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대병원 ~08년 정원 35명 중 4명 미달

▲ 생명을 다루는 응급의학과도 전공의들의 기피 진료과목 중 하나다. 만일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할 경우 향후 5년 뒤면 3D진료과목에 대한 의사 수입 등 의료대란이 예상된다는 것이 학계의 우려다.
전공의들의 ‘3D’ 진료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이 도드라져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 3D는 산업화 사회 이후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어렵고(difficult), 위험하고(dangerous), 더러운(dirty) 일을 싫어하는 신풍속도를 말한다. 이 같은 사회현상은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진료 위험 부담이 높고 개원해도 돈벌이가 안 되는 진료과목에 대한 전공의 기피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흔히 의료계의 3D 진료과목은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하지만 최근 응급의학과와 해부병리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이 지원자를 찾지 못하면서 새로운 3D 진료과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충북대병원은 2008년 전공의 마감 결과 정원 35명 중 31명(88.6%)만이 응시해 4명이나 미달사태를 빚었다.

충북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방사선종양학과, 응급의학과가 전혀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 해부병리학과는 모집정원 2명 중 1명만이 응시했다. 이에 대해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며 “개원해도 돈은 안 되고 진료에 대한 위험부담이 큰 진료과목일 수록 전공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정 진료과목에 대한 미달사태를 빚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며 “그나마 충북대병원은 지난해 미달사태를 빚었던 흉부외과가 올해 모집 정원을 채웠고 신설한 영상의학과, 산부인과, 신경외과가 정원을 채웠다. 특히 타 대학병원과 달리 레지던트 전공의 모집인원이 35명으로 인턴 29명보다 많아 인턴을 마치면 모두 레지던트를 밟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이 응시를 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의료인력 수급정책 부재 원인
이 같은 의료 인력의 양극화에 대해 전문의들은 정부의 장기적인 의료인력 수급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불합리한 보험 제도를 하나의 원인으로 손꼽고 있다. 현행 보험제도에선 어느 특정 진료과만을 지원할 수 없다. 따라서 수혜자 부담원칙을 적용하거나 아니면 국가가 그 결손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충북의사협회 윤창규 회장(한국병원 부원장)은 “하루 일해서 3천원 버는 것과 이틀 일해서 3천원 버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기피하는 진료과목에 대한 전공의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부의 장기적인 인력수급정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지 않을 경우 향후 5년이면 의료대란이 일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응급의학과는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한다. 응급전문의가 없는 응급실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충북의 의료기관은 올해 6월말 현재 1373개. 종합병원 11개, 일반병원 24개, 한방·치과 4개, 요양정신 18개, 의원 1316개소이다. 이들의 지역적 편중도 심각해서 대부분 청주·청원을 비롯한 대도시에 편중돼 있다. 종합병원 11개소 중 54.4%에 해당하는 6개소가 청주시에 위치해 있다. 이는 병원급도 마찬가지로 24개소 중 29%(7개소)가 청주에 자리하고 있다.

12개 시·군 중 종합병원 하나 없는 군단위도 7개소(29%)나 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인구대비 수익성을 고려해 병원을 설계하고 세우다 보니 작은 군 단위는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의원수가 적다”며 “경기도 과천에 종합병원 하나 없는 것은 근거리 지역인 서울 등지에 큰 병원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충북의 경우 장시간이 걸려야 큰 병원의 야간 당직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선 수익성을 무시할 수만도 없다. 따라서 보건소 등의 근무시간 연장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수가 조절이 근본적인 대안
충북대병원 한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진료과목에 대해 의료수가를 올려주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전문의가 된 이후 개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진료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돈이 안 되는 진료과목을 전공하겠다는 전공의가 몇이나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충북의사회 윤창규 회장은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이유로 미용을 다루는 일은 돈이 되고 정작 생명을 다루는 일은 의료사고 논란 등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며 “이는 정부가 인력수급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윤 회장은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목에 대한 의료수가를 대폭 올려 주고 경제적으로 보장해 주는 의료수급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 팀 박인섭 팀장은 “기피 진료과목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는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역차별 논란이 일수 있다”며 “우선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요양기관별 수가계약 체결부터 시행한 뒤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양기관별 수가계약 체결은 오는 2008년 9월 시행 예정인 제도로, 의원·병원·치과·한의과·약국 등 요양기관 별로 대표와 수가계약 협상을 추진하게 된다.

전공의 지원 미달사태 전국적 현상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흉부외과 대부분

전국대학병원이 최근 2008년도 전공의를 모집했다. 사립대는 물론이고 국립대병원까지 흔히 3D진료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이 뚜렷했다. 특히 SKY로 불리는 서울·고려·연세 대학병원의 미달사태는 의료계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대학 병원은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병리과, 진단검사학과 등이 미달됐다.

원광대병원은 외과와 흉부외과 등에서 미달됐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진단검사학과, 병리과 등은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총 정원 41명 중 28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건양대(김안과) 병원도 외과,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에서 미달돼 32명의 정원 중 30명을 겨우 채웠다. 한림대성심병원도 정원 42명 중 39명만이 지원했으며 강동성심병원도 35명 정원에 32명만이 지원했다. 인하대병원도 60명 정원에 47명 지원, 영남대병원도 59명 정원에 48명만이 지원, 내년 병원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는 국립대 병원 사정도 마찬가지로 충북대병원은 35명 정원에 31명, 전북대병원은 55명 정원에 46명, 제주대는 외과, 병리과, 응급의학과 등이 미달돼 정원 15명 중 12명을 겨우 채웠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전공의는 연차수별 역할이 있다”며 “1∼2년차가 검사를 하면 3년차가 확진을 하고, 4년차가 간단한 시술을 하게 된다”며 “2∼3년차가 없으면 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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