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종합병원 11개소 중 성모·충대병원만 진료
‘쓸 여건 안돼’… 생사 갈림길 환자유출 ‘적신호’

충북 도내 11개 종합병원 중 응급의학과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 병원은 단 2개소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응급의학과와 흉부외과는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진료과목이다. 만일 환자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운명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상 환자가 1시간 이내에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과다 출혈로 쇼크 상태에 빠져 심장이 멈추거나 뇌사에 빠질 수 있다. 이는 뇌졸중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3시간 이내에 응급시술을 받지 못하면 뇌손상으로 인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진다. 또한 늦어지면 막힌 혈관이 터져 혈류 공급이 끊기면서 뇌사 등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심 정지 환자나 심근경색 환자도 마찬가지. 심 정지 환자는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환자로 5분이 지나면 뇌사에 빠진다. 심근경색 환자도 최소 6시간 이내에 응급 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사에 빠지거나 숨질 수 있다. 이처럼 생명을 다루는 흉부외과 전문의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보유한 충북 도내 종합병원은 충북대학교 병원과 청주 성모병원 단 두 곳뿐이다.
나머지는 외과 전공의가 흉부외과를 겸진 하거나 응급환자가 실려 오면 큰 병원으로 또다시 이송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진료과목이 의사들이 꺼린다는 3D진료과목에 해당해 구하고 싶어도 의사를 구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3D 진료과목이라 불리는 진료과목에 대한 도내 종합병원 11개소의 실태를 보면 청주 의료원은 흉부외과와 응급의학과, 해부병리학이나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없다.
대신 영상의학(방사선과)이나 진단의학, 외과 전문의가 이를 함께 진료하고 있다. 충주의료원, 건대충주병원, 제천 서울병원, 한국병원, 옥천 성모병원, 하나병원, 효성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해당 전문의가 없어 외과 전문의 등이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들은 매월 1∼2명의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전문의를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전문의가 부족해 웬만한 보수를 주고선 데려 올 수도 없다는 하소연이다. 이처럼 도내 종합병원들이 병원 재정이나 운영상의 이유로 생명을 다루는 전문의 확보에 소홀 한 가운데 분초를 다투며 사투를 벌이는 도내 응급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생명의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러 비싼 경비를 들여서라도 서울 등 수도권을 찾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결국 수도권 쏠림현상을 부채질하고 장기적으로 지역 병원의 불황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충북의사협회 윤창규 회장(53·한국병원 부원장)은 “중소병원의 재정 상태를 고려 할 때에 월 한두 명의 환자를 위해 해당 전문의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에 대한 인건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지역 기업이 의료기관에 기부하거나 의료수가의 현실화 정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응급환자 ‘응급의료정보시스템으로 살린다’
충북 권역·지역별 의료센터 21개소 지정 운영
충북도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하나 없는 지역 의료계 현실을 감안해 진작부터 ‘응급의료정보시스템’을 가동해 왔음을 밝혔다. 병·의원의 신청과 지역 여건에 따라 지정 운영되는 응급의료기관은 사고현장과 가장 가까운 병·의원에서 구급차가 출동해 의료정보센터와 교신을 주고받으며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병상(病狀)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먼저 충청지역은 충남대병원에 의료정보센터가 설치 돼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설치·운영 하도록 돼 있어 충남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다. 충북도는 인구 150만 이상에 한 개소씩 설치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충북대 병원이 지정돼 있다. 이 밖에 시·도지사가 인구 50만당 한 개소 씩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지역응급의료센터도 청주 성모병원과 제천 서울병원, 건국대 충주병원 등 3개소가 지정돼 있다.
시장·군수도 지역주민의 실정에 맞게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할 수 있다. 충북에서는 청원군과 단양군을 제외한 10개 시·군에 한국, 효성, 청주의료원, 하나, 충주 새로운·중앙, 제천 현대, 보은 한양, 옥천 성모, 증평 계룡, 진천 성모, 괴산 서부, 음성군 삼성, 성심 병원 등 16개소가 지정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충청지역은 응급의료기관으로 모두 21개소가 지정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응급의료기관 지정 병원 하나 없는 지역도 있다. 청원과 단양군이 바로 그 예다. 청원은 청주시와 가깝고 단양은 신청병원이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청원군의 유일한 항공우주의료원이나 단양 서울병원의 의료시설이 낙후돼 지정병원 신청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행인 것은 응급의료 취약지역인 단양군이 올해 초부터 보건복지부의 당직의 인건비 지원을 받아 의사 3명이 3교대로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당직 체계를 갖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내 병.의원의 시설 편중이나 전문의 부족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구급차량에 동승해 삶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를 돌봐줄 의사나 간호사, 응급구조사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 이송 중 구급차량 안에서 숨진 환자의 숫자가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한 자료조사는 미흡한 상황이다. 단지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입담으로 만 전해지고 있다. 사설 응급구조 차량을 운전했던 A씨는 “월 130만원 안팎의 급료를 받지만 생활이 안 돼, 환자 1명을 유치할 때 받는 수당 5만원을 더 벌기 위해 신호도 무시하고 도로 위를 달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이송 중환자에 대한 응급조치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직 병원 앰뷸런스 운전사는 “산소호흡기, 심박동기, 수혈기 등 기본 의학장비를 갖춘 구급차량(특수차량)을 갖춘 병원 구급차량 조차도 이를 다룰 줄 아는 의사나 간호사가 동승하지 않을 경우 무용지물이다”며 “심지어 인건비를 아끼려 응급 구조사 자격증을 딴 운전사를 고용하기도 하지만 달리던 차량을 세워 놓고 응급조치를 할 운전사가 몇이나 되겠냐”고 말했다.
사설응급구조차량 운전사는 “응급 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정기 교육을 받지만 응급환자를 운전하면서 체크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차량을 세워놓고 응급조치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 빠른 시간 내에 병원으로 이송하려다 보니 범칙금 고지서를 받는 일은 예사 일이 됐다. 더욱이 응급구조차량 운전사는 응급 구조사 자격증이 없는 이도 많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