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서인석씨(51) 고물상하며 헌혈전도사 활약

비장애인도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헌혈을 27년째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서정석씨(51)는 왼쪽 팔을 잃은 장애인이다. 하지만 그 한 손으로 고물상 막노동을 하며 81년부터 '이웃 사랑' 헌혈을 실천해왔다. 현재까지 278회의 헌혈기록을 보유해 도내 최다 헌혈자인 송득준씨(56)의 297회를 바짝 뒤쫓고 있다.

청주시 사직2동 고물상에서 분류작업을 맡고 있는 서씨는 막노동 속에서도 한달 두번 사창동 중문 헌혈의 집을 방문한다. 성한 오른팔에 촘촘히 보이는 바늘자국은 지난 세월 종교적 신념에 의한 헌신의 증거이다. 서씨는 20대의 나이에 니체 등 염세철학에 심취했고 열차 레일에서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팔 하나를 하늘에 바쳤고 이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

정신적 방황을 수습하고 '한팔 인생'을 받아들이면서 시작한 것이 헌혈이었다. 20대 후반의 나이부터 고물 손수레를 끌고 청주를 누볐다. 생계라는 것이 자기 한 입 건사하는 것이다 보니 결혼할 마음을 먹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오십줄에 들어선 노총각 서씨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멋쟁이다.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발로 타는데 팔없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어눌하게 대답한다.

지난 2003년에는 컴퓨터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늦깍이 대학생이 됐다. 방송통신대 컴퓨터공학과를 입학했는데 여지껏 승급에 필요한 학점을 따지못해 내내 1학년이다.

지금 가장 소망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우선 헌혈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방송통신대 학점 좀 딸 수 있으면 좋겠는데·생각처럼 잘 안되네요" 서씨의 소박한 소망을 듣고 기자는 대뜸 약속했다. "여지껏 헌혈 한번 못하고 살았는데, 이번 주내로 꼭 가겠습니다" '외팔이' 헌혈왕의 한마디가 왜 이리 아프게 가슴을 찌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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