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기쁨에 들떠 ‘환영 일색’
교부세, 잉여금 받으면 증평 예산 2배로 늘어

청남대 개방이라는 선물을 받은 청원군 문의면에 이어 주민들이 군 독립의 꿈을 실현했다. 지난달 30일 국회본회의에서 증평군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찬성 76, 반대 57, 기권 17표로 가결됨으로써 군설립 법률에 관한 모든 일정이 끝났다.

주민들은 지난 13년간의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모두 기쁨에 들떠 있다. 91년 전국적으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돼 주민들이 뽑은 대표들이 자치를 했음에도 유독 증평은 출장소에 묶여 과거 관선시대와 같은 행정을 펴왔다. 그래서 지방선거 때만 되면 주민들은 “허울뿐인 지방선거에 불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증평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괴산군수와 괴산군의원은 실제 증평의 현안을 시책에 반영할 수 없는 구조에 있었기 때문이다.

증평의 독립자치단체 설치 운동은 지난 9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증평시민회가 이 운동에 앞장섰다. 증평시민회는 “이 지역, 이 사회의 주인은 바로 나고 주인인 내가 주인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발전도 희망도 없다”는 타이틀을 걸고 창립했으나 창립 목적 자체가 증평의 자치단체 독립에 있었다. 김영호 수석대표는 증평문제 해결이 곧 시민회의 역할이었다며 “회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와해시킬 때 가장 비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정권 실현이 가장 큰 이유
이들이 군 독립을 외친 가장 큰 이유는 참정권 실현이다. 13년 동안 지방자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군 독립 밖에는 없다는 의견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종배 증평출장소장은 “증평은 재정적인 불이익을 많이 받고 있다. 활용할 수 있는 돈이 도비와 국비 밖에 없고, 자체예산편성권도 없다. 바로 이웃인 괴산군과 비교해 보아도 큰 차이가 난다. 자치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교부세와 양여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와 지방세 부담은 다른 자치단체와 같거나 많은데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훨씬 못 미친다는 것. 따라서 금년 당초예산은 442억원이나 군이 되면 2배 가까이인 800억원이 될 것으로 출장소 측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애초부터 괴산은 충주목으로 한강수계인데 증평은 청주목으로 금강수계다. 이렇게 생활권이 다른데 일제가 억지로 통폐합시킨 것인 만큼 차제에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소장도 “전통적으로 양측간의 주민정서는 매우 다르다”고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증평사람들은 괴산에 편입하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한 때 증평이 시승격이 안될 바에는 괴산으로 편입하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이럴 때마다 주민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다.

공무원 대폭 늘고 승진요인 발생
증평출장소는 자치단체가 아니라서 손해를 본 조직이다. 처음에는 2담당관 1실 8과 3지소로 출발했으나 공무원들을 40% 줄여 현재 남은 것이라고는 5과 3지소에 불과하다. 234명이었던 인원이 147명으로 줄었고 승진 요인이 발생하지 않아 출장소 직원들은 사기저하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증평의 자치단체 설립에 공을 세운 사람들로는 증평 주민들을 빼놓을 수 없다. 한 주민은 “충남 심대평 지사가 계룡특례시를 만들기 위해 물 불 안가리고 뛴 반면 이원종 지사는 우리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을 만나 증평의 답답한 실정을 호소한 것도 모두 주민 대표였다. 자치단체 독립운동을 시작한지 지금까지 국회에 30∼40 차례는 찾아간 것 같다. 이럴 때 지사가 중앙부처를 방문하고 국회의원을 만나 이야기 해줬다면 훨씬 힘이 실렸을 것”이라고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실제 충북도가 증평군설치추진범도민대책위를 발족한 것도 지난달 4일이다. 이 때는 이미 증평군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행정자치위 소위원회를 통과하고 상임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만 남겨놓은 시점이라 증평군 승격에 서광이 비치던 시점이었다. 증평 인구는 해마다 줄어 현재 3만794명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은 군이 되면 인구도 늘고, 낙후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꽉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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