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국민참여 모의재판 준비 ‘한창’
법체계 혼란·고비용 논란…신뢰성 강조

법원은 우선 11형사부 오준근 부장판사와 김동건·조준호 배석판사를 국민참여 모의재판의 담당 재판부로 선정했다. 대법원은 전국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의 담당재판부를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판사가 부족한 지역 실정상 여타의 형사재판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 청주지검은 이번 모의재판을 앞두고 조아라·이지형 검사를 공판검사로 선정하고 조 검사의 경우는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10여 일 동안 국민참여재판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올 계획이다.
충북지방변호사회도 지역 내 ‘로스쿨 유치’를 위한 각종 세미나로 분주한 상황에서도 김교형 변호사를 국민참여재판의 변호인으로 선정했다. 또한 청주지법은 공판중심주의에 따른 변호사 선임비 증대를 대비해 홍명기 국선변호인을 이번 국민참여 모의재판에 동참 시킨다. 변호사 선임비용 증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 보다 피고의 국선변호인 조력이 필요해 졌기 때문이다.
사법주권의 현실화와 신뢰성 높여
사실 국민참여재판은 지역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해 피고의 유·무죄를 평결하는 제도다.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계통의 ‘참심제도’처럼 사법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와 사법권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사법재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자발적인 참여가 없을 경우 재판관의 꼭두각시 놀음에 해당하는 ‘표리동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주지법은 우선 이번 모의재판의 배심원 선정을 위해 행정자치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직업과 연령, 성별이 다른 500여명의 배심원 후보 명단을 받았다. 이번 달까지 이들에게 배심원 참석 여부를 묻는 의견서를 받은 뒤에 1차 50∼60여명의 배심원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배심원 선정과정에는 이들이 형사재판의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지, 인성은 올바른지에 대한 판·검사의 자격심사가 선행된다.
그리고 정기교육으로 소양교육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2005년 12월 6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돼, 올해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실화 됐다. 이는 지난 6월 1일 법률 제 8495호로 공포돼, 오는 2008년 1월 1일 시행예정이다. 이 재판의 핵심인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배심제의 경우는 2012년까지 5년간 시범 운영한 뒤 도입여부를 결정하는 한시법이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전국에서 연간 100∼200여건의 형사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배심원은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 이상의 법정형이 예상될 경우 9명, 이 밖의 사건은 7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피고인이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경우 5명의 배심원만으로도 재판이 가능해 진다. 배심재판은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의견이 통일 되지 않을 경우 2차 평의를 열어 의견을 모으고 그래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표결을 통해 다수로 결정한다. 또한 배심원이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사건의 경우 과반 수 이상의 의견을 모아 재판관의 의견을 묻고 평결을 내린 뒤 재판관과 양형의 의견을 논의할 수 있다.
법체계의 혼란·비용증대 우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의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온정주의에 휩쓸리기 쉬운 우리 국민성상 과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생업을 두고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르는 재판의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대법원 행정처는 지난 9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시행한 국민참여모의재판을 앞두고 배심원 참가의사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이 전체의 9.9%(69명)에 그쳐 대국민 홍보가 절실함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서울 강남구 등 7개구에 만 20세 이상 주민 700여명에게 모의재판 참가 의사를 서면으로 물은 결과 무 응답자가 무려 510명(72.9%)이나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은 모의재판 출석률 산출결과 배심원 9명, 예비배심원 3명 등 모두 12명의 배심원이 참여하는 재판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적어도 30명 안팎의 배심원이 필요하고 이럴 경우 10배에 해당하는 200∼300명을 배심원후보로 소환해야 하는 우려를 낳았다.
그나마 대법원은 사법제도에 관심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 가정주부가 20명이나 참가의사를 밝힌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우려는 역시 법체계의 혼란이다. 충북지방변호사회 한 관계자는 ‘독일·프랑스의 대륙법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 법률구조상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영·미 법의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할 경우 법체계의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법체계를 잘 다듬고 보완하는 것이(운영의 묘가) 필요한 것이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대륙법계는 국민 가운데 선거나 추첨으로 뽑은 참심원이 직업적 법관과 같이 합의체를 구성하는 재판제도인 참심제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변호사회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비용부담이 커지는 것도 우려해 볼 수 있다. 기존 대륙법체계는 프로페셔널을 요구해 직업적 전문가로서의 소명의식이 강했다. 따라서 성공보수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영·미 법계는 비지니스 적인 면이 강해 성공보수비 등 변호인 선임비가 적잖게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래취지 중요… 빠른정착 노력
청주지법 정택수 판사(공보관)는 “국민참여 재판의 시행에 따라 검사와 변호사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 서면주의 재판에서 배심원을 끈질기게 설득하기 위한 구술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법원예산도 많이 들어간다. 배심원 선임비가 1인당 7∼8만원에 이르고 전국 법정을 리모델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빠른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며 “그러나 배심재판은 피고가 원할 경우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주지검 이창세 차장검사는 “이미 제정된 법이고 빠른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의 국민참여재판은 미국식 배심제와 독일식 참심제가 혼합된 것이다. 배심원이 유·무죄에 대한 평의결과와 양형의 의견을 내어 놓을 수 있어도 판결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배심원단의 의견은 참고적 효력만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미국식 배심제를 제대로 알기 위해 연수까지 다녀올 예정이다”고 전했다.
충북지방변호사회 김병철 회장은 “국민참여재판의 본래취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소송과정에 국민의 참여가 제한돼 있던 기존 대륙법체계를 보완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비용은 더 들겠지만 배심재판의 빠른 정착이 ‘무전유죄’란 사법부의 불신을 불식시키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