 측은 오히려 장 전 회장이 차세대 사업의 활로를 열어주는 모양새라며 소위 ‘장흥순 구하기’라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터보테크는 분식회계 사태 이후 매출급감 등 어려움에 시달려왔고 지난해에 비로소 경영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사업에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에 까지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며 이를 엔비스타네트웍스가 맡아 돕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장 전회장이 터보테크를 돕는 차원이며 ‘백의종군’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흥순 전 회장의 재기 시도든 백의종군이든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분명하다. 매연저감장치 원천 기술은 국책연구기관인 기계연구원이 갖고 있다. 생산과 사업전반은 터보테크가 지휘하지만 상품화는 엔비스타네트웍스, 설치와 A/S는 마스터자동차관리, 인터넷 부분은 NHN 등 복잡한 구조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장 전 회장은 싱크탱크 역할을 하며 코디네이터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추진의 방법을 적극적인 대시가 아니라 돌다리 두드리듯 하는 것은 장 전회장의 분식회계 사태와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부담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월 중순을 주목하라?
터보테크와 장흥순 전회자의 매연저감장치 사업은 내년은 돼야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터코테크 관계자는 “이미 원천기술은 기계연구원에 의해 개발됐고 핵심은 이를 어떻게 사용화 하느냐다. 결국 기술 자체의 차별성 보다 마케팅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특히 “현재 각종 인증단계로 시장 진입은 내년은 돼야 할 것이지만 3월 중순이면 어떤 이슈가 등장할 것”이라며 중요한 변화 내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3월 10일 이후를 주목해 달라”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소한 매연저감장치 사업을 본격화 할 단초를 찾았거나 경영적으로 큰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다각적인 풀이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터보테크 측에서 3월 중순을 언급하는 것은 뭔가 긍정적인 이벤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매연저감장치 사업과 관련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터보테크가 처해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보다 충격적인 내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난 보다 응원 앞서는 배경은
사태 수습 노력 진실했다, 벤처 1세대 예우도
불법행위로 사법처리를 받은 경제인이 사업재개에 나서는 경우 ‘응원’ 보다는 ‘반성을 덜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던져지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장흥순 전회장에 대해서는 벤처업계가 응원 수준을 넘어 동지애를 발휘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터보테크가 지난해 매연저감장치 사업 투자 등을 위해 제3자 배정방식으로 109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옛 계열사는 물론 내노라하는 벤처CEO들이 동참했다. 비록 증자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넥스트인스트루먼트가 20억원 규모로 가장 많이 참여할 뜻을 밝혔었고 터보테크 임직원과 다수 CEO들도 동참의사를 밝히는 등 장 전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터보테크는 제3자 배정방식 증자 실패 한달만에 일반 공모로 전환해 141억원 증자에 성공함으로서 매연저감장치 사업 진출이 가능하게 됐던 것이다.
분식회계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하고 있었던 터보테크가 한차례 실패는 있었지만 유상증자에 성공한 데에는 장흥순 전회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적잖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CEO의 대부분은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대출이나 M&A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경우 개인 치부와 직접적으로 이어져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장 전회장의 경우 경영악화로 인해 회사가 어려워졌고 중국 현지 공장 인수를 사업의 돌파구로 삼으면서 거액을 쏟아 부으면서 주가 유지 등을 위해 분식회계를 했던 것으로 차원이 다르다. 물론 분식회계 자체가 명백한 불법인 것은 사실이지만 장 전회장에 대해서는 비난 보다는 안타까움이 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장 전회장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난 뒤 책임감 있는 CEO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는 등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나 회사를 살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 등으로 장 전회장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허물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벤처기업인협회장으로 업계의 맏형 노릇을 해 오면서도 상당히 투명하게 협회는 물론 터보테크를 경영했고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등 그의 공로에 대한 예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역에서도 모교 장학사업 등 성공한 출향 기업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던 만큼 그의 컴백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장 전회장의 고교 동문은 “비록 한순간의 실수로 커다란 시련을 겪었지만 그것을 거울 삼아 반드시 재기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장흥순 회장은…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48)은 괴산에서 태어나 충북고와 서강대(전자공학)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설립한 터보테크를 매출액 수백억원대의 중경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국내 CEO중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의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선정되고 국내 벤처기업협회장 까지 맡는 등 벤처 1세대 맏형으로 통했다.
그러나 2005년 말 7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서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받아 충격을 던져줬으며 이듬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으면서 수감생활을 끝내고 출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