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전에 사무실 계약 놓고 신경전도
전직기자 대상으로 선거본부 대변인 물색

도교육감 선거 90일을 앞둔 현재까지 예비후보 등록자가 아무도 없는 가운데 현직 이기용 교육감과 박노성 교육위원 측근인사들이 은밀하게 물밑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지난 8월말 선거 사무실 계약을 둘러싸고 한차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노성 교육위원측이 먼저 선거사무실로 계약한 건물에 이기용 교육감측이 동시입주하려다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 당시 박 위원은 8월 중순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오거리 주변 병원건물 7층을 선거준비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임대 계약했다. 청주 내덕동 오거리는 남부 육거리와 함께 노출도가 가장 좋은 길목으로 알려져 각종 선거때마다 후보들의 사무실 입주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문제는 청주 육거리 인근에서 사무실을 확보하지 못한 이교육감측에서 뒤늦게 박 의원이 계약한 내덕동 병원건물 3층을 임대계약하게 된 것. 이에 박위원측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망각했다’며 반박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항의했고 이교육감측이 서둘러 계약해지 입장을 통보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후 이교육감측은 새로운 선거준비사무실을 물색하며 분평동에 있는 이교육감 고교 동기생들의 사랑방 사무실을 연락장소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교육감측은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라서 선거 사무실을 본격 운영할 수는 없다. 앞으로 현수막 홍보 효과 등을 감안해 간선도로변의 노출도가 좋은 건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위원의 내덕동 선거준비 사무실에는 외부인사들의 출입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위원 캠프 관계자는 “사무실만 얻었을 뿐이며 상근자를 두고 정식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박위원을 아는 지인들이 인사차 방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남성중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민병윤 전 교장은 현재 본부장을 맡고 있는 세계도덕재무장(MRA/IC) 충북본부로 출퇴근하고 있다. 민 전 교장측은 “교육감 선거출마를 염두에 두고 지난 3월 민 교장 사비로 사무실을 얻었다. 후보등록 후에는 큰 사무실을 얻을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민 교장은 자신이 속한 모임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하며 선거전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육감선거는 12개 시·군을 포괄하는 도단위 광역선거이기 때문에 출마예정자들은 선거본부 대변인을 물색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유권자와 직접 접촉이 힘든 만큼 언론보도를 통한 이미지 홍보가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위원측은 지역 일간신문 출신의 J모씨를 대변인으로 영입 추진하고 있으며 이교육감측도 대언론 관계를 위해 전직 기자를 대상으로 적임자를 찾고 있다. 한때 통합민주신당 후보 충북캠프에 합류한 기자출신 B씨의 합류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대선 후보와 교육감선거 후보간 연대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이교육감 측근을 만난 것이 제3자의 눈에 띄어 와전됐다는 후문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교육감에 대해서는 “지난 보궐선거 당시 자신의 수술경력을 들어 ‘이번만 하고 안하겠다’고 공언했다”는 건강이상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교육감은 취임이후 2년간 병원 입원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근거없는 소문으로 치부되고 있다.

박위원측에 대해서는 부인의 건강이상설을 내세운 후보 중도포기론이 나돌고 있다. ‘부인의 건강이 좋지 않아 선거운동에 전념할 수 없어 결국 출마를 포기할 것’이란 소문이다. 하지만 박위원의 부인 또한 남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등 외부활동에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후보캠프간 흑색선전전으로 판단된다.
한편 박 위원 캠프에 참여한 인사 가운데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경선 지지활동에 참여한 인사들이 눈에 띄어 이른바 ‘정당 내천’ 형식의 선거운동이 전개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선거본부 대변인은 누가?
반대로 이 교육감측 캠프 인사들은 통합민주신당 지지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인 도지사, 청주시장, 청원군수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 최근에는 박위원과 고교동기인 남상우 청주시장에 대해 이교육감 측근인사가 “같은 고교동문으로써 선거가 과열되지 않도록 자치단체장이 공정한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는 것.

이에 대해 박위원측은 “교육감선거는 선거법상 정당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만약 정당조직과 연계된다면 불법선거운동으로 처벌받게 된다. 오히려 현직 교육감이 정파를 떠나 여러 경로를 통해 자치단체장이나 기관장을 만나기 편한 위치에 있지 않는가?”며 일축했다.

한편 이교육감측 모인사는 “물론 교육감의 현직 프리미엄도 크지만 불이익도 만만치않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의 책임론이 결국 교육감에게 집중될 수 있다. 교육행사 때문에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야한다. 현재 모출마예정자와 고교동기생이 사주로 있는 모신문의 경우 이런 비판기사가 유독 많이 실린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말 그대로 현직 출마자가 갖고 있는 장점은 크다. 박위원측에서는 최근 도교육청이 학교운영위원장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에 대해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교육감 낯내기 행사’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각종 행사장 참석과 자체 캠페인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논쟁없이 조용한 선거국면을 만드는 것이 현직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선거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후보자들이 공세적으로 나서기 마련이고 수성을 해야 할 현직은 바빠진다. 특히 본선이 3파전으로 전개될 경우 2:1 토론을 이끌어 가야하는 부담도 있다.

주민직선제 교육감선거는 도내 1만6000명의 교사, 교육행정 공무원도 전체 유권자 112만6000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계 내부의 여론과 다른 투표 결과도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선과 맞물려 선거가 진행되면서 유력후보의 기호를 배정받을 경우 최소한 10%이상의 ‘묻지마’ 득표를 기대할 수 있다. 15%이상 득표할 경우에는 선거비용이 보전되기 때문에 기호배정에 따라 ‘부담없는’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2005년 이기용-박노성 결선투표, 어떻게 됐나?
제13대 충북도 교육감에 이기용 후보가 당선됐다. 2005년 8월 3일 결선투표 집계결과 이기용 후보는 4029표의 유효표 가운데 2101표(52.1%)를 얻어 1927표(47.8%)를 획득한 박노성 후보를 174표 차로 누르고 막판 대역전에 성공했다.

이틀 전 실시한 보궐선거 1차 투표에서는 박노성 후보가 1366표(33%)를 얻어 1위, 이기용 후보가 1173표(28.4%)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표차가 4.6%에 불과, 과반수 확보를 위한 후보자간 대연정 작업이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10%대의 득표율을 나타낸 3~4위권의 중등 출신 류태기 후보 495표(12%)와 초등 출신 이승업 후보 454표(11%)가 각각 초중등 후보연대를 하더라도 어느 쪽도 50%대를 넘지못하는 미묘한 득표분포를 나타냈다. 5위권 이하로는 권혁풍 후보(6.1%), 김윤기 후보(4.4%), 이재봉 후보(2.7%) 김재영 후보(2.5%) 순이었으나 결집력이 약한 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선투표를 앞두고 이 교육감의 지지그룹은 ‘인물론’ ‘자질론’을 내세워 여론을 환기시켰다. 1차에서 탈락한 후보 진영과 물밑접촉을 통해 지지기반을 넓혔고 반대로 초등출신 탈락후보는 후보연대론에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역전론의 바람이 이틀만에 이 교육감의 지지도를 24% 끌어올렸고, 박 후보는 15% 늘어나는데 그쳤다.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는 선거인단 구성에서 초등:중등이 비율이 5.5:4.5 정도로 우세한 점을 들어 결선 승리를 섣불리 ‘낙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박 위원이 현직의 벽을 넘어 2년전 역전패의 한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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