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김치재료 '특수' 김치공장 계약납품 '울상'

지난해 낮은 가격으로 인해 올해 김장용 배추·무의 재배면적이 준데다 생육초기 잦은 비로 인해 작황도 부진해 가격이 대폭 오른 가운데 재배농민과 김치공장 관계자, 가정주부 등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 9월20일부터 10월4일까지 표본조사한 지역 3만4074곳의 배추와 무 재배면적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보다 배추는 15.2%, 무는 26.6%의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종기인 지난 9월 초께 잦은 비와 가을태풍 등으로 뿌리가 무르는 무름병 등 채소작황 부진까지 겹쳐 지난 10일 현재 충북도내 산지에서 직판하는 배추값은 1포기(2㎏)가 지난해 500원에서 올해 2000원으로, 무는 중간크기(1㎏) 1500원에서 2000원으로, 파는 1단(3㎏) 2000원에서 2500원 등으로 지난해보다 25%~300%까지 큰 인상폭을 보이고 있다.

또 도내 재래시장과 마트에서는 배추 3000원, 무 2200원, 파 3900원까지 거래되는 등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와 무 값은 큰 폭으로 올랐으나 중간상인을 거치는 유통 구조로 인해 정작 농민들은 실익이 없다. 산지가격과 소비자 가격이 무려 3~10 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지 농민들은 배추를 중간상에 3.3㎡당 4400~7500원(포기당 350원~600원)에, 무는 3200~4000원(개당 400원~500원)에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옥천군 안내면 용촌리 조양씨(71)는 "지난해 배추값이 크게 떨어져 올해는 재배면적을 절반가량으로 줄였으나 날씨마저 좋지 않아 결구(結球·둥글게 결을 이루는 것)도 원활하지 못했다"며 "중간상인들에게 넘길 경우 헐값밖에 받지 못한다는 소식에 직판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 김치공장은 크게 뛴 배추값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배추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김치 가격이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와 군대에 납품하거나 수출하는 물량은 대부분 1년치 계약을 미리 하기 때문에 원재료값 인상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일반 판매분도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청원군 ㄱ식품 관계자는 "올해 초 학교납품을 계약했으나 배추와 무값의 폭등으로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는 형편"이라며 "고육지책으로 지난해 ㎏당 1300~1500원하던 김치값을 올해 하반기부터 1800~2000원까지 올렸다"고 밝혔다.

배추와 무 등 김장 재료값이 예년보다 부쩍 오르자 가정주부들의 알뜰 살림 기지도 발휘되고 있다.

총각무나 열무로 김장 때까지 먹을 분량의 김치만 소량 담가 먹으려는 주부들이 늘면서 대체 김치재료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김치를 담그지 않고 사서 먹겠다는 주부들도 크게 늘고 있다.

주부 양모씨(41·청주시 흥덕구 봉명2동)는 "지난해 이맘때면 친정과 시댁의 김장을 준비할때지만 올해 배추와 무 등 재료값이 크게 올라 양가의 김장하는 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조금씩 먹을 만큼만 김치를 담그고, 배추와 무값이 내릴 경우 김장을 담글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