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지망 맹점 명문고 부상, 학부모 현행안 지지높아
도교육청이 지난 3월 청주·청원·음성·괴산·보은·진천 등 청주지역 고등학교 진학률이 높은 지역의 학생·학부모·교사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08. 청주시 일반계고 전형방법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현재 전형방법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 입시 관계자는 “이번 설문은 전형방식을 결정하는 고등학교입학전형위원회에서 2008년도 고입전형 자료로 사용하기위해 실시했다. 현행안과 이와 차별되는 몇몇 안을 제시해 선택하는 방식으로 3가지 설문을 실시한 결과 현재 전형제도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진학 예정자인 중3 학생과 현재의 전형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 학부모, 교사를 상대로 벌인 설문에서는 내신성적으로만 선발하는 현재 안에 대해 66.02%가 지금의 제도가 유지되기를 희망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해마다 바뀌는 입시정책으로 학생·학부모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의 전형에 만족하고 있다기보다는 변화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학생선발방법에 대해서는 작은 차이지만 학생>학부모>교사 순으로 내신성적으로만 선발하고 있는 현행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선발고사만으로 선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10%이하의 약한 지지만을 얻었고, 내신성적과 선발고사를 병행하는 방식에 대한 지지율은 교사>학부모>학생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당사자인 학생들은 선발고사를 치르는 번거로움을 기피한 반면 학부모와 교사는 여러 검증을 통해 진학이 결정되길 바라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부모,“변화하는게 두렵다”
전교조충북지부는 “타도시의 경우 학부모·학생들이 비평준화로 전환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준화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지금의 제도가 몇몇 맹점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지금의 전형방식보다 합리적이라고 검증된 마땅한 제도가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평준화지역인 청주지역의 학교배정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는 배정 희망학교에 대한 중복지원에 대해 83.85%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지역 일반계 고교 배정방식은 1지망(정원의 50%), 2지망(30%), 3지망(10%), 4지망(5%), 5지망(5%)을 통해 추첨방식으로 이뤄진다. 5지망에서도 학교가 배정되지 않을 경우 6·7지망 학교에 우선배정하고 이후에는 임의배정에 의해 이뤄진다. 또한 같은 학교를 중복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입시정책의 변화만큼이나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자녀의 상급학교로의 진학문제다. 자녀가 다닐 학교가 교통이 편리한지 명문인지 또는 남녀공학인지, 학부모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들은 대동소이하다. 자녀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한 학부모는 “성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대학진학률이 높은 학교를 선호하게 되고,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가까운 학교가 선택 1순위다. 그밖에도 학부모에 따라 남녀공학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선택기준을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나 학생이 원하는 학교로 전원 진학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청주 모 고교에 입학한 김 모군은 “거리가 가까워 C고를 원했지만 다른 곳으로 임의배정 받았다. 어차피 원하던 학교가 아니면 큰 차이가 없어 1지망부터 모두 C고를 내려썼다”고 말했다. 중복지망이 가능한 이유로 인기학교들은 1·2지망에 지원자수가 몰리는 반면 인기가 없는 학교들은 임의배정을 통해 학생을 받는 처지다. 이 과정에서 신흥명문고가 등장했다. 세광고가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학교라고 한 현직교사는 말했다.
“세광고는 90년 미평동으로 학사를 이전하면서 명문고로 떠올랐다. 구성원의 노력이 가장 크게 좌우했겠지만 배정방식의 전환도 큰 몫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세광고는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통편이 불편한 세광고는 초기에는 지망자가 많지 않았다. 이 시기에 한빛학사와 장학금 등 지원을 내세워 중학교의 우수학생들이 1지망에 세광고를 지망하도록 유도했다. 선호하는 학생이 없다는 것은 1지망에 세광고를 지명한 학생들이 대부분 여과없이 배정받는 결과로 나타났고, 우수학생 모집을 바탕으로 대입에서도 탁월한 성적을 올리며 명문고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금은 중위권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을 우려해 세광고 입학을 꺼려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다른 학교에 비해 1지망 지원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반대로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도심에 위치한 학교들은 통학의 편리함과 전통의 이유로 1지망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지만 추첨방식을 통해 배정이 결정되기 때문에 우수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도교육청 고교입시 관계자는 “신설학교가 시설이나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많지만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임의배정율 5%
2007학년도 일반계학교 배정에서 7지망에서까지 원하는 학교로 배정받지 못하는 학생이 지난해 370명으로 5%의 임의배정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의 입장에서는 임의배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의배정율이 낮아지는 것이 곧 교육수요자가 원하는 학교로 진학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산남고와 봉명고가 신설돼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임의배정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진학하는 경우 배정방식이 고교 배정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청주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초등학교 졸업생 전원이 지망한 학교에 배정돼 임의배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배정의 경우 1지망에서 5지망의 비율 구분없이 1지망에서 지원자수가 정원수를 넘으면 100% 선발하게 된다. 같은 형태로 1지망에서 지원자가 부족한 경우 2지망, 3지망을 거쳐 정원을 채우게 되는 방식이다. 지난해 청주지역은 1지망에서 85%가 지망학교에 배정받았고 2지망에서 모든 배정을 맞췄다는 것이 청주교육청의 설명이다.
한 학부모는 “고등학교도 중학교와 같은 형태로 배정방식을 전환한다면 임의배정이 줄어들 것 아니냐. 중복지망이 임의배정율을 높이는 원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중학교의 경우 청주지역을 3개 학군으로 분리하고 있어 이러한 형태가 가능하지만 청주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형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고교입시 전형과 배정방식 등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79조에 의거해 도교육청 고등학교입학전형위원회를 통해 실시계획·선발고사·출제범위 등 입학제도를 변경할 수 있으며 다음 전형일자 10개월 이전에만 변경이 가능하다.
/ 오옥균 기자

