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아, 삼성 해명과 같은 크기 편집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물산을 통해 장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2000억원대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파장을 몰고왔다. 27일자 신문들은 김 변호사의 삼성 의혹 폭로에 대해 대체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특히 한겨레와 경향은 1면 머릿기사를 포함해 각각 9개 면과 6개 면을 삼성 폭로로 채웠고, 조선일보도 1면 머릿기사 등 관련기사를 비중있게 다뤘다. 이들 세 신문은 김 변호사의 폭로의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을 평가하는 등 전날 기자회견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김 변호사 폭로의 당사자인 중앙일보는 1면에 관련기사와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사고(社告)성 기사를 싣는 한편,6면에 실은 관련기사에선 이번에도 김 변호사와 삼성의 주장을 똑같은 크기로 배치했다. 중앙과 함께 그동안 김 변호사의 폭로 보다 삼성 입장에 무게를 실었던 동아일보도 비슷한 편집태도를 보였다. 국민일보 세계일보는 다른 신문과 달리 상대적으로 작고, 적게 보도했다.<중략>

중앙은 6면에는 김 변호사와 삼성의 주장을 동일한 크기로 나란히 실었다.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이달 초 2·3차 기자회견했을 때와 같은 방식이다. 중앙은 머리기사 위치에 <김용철 "삼성 비자금 2000억 조성"> <삼성 "또 허위 주장…법적 대응 강구">를 배치했다.

기사내용에선 김 변호사 주장으로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해외 미술품 구입 △분식회계 △김&장 법률사무소 △차명재산 보유와 관리 △삼성자동차 기록폐기 △주요인사 파악 등 7가지 내용을 요약 정리했고, 이에 대한 삼성 해명도 7가지에 걸쳐 일일이 사실무근이라고 썼다. 여기에 삼일회계법인과 김&장 법률사무소가 관련 의혹에 대해 각각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내용도 기사로 실었다.

중앙은 대신 사설은 게재하지 않았다. 자신들과 삼성에게 쏟아질 비판을 고려해 김 변호사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박만 했을 뿐 별도의 논평을 직접하지는 않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동안 중앙과 함께 국내 주요 일간지 중 두드러지게 김 변호사의 폭로에 부정적인 보도를 해온 동아도 비슷한 편집을 했다. 동아는 1면 사이드에 기자회견 소식과 삼성 입장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고, 4면에는 김 변호사의 주장과 삼성의 반박으로 구성된 머리기사(<김변호사 "엔지니어링-항공 2조6000억 분식"/삼성 "분식 액수가 매출보다 더 많다니">)와 중앙일보-삼성 위장 분리 공방 관련기사, 김&장-삼일·참여연대·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각각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내용 등 3건으로 채웠다.

동아는 특히 중앙과 삼성의 계열분리가 위장이었다는 내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시 제출했던 서류를 검토한 결과 공정거래법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다만 수사기관을 통해 진척된 내용이 나오면 추가로 법률 검토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을 전했다.

동아의 입장은 사설에서 드러난다. 과거 사설에서 밝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 변호사의 폭로의도를 의심하고, 기업과 경제를 불안하게 한다는 요지의 주장이다.

동아는 사설 <삼성 비자금 폭로, 진위확인이 우선이다>에서 "김 변호사가 하필이면 삼성 특검법이 통과된 시점에 단독으로 이런 사실을 추가폭로했는지 그 배경도 의문"이라며 "청와대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잇단 폭로로 기업과 경제를 불안하게 하기 보다는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검찰에 협조하는 것이 더 당당했다고 본다"고 비난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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