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수 예산도 세우지 않은 ‘안전불감증’ 청주시

시립어린이집은 청주YWCA어린이집을 비롯해 금천·남들·내덕·성화1·성화2·영운·우암 등 8곳이다. 우암어린이집과 내덕어린이집 건물은 1982년에 지어졌고 성화1·성화2 어린이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어린이집 건물이 20년 가까이 된 노화된 건물이라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지난 10월 6곳의 노후된 시립어린이집을 방문한 청주시의회 복지환경위 김갑중 의원은 지난 11일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시설보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도점검 차 방문한 6곳 가운데 4곳이 20여년이 지난 건물이었다. 건물이 노후된 것은 물론 오래된 건물들은 구조도 미로와 같아 원생의 안전과 교사들의 보호관찰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어린이집은 내부 천장이 무너질 것을 염려해 서포트(건설용 지지대)를 2곳에 설치해 놓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태로웠지만 3년 계약으로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 시설장으로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형편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추경에 건물안전진단비로 시설별로 6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이 전부다. 지금껏 어린이집 개보수를 위한 예산을 확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낡은 어린이집 건물을 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충북도가 실시하는 기능보강사업(국공립시설 개보수사업)에 청주시가 신청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06년 우암·영운·내덕 어린이집 3곳에 각각 3000만원의 보수비용이 지급됐다. 2007년에는 기존의 어린이집 개보수를 위한 보강사업 신청은 없이 신설된 성화1·2 어린이집 기자재 비용만을 신청해 지급했다. 2008년 역시 성화1·2에 대한 시설비용만 신청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08년에도 낡은 어린이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시립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긴 김 모씨는 “사설 보육시설보다 비용이 저렴한 것이 첫째 이유이기도 하지만 정부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 교육프로그램이나 안전에 대한 믿음이 시립어린이집을 선택하는 큰 이유다. 수십명의 아이들이 거주하는 건물이 곧 무너져 내리게 생겼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라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현재 각 시설마다 예산을 지급해 개별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일부 어린이집은 신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검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더라도 빨라야 추경예산에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 당장에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당장에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예산을 확보하고 즉각적인 대처를 취할 수 있는 준비를 해놓는 것과 그렇지 않은 대처자세는 분명 다르다.
더군다나 예산을 확보해 안전점검을 실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그동안은 해마다 2회에 걸쳐 유관으로만 시설점검을 해왔다. 또한 시립어린이집의 개보수는 지금껏 충북도 기능보강사업에 의존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기능보강사업 예산만으로는 기본적인 보수만 가능하지 적극적인 보수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결국 시립어린이집은 말그대로 시가 세웠을 뿐이지 시가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기능보강사업을 신청하는 대리인의 역할이 고작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시립어린이집을 사설어린이집 수준으로 시설을 현대화되길 바라는 것은 수요자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김 의원은 “위탁운영을 맡긴 것뿐이지 시설은 청주시 소유다. 주인이 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능보강사업을 통해 3000만원을 지급받은 3곳의 어린이집도 완벽한 개보수를 마치지 못했다. 한 시설장은 “위탁운영을 시작할 때에도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손 볼 곳이 많아 3000만원으로는 완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보조금에 사비 500만원을 털어 아이들의 활동에 불편한 부분을 먼저 수리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립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시설장들은 단순히 시소유의 건물만 임대해 재량껏 사용하는 일반적인 운영자의 위치가 아니다. 한 시설장은 “시설장도 지자체가 마련한 봉급기준에 따라 호봉수를 기준으로 책정된 월급을 받는 처지다. 영리목적의 어린이집과는 운영방식이 다르며 이익금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여유자금을 갖고 운영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예상치 않은 비용이 발생하면 시설장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운영체계다”라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운영자라고 하지만 시설장에게 적극적인 책임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결국 시립어린이집을 믿고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로서는 청주시가 적극적인 대처를 해주길 바랄 뿐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안전점검에 대해 김 의원은 “안전점검을 통해 필요한 예산을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확보하려 한다면 시의회에서도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시설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위탁운영 바람직한가
일본의 경우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은 모두가 직영체제다. 정부기관에서 기자재는 물론 식재료까지 일괄 구매해 분배하고 공무원이 각 시설을 직접 관리한다.
청주시의 경우 2006년 직영으로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2006년 위탁운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위탁운영 이전에도 일본과 같은 형태의 직영체제를 갖췄던 것은 아니다. 한 시설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운영 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달라진 것은 청주시가 지정하던 시설장이 공모에 의해 정해지고 위탁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문서화됐다는 것과 공무원에 준하던 시설장과 보육교사의 대우가 사라졌다는 것뿐이다.
수요자들이 시립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보육교사들의 열정 때문이다. 위탁운영체제로 운영되는 지금도 시립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사설 보육시설의 교사들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다. 보육교사가 안정된 보수를 받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다. 사설 보육시설보다 많은 보수를 받다보니 경쟁률이 높아지고 교육의 질도 따라서 높아진다. 부모들은 저렴한 비용에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시립어린이집을 선호한다. 교사들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데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도 앞으로는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위탁운영자가 3년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되기 때문에 시설장은 물론 교사들도 근무기간을 보장받을 수 없다. 한 시립어린이집 교사는 “2009년 6월까지야 문제가 없겠지만 이후에도 이곳에서 계속해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시설장은 일정한 자격요건이 있다. 때문에 동종업계에 종사하던 인물이 시설장으로 오게 되는데 함께 일하던 교사들을 데려올 경우 더 이상 근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교사들 사이에 만연하다”고 말했다.
시설장과 교사들이 바뀐다는 가정 하에서는 교사들의 근무기간 문제뿐만 아니라 원생들의 교육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정해준 기준에 의해 큰 틀은 변하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교육프로그램 변화는 감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4세 때부터 어린이집에서 교육받는 아이는 6세 때까지 머무르게 되고, 달라진 교육환경에 아이들이 적응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 시설장은 직영으로 전환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적인 운영으로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준공무원으로서 근무를 보장받을 수도 없는 어정쩡한 형태”라며, “이럴 바에는 시설장이나 교사 모두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정된 형태의 직영전환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