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감독 “유력인사 딸 인사청탁이 원인”주장

지난해 11월 청원군이 군청 사격팀 감독을 해임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고 있지 않은 가운데 사격팀 이종현 감독 해임에 인사청탁이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원군은 지난 11월 30일 국가대표팀 코치를 겸직하고 있는 이종현 감독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 참가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문화공보실장 전결처리로 이 감독을 해고했다.

청원군은 해임 근거로 공기소총 종목에 대한 팀 성적 부진과 사격팀 소속 선수들로부터 신뢰감 상실, 2007년 선수영입 당시 내부적 지휘감독체계를 무시하고 임의적이고 독단적인 일처리, 임의적 실탄관리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청원군이 밝힌 해고사유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의 해고가 특정선수를 선발하기 위한 공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의 주장에 따르면 김재욱 청원군수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모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 모씨의 딸을 사격팀에 입단시키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청원군청 사격팀은 감독과 5명의 선수로 구성돼 운영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청원군청이 사격단을 창단한 1998년 감독으로 부임해 지난해 11월 30일까지 9년 9개월동안 감독직을 수행해왔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국가대표를 지낸 이 감독은 체육인들 사이에서 유능한 감독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국가대표 코치를 겸직하기도 했다.

청원군 사격팀 성적 또한 청원군의 주장과는 달리 같은 규모의 전국 12개팀 가운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대한사격연맹회장기 단체전 우승을 비롯해 전국단위의 대회에서만 15번의 입상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청원군 관계자도 “전체 성적이 부진하다는 것이 아니라 공기소총 종목에 대한 성적이 부진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모든 선수가 공기소총과 화약총을 함께 다룬다. 화약총 입상자나 공기소총입상자가 같은 선수인데 공기소총 종목이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8월, 사격팀 박인영 선수가 이 감독에게 사직 의사를 밝혔고 이 감독은 같은 달 22일 선수충원을 건의했다. 창단이후 지금껏 사격팀의 선수선발은 감독이 복수로 명단을 올리고 최종결정은 단장(군수)이 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 감독은 평상시와 같이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교 졸업예정자와 대학교 졸업예정자 4명을 선발대상으로 보고했다. 이 감독은 “4명을 추천했고 대상을 축소하라고 해 2명으로 줄여 다시 보고했는데 이제 와서 임의적이고 독단적으로 스카우트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청원군은 선수선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고 계약시즌인 9~10월을 넘겨 11월까지도 선수충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대한사격연맹은 이중계약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어 청원군에 지원서를 낸 박 모 선수는 다른 팀과도 입단협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낭패를 볼 위기에 처했다.

포항 모 여상 출신인 박 모 선수는 2007년 8월 13일자 대한사격연맹 고등부 선수랭킹 5위 선수였고 다른 팀에서도 눈독을 들이던 선수였다. 결국 청원군의 일처리에 불만을 가진 박 선수의 소속고등학교 감독이 청원군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감독 해고 후 일사천리
이 감독은 12월 2일부터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참가하기위해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11월 28일 출국했고 부재중이던 같은 달 30일 이 감독을 해고 처리했다. 이후 청원군 사격팀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민원을 제기했던 박 선수를 영입했고 최고참인 이선민 선수(29세)를 코치로 임명했다. 또한 이선민 선수가 코치로 임명되면서 결원이 발생하자 청주여고 졸업예정자인 류 모 선수를 전격 영입했다.

2명의 선수를 충원하고 코치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통상 전국 상위랭커를 선발하는 것이 관례지만 류 선수는 대한사격연맹 고등부 랭킹 20위권의 선수를 영입했고 특정학교를 지명해 추천의뢰를 하는 비상식적인 영입이 이뤄졌다. 청원군청이 청주여고에 요청한 ‘청원군청 사격선수단 선수 영입을 위한 추천 의뢰’는 하루 만에 일단락됐고 류 선수의 입단이 결정됐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이 감독은 “짜맞추기식 행정의 결과”라며 “상위랭커인 선수들을 추천했을 때는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영입을 미루던 청원군이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가며 류 선수를 영입한 것은 이해가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류 선수의 아버지인 류 모 씨와 김재욱 군수와의 친분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 관계자는 “류 씨를 보고 우스갯소리로 부군수라고 할 정도로 김 군수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사격팀 운영지침인 ‘청원군직장운동경기부 운영·관리지침’에 의하면 감독의 해임권은 단장인 군수에게 있음에도 문화공보실장이 전결로 처리한 것에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체육인·지자체 싸움, 주민에 ‘불똥’

변종석 전 청원군수의 아들이기도 한 변경수 사격 국가대표 감독이 후배인 이종현 전 청원군 사격팀 감독에 대한 청원군의 해고조치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변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청원군은 특정 선수를 뽑기 위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해임시켰다”며 청원종합사격장에서 실시하기로 했던 전지훈련을 취소했다. 또한 변 감독이 앞으로는 청원군에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애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종목의 특성상 사격대회는 현진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전국단위의 대회에는 5000명이상의 선수단과 관계자가 내수지역에 머무른다. 사격대회와 전지훈련 등으로 지역에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연간 10억원이상이라는 평가다.

변 감독이 청원군의 해고처리에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하고 있어 지난 11월 청원군과 충북사격연맹이 대한사격연맹에 유치신청서를 낸 경찰청장기와 문광부장관기 등의 전국대회 유치에 이번 사건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또한 태능사격장 폐쇄방침과 함께 청원종합사격장을 대체사격장으로 키우겠다는 지자체의 전략도 차질을 빗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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