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형 통일을 강제하는 법이 시행되었다. 7월 1일부터 길이나 부피의 단위는 미터법에 따르고, 무게의 단위는 Kg으로 통일해 표기해야 하고,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게 되는 법이 시행된 것이다. 앞으로는 재래시장에서 근이나 관으로 표기할 수 없고, 금은방에서 금을 표시할 때 한 돈, 두 돈으로 표기할 수 없다. 넓이를 표시할 때도 평을 쓸 수 없다.

막상 개정 계량법이 시행되었지만 이번에도 준비부족의 문제에 직면한 듯 하다. 도량형의 통일적 사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사회적인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언론도 무관심한 상태로 일관했다.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에서는 크게 후퇴하여 단속대상을 대기업 위주로 제한하였고, 결국 시장에서는 또다시 슬그머니 넘어가는 분위기인 것이다. 도량형의 통일은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토대를 통일시키는 것으로 그 사회 구성원의 모든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도로의 높낮이가 동네마다 틀리고, 도로의 폭이 동네마다 다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사람들이 다니기가 매우 불편해지고, 교류나 교역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물건을 재는 단위가 다르다면 역시 교역을 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의 진시황은 분서갱유와 아방궁으로 대표되는 전제정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꼽힌다. 그것은 진시황이 문자를 통일하고, 마차의 궤를 통일하고, 도량형을 통일하였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위한 토대를 이룬 것이다. 그 이후 중국에서는 수없이 많은 나라들이 생기고 무너졌고, 영토는 이리 저리 찢기고 갈리기도 했지만 결국 하나가 되는 것은 바로 진시황이 강제한 문자의 통일, 도량형의 통일의 힘인 것이다. 거창한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실제 도량형의 불일치로 계산되지 않는 상당한 불편과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바닥면적을 줄자로 재어 가로 세로가 몇 미터인가를 적어놓고도 그것을 평으로 다시 따져 놓아야 한다. 우리가 평이라는 개념을 쓰기는 하지만 사실 계산하기는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다. 시장에 가면 ‘1근에 얼마’식으로 써놓았는데, 그것이 고기냐, 야채냐, 과일이냐에 따라 달라 혼란스러운데, 막상 저울에는 g으로 표시되어 있다. g으로 재놓고 다시 근으로 따져서 주는 것이니 다시 생각하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어떤 이들은 우리가 조상 대대로 써오던 개념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이의를 단다. 그렇지만 척관법은 무슨 단군 할아버지가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신단수 아래 내려올 때 가져온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것이고, 중국과의 교류에 코드를 맞춘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측량방법이었고, 그 뒤에 미터법이 소개될 때까지 더 좋은 측량법이 없었을 뿐이다. 기본을 통일시키는 것은 그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오늘날 표현으로 하면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청주의 신흥개발지구인 용암2지구에 가면 기본이 통일되어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문제가 있다.

용암2지구 공동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영아파트의 표기가 그렇다. 아파트 외벽에는 단지 표시가 뚜렷하게 되어 있는데, 분양사에서는 각종 문서에 분양순서를 표시하여 주민들이 분양차수와 단지수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용암2지구 부영8차’로 찾아오라면 외부인이 어떻게 찾아갈 수 있겠는가? 택시기사분들도 헛갈릴 지경이다. 이참에 부영 몇 차식의 표현을 못하도록 하는 조례라도 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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