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진 20여일만에 3억여원 발전기금 모금
의과대 최재운 학장은 “돈 많은 대학이 우수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첨단 의료교육기자재를 필요로 하는 의과대는 사정이 더욱 절실하다. 유명 수도권 의과대는 말할 것도 없고 비슷한 환경의 지방 의과대학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발전기금 운영을 통해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대 의과대 120여명의 교수진이 모은 기금은 3억1000만원, 모금운동 20일만에 이뤄낸 성과다. 여기에 의과대 총동문회에서 1억원을 보태 총 4억1000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박봉은 아니라지만 봉급쟁이가 자신의 월급봉투를 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르는 큰돈을 흔쾌히 내놨다. 이렇게 교수들이 한마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발전기금 마련이 시급하다’는 현실의식과 제자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영규 의과대 교수회장은 “20년의 세월동안 큰 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 학생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공부해 국민의 건강과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금모금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학별 발전기금 극과 극
국립대는 사립대와 달리 학교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 해마다 정부로부터 예산을 교부받아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형평성면에서도 일부 단과대학에 집중하는 예산편성이 어렵다. 충북대는 지난해 총사업비 47억원을 들여 제2의학관을 준공했고 지난 6월에는 임상수기교육센터를 개관하는 등 교육시설을 확충해나가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국립대의 재정적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발전기금이다.
대학의 발전기금 현황을 살펴보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유명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발전기금 총액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굳이 사립대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20년 역사의 충북대가 이제야 4억1000만원의 발전기금을 마련한 것은 비슷한 여건의 국립대와 비교하더라도 열악한 수준이다. 전남대 의대의 경우 지난 4월 한 지역민이 의과대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돈만 4억이다. 발전기금 총액은 100억원에 이른다. 역사가 비슷한 경북대도 50억원의 의과대 발전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각 대학들은 이같은 발전기금을 통해 기자재 확충은 물론 학생들의 복지향상도 도모하고 있다. 최 학장은 “작은 시작이지만 기금모금운동을 확대해 2008년에는 10억원을, 5년 뒤에는 30억원의 기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대 의과대가 도민들의 염원에 의해 시작된 만큼 의과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역민 염원 담은 의과대
의과대는 물론 3차 진료기관이 없었던 1980년대 지역의 의료서비스는 전국 하위권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의과대의 모태가 된 의예과 신설은 이러한 지역민의 염원이 7년간의 노력 끝에 맺은 결실이었다. 문교부장관에게 의예과 신설의 필요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여망을 전달하기도하고 수차례에 걸친 신설 건의와 신청을 통해 1984년 비로소 허가를 받았다.
1985년 첫 입학생을 받았고, 1987년 의과대(초대학장 이복희)를 설립, 1991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1회 졸업생을 비롯한 설립초기 의대생들은 임상 실습할 병원이 없어 대전 을지병원(현 을지의과대학 병원)에서 위탁 교육을 받았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1회 졸업생 29명이 전원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하며 지역의 기대에 부응했다.
같은 해 도내 유일의 3차 진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이 개원했고 이후 지금까지 지역 의료서비스의 큰 축을 맡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물론 충북대 의과대를 졸업한 의사들은 지역에서 병의원을 개업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충북대는 2002년 국내 최초로 통합교육과정을 도입해 타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한 국립대로써는 처음으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을 병행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승렬 부학장은 “지역사회에서 충북대 의과대가 실력보다 평가절하된 경향이 있다. 충북대 의과대 교수진은 전국 최고수준이다. 의학교육은 물론 연구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 각종 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고 연구실적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2년에는 본교 배석철 교수가 세계 최초로 위암 억제 유전자 RUNX3를 발견해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 학장은 교수들이 합심해 시작한 발전기금운동을 동문회, 학부모, 지역민으로까지 확대해 충북대 의과대 도약의 동력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최 학장은 “발전기금 모금을 통해 우선 필요한 의대전용도서관과 전용기숙사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